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과 만성염증을 올리는 식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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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과 만성염증을 올리는 식습관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10.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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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염증이라고 하면 외상이나 화상으로 인한 피부의 급성염증, 기관지염이나 비염, 간염, 폐렴 등 외부의 화학물질이나 바이러스, 세균 등에 의한 염증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사실 우리 몸에서는 그 외에도 염증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즉 염증에는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급성염증과 잘 자각하기 어려운 만성염증이 있다. 만성염증이 과도하게 지속되는 상태가 질병의 원인인 동시에 그 질병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혈관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신경질환, 비만, 당뇨병 등도 일종의 만성염증 상태이다. 그뿐만 아니라 몸의 만성적 염증반응은 암의 발생과 진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만성적인 염증반응을 과도하게 유발할 수 있는 식습관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과식하는 습관을 들 수 있다. 과식은 일시적으로 활성산소의 발생을 과도하게 유발하는 요인이며, 이렇게 과도하게 생성된 활성산소는 일차적으로 장벽을 구성하는 세포나 간세포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 외 많은 세포 내에서 염증반응을 유발한다. 또 습관적인 과식에 의해 과도하게 증가한 체지방은 만성적인 염증반응의 주범이다. 체지방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혈류공급이 제한된 일부 지방세포는 종양괴사인자(TNF-α)를 비롯하여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물질들을 분비한다. 

지나치게 혈당을 빨리 올리는 식품들에 의존하는 식습관도 체내 염증반응을 올린다. 가장 큰 식습관의 문제는 가공된 인스턴트식품에 의존하면서 단순당류를 너무 많이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스낵류, 아이스크림, 케이크, 탄산음료 등 고과당 식품과 음료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고지혈증, 당뇨병 등과 관련이 깊다. 

혈액 중의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이 손상되기 쉽다. 혈관이 손상되는 이유는 바로 당화혈색소 때문이다. 적혈구 내의 헤모글로빈을 혈색소라고 하는데, 평상시의 혈당수준이 높으면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당화혈색소의 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예를 들어 당화혈색소의 비율이 6% 미만일 때를 정상이라고 하는데 8% 이상이라면 혈관 계통의 합병증 위험이 급격히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 더하여 혈중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 수준이 높은 고지혈증이 있다면 동맥경화의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식품을 섭취할 때 염증반응의 작용이 높은 것이 최종당화산물이다. 최종당화산물은 당독소라고도 하며, 섭씨 130도 이상에서 단백질과 당이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잘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밀가루 옷을 입혀서 기름에 튀기는 치킨이나 핫도그, 각종 튀김류를 들 수 있다. 이렇게 고온에서 튀겨질 때 보기 좋은 갈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러한 반응을 갈변반응 또는 마이야르반응이라고 한다. 이러한 반응은 수분에 의해 억제되므로 가급적 직접 튀기거나 볶거나 굽는 대신에 삶아서 요리하는 것이 당독소의 발생을 막는 좋은 방법이다. 

지방의 섭취방법도 체내 염증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트랜스지방의 섭취위험이 높은 튀김류나 가공식품을 먹는 것은 염증반응을 높인다. 또 식품의 산업화 영향으로 우리가 식품을 통해 섭취하게 되는 대부분의 지방은 옥수수기름, 포도씨유, 홍화씨유 등 대부분 오메가6 계열의 지방산으로서 이의 과도한 섭취도 염증반응을 높여준다. 이에 반하여 오메가3 계열의 지방산은 항염증반응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가급적 신선한 오메가3 지방산의 섭취가 염증반응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호두, 잣과 같은 견과류, 등푸른생선 등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무엇보다 염증반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장내 환경이다. 장에 서식하는 장내균총 중에서 유용균의 비율이 다양할수록 염증반응의 수준이 낮아진다. 유용균이 서식하기 좋은 장내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나 동물성 지방 위주의 식습관을 피하고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몸의 이곳저곳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인체의 방어군인 면역세포들과 적군들 사이에 전투가 여러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내부 반란군, 즉 가장 중요한 암세포와의 전투를 앞두고 전투력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운동습관, 수면, 마음관리는 식습관과 더불어 면역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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