근육의 역할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쉽게 떠오르는 근육의 역할은 몸을 이동시키거나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이 일만으로도 근육은 엄청난 일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자. 만일 근육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당장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서 이동기계나 누군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만일 심한 근무력증이나 근감소증이 진행되어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면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또 현대인이 많이 겪는 근골계 통증의 많은 부분은 근육의 긴장과 약화의 불균형으로 인해 초래된다. 예를 들어 지나치게 휴대폰을 보거나 컴퓨터 작업을 하면서 목을 뒤에서 잡아주는 근육들은 지나치게 혹사당하고, 반면에 복부근육이나 견갑골 내측과 하부 근육들은 매우 약화되기 쉽다. 이러한 불균형한 상태는 장기적으로 근막통증증후군이나 관절통증의 주된 원인이 된다.
요즘은 근육이 하는 중요한 일 중에 혈당을 조절하는 역할은 잘 많이 알려져 있다. 근육은 움직일수록 혈당을 받아들이는 경로가 활성화된다. 그러므로 근육의 움직임은 인슐린의 작용부전에 의한 인슐린저항성을 개선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다. 인슐린저항성이 진행되면 결국 비만이나 당뇨병으로 귀결되기 쉽고, 각종 혈관계의 합병증과도 관련이 높다. 그래서 당뇨병환자에게 있어서 요즘은 특히 근력을 키우는 저항운동이 강조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근육은 인슐린성장유사인자 1(IGF-1)을 생산하는 주된 기관이다. IGF-1은 단백질의 합성과 세포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모든 조직에서 회복을 돕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물질은 이리신(Irisin)이다. 근육에서 분비되는 이리신은 지방저장 역할을 하는 백색지방의 갈색화(browning)를 통해 베이지색 지방으로 전환시키는 작용을 한다. 베이지색 지방조직은 갈색지방과 함께 지방을 연소시켜 열을 생성하는 작용을 하므로, 체내 대사율을 높여서 지나치게 체중이 증가하는 것을 막아준다. 또 근육에서 분비되는 FNDC5(Fibronectin domain-containing protein 5)라는 전구체로부터 생성되는 이리신은 뇌해마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amyloid β)의 축적을 막고,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의 생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처럼 근육과 근육을 이용한 운동은 뇌발달에 중요하며, 항치매효과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근육운동은 염증반응과 항염증반응을 하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는 장기적으로는 면역시스템을 적절하게 자극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인 체내 염증수준을 낮추는 적응반응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근육을 활발하게 움직이는 규칙적인 운동에 의해 활성산소에 대해 세포를 방어하는 세포와 혈액 중의 항산화효소 활성도가 높아진다는 것은 수십 년 동안의 많은 연구에 의해 잘 증명된 사실이다.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세포막이나 세포핵을 방어하는 항산화효소로는 슈퍼옥시드디스뮤타제(SOD), 카탈라제(CAT) 그리고 글리타치온퍼옥시다제(GPx)와 같은 효소들이 있다.
그러므로 근육은 단순한 인체지레를 움직이는 도구일 뿐 아니라 내분비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에는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SPARC나 온코스타틴M(OSM)과 같은 물질이 발견되었다. 이들 물질은 직장암이나 유방암과 같은 종양의 성장과 증식을 억제하는 작용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근육은 이제 내분비기관이라는 명칭에 더하여 사실상 중요한 면역작용을 하는 기관이라고 불러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처럼 근육이 하는 엄청난 일을 생각할 때, 근육을 움직이고 근육을 강화시키기 위한 운동이 얼마나 우리의 건강과 면역에 필요한 것인지 부인할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