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재발방지, 걷기만으로 부족하다
상태바
암의 재발방지, 걷기만으로 부족하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11.02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운동은 암과 어떤 관련을 갖고 있을까? 그동안 많은 역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분명한 사실은 정기적인 운동은 암의 발생률을 현저히 낮춘다는 사실이다. 특히 운동은 유방암, 직장암, 전립선암, 폐암 등의 위험률을 감소시키는데 효과적이다.

단지 암의 발생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암의 치료과정에서 운동은 꼭 필요한 보조요법으로서의 효과가 확실히 입증되고 있다. 암의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거나 화학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와 같은 표준치료를 받기에 앞서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운동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수술 이후나 항암치료 중에도 운동은 치료의 부작용을 극복하고,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으로 입증되고 있다.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연구들은 화학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와 병행하여 운동요법을 받을 때, 암의 성장을 억제하거나 암의 사멸을 촉진하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보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암세포에 대해서 운동요법 단독으로는 적절한 산화-환원 기전에 의해 종양 내에서 항산화효소의 생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암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한편 화학-방사선 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할 때는 종양 내 산화적 스트레스가 어느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종양세포의 사멸과정을 촉진하는데, 이러한 작용을 역설적 기전이라고 말한다.

한편 종양이 성장하거나 전이하는 것은 종양을 둘러싼 종양미세환경이 매우 중요한데, 어느  수준 이상의 운동량은 이러한 종양미세환경이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불리한 환경으로 만드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운동은 종양미세환경을 대사적으로 재설정하여 암세포에 의한 영양소의 이용을 제한시킴으로써 암을 억제한다는 점이 제시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정도 운동을 해야 암의 재발위험을 낮추는데 효과가 있을까? 

사실 암이 처음 발견되어서 치료를 받고, 암이 더 이상 발견되지 않는 완전관해 진단을 받았더라도, 암의 재발 가능성은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 그리고 암이 재발하였을 때는 사망위험은 매우 높아진다. 

운동이 암의 재발율과 사망률을 낮춘다는 것은 그동안 십수년의 연구를 통해 많이 보고 되어 왔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운동을 해야 재발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운동의 강도가 암의 재발, 사망률에 있어 중요하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그중 2011년 발표되었던 하버드대학 리치먼 교수팀의 역학적 연구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를 보고하였는데, 운동량이 많아도 높은 운동강도가 포함되지 않은 운동만으로는 전립선암의 진행에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는 것이다. 반면 6 MET 이상의 운동은 암의 진행을 57%나 감소시켰다고 보고하였다. 여기에서 6MET 이상의 운동이란 휴식 시 수준보다 6배 높은 에너지소비를 요구하는 운동을 의미한다. 참고로 산책하는 정도의 운동은 3MET 이하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6MET 수준의 운동은 매우 빠르게 걸어서 숨이 차서 옆사람과 대화하기 쉽지 않은 정도의 운동에 해당한다. 

이 외에도 2010년대 중반 이후 많은 연구들이 6MET 이상의 중강도 이상으로 운동했을 때, 암의 재발율과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한다는 사실들을 보고하고 있다. 또한 연구들은 심폐순환계에 자극을 주는 운동과 함께 근육량을 늘리기 위한 저항운동을 했을 때 재발율의 감소효과가 더 크게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현재 대부분의 암환자들이 암을 진단받고 실천하고 있는 걷기운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암수술이나 항암치료로 체력이 떨어져 있고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걷기운동은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 그러나 재발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서는 거기에 멈추지 않아야 한다. 즉 암의 재발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6MET 이상의 운동을 습관적으로 행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저항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