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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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과학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10.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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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후반기에 들면서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혹시 나도 치매에 걸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된다. 만일 그러한 일이 자신에게 일어난다면 그것이 가족이나 자손에게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와 관련해서 가장 뚜렷한 인과관계가 밝혀진 생활요인은 바로 수면과 운동이다. 즉 많은 역학적 연구들은 수면부족이나 수면이상을 겪는 사람에게서 치매의 위험이 더욱 높다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다는 것도 잘 밝혀져 있다. 실제로 실험적 연구에 의해서 운동은 뇌피질 운동영역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와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치매는 정보를 수용하고 처리하는 것과 관련된 뇌 해마 치상핵에서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죽는 현상을 특징을 보인다. 뇌세포의 퇴행성 변화가 나타나는 원인으로는 가장 흔하게는 알츠하이머병이 있으며, 그 밖에 뇌경색이나 알코올성 치매, 당뇨병성 치매가 있다. 치매초기에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는 나이를 먹음에 따라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는 것과 관련이 있으며, 뇌 해마에서 신경이 결손되는 것으로 인해 발생한다. 

치매의 주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이 진행되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부위와 대뇌피질부가 현저히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와 동시에 뇌의 공간으로서 뇌척수액이 들어있는 뇌실의 면적이 점차 확대된다. 그로 인해서 뇌 전체 면적에 대한 뇌실면적 비율이 점차 커지는 현상을 초음파 사진 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뇌실이 커지는 것은 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가 자꾸 사멸하기 때문인데, 그 이유는 뇌의 대사과정에서 생성되는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이 잘 배출되지 못하고 뇌에 축적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에는 이러한 대사산물들을 배출하는 수막림프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졌는데, 이 배수시스템을 통해서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을 배출하는데 장애가 일어나서 뇌실질에 축적되는 것이 뇌세포가 죽는 원인이다. 아밀로이드베타나 타우단백질이 제대로 제거되지 못해서 몇 개가 모이고, 결국 플라크를 형성하게 되면 신경세포의 신호전달물질의 전달이 방해를 받고, 신경망의 기능장애가 일어나고, 결국 신경세포가 죽게 되면서 기억력과 인지능력에 장애, 운동장애 등이 초래된다. 

그런데 뇌의 림프계를 통한 배수시스템의 작동은 수면의 질적 수준과 매우 관련이 깊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낮시간 동안 활발한 뇌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대사물질들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는 오랫동안 풀리지 않은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대사물질들이 뇌척수액의 흐름에 의해 처리되는 경로가 결국 2012년 로체스터대학 연구팀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이를 글림프시스템이라고 한다.  

글림프시스템을 발견한 로체스터대학 연구팀은 뇌척수액에 의한 물질교환이 수면 중 세포외 공간의 확장과 수축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즉 수면 중에는 뇌세포 외 공간이 확장되고 수축하는 현상에 의해 아밀로이드베타와 같은 간질액의 노폐물 제거가 60%까지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파수면에서 글림프시스템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진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깨어있는 동안 신경활동에 의해 생산된 대사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시스템의 작용이 수면의 회복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운동이 수면 중 서파의 출현을 증가시키고, 논렘수면을 증가시킨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운동은 직접적으로 뇌혈류의 증가와 뇌유래신경성장인자(BDNF)의 성장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수면의 질을 높여줌으로써 수막시스템과 글림프시스템을 통해서 뇌척수액의 ‘청소효과’를 더욱 높여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치매의 예방이나 질병의 진행에 운동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점차 많은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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