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숨쉬기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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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과 숨쉬기 효율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11.09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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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은 심장순환계나 대사계통, 그리고 암과도 관계가 깊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살이 찌면서 나타나는 인체의 나쁜 영향으로는 숨쉬기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평소에 우리는 의식하면서 호흡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생존에 필수적인 산소를 받아들이고, 인체 세포들이 생성시킨 이산화탄소를 내보내기 위한 과정에서 효율이 떨어지면 장기적으로는 인체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비만해지면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고 쉬는 중에도 숨을 가쁘게 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몸통부위의 지방이 환기효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호흡을 조절하는 근육을 호흡근육이라고 하는데, 가장 중요한 호흡근육은 가로막, 즉 횡격막이다. 또 갈비뼈사이에 있는 근육, 즉 늑간근도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이다. 횡격막은 이완된 상태에서는 위로 볼록하게 있다가 숨을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아래쪽으로 편평하게 내려가는 운동을 해서 흉강의 용적을 넓힌다. 늑간근은 숨을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갈비뼈를 위로 들어 올려서 흉강의 용적을 넓히는 작용을 한다. 

호흡은 이 두 근육의 움직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주로 횡격막의 작용에 의해서 호흡활동을 하는 것을 복식호흡이라고 하고, 늑간근에 많이 의존하는 호흡을 흉식호흡이라고 한다. 보통 정상적으로 호흡에 기여하는 비율은 횡격막과 늑간근이 7:3 정도이다.  

비만은 복부 부위의 지방 때문에 횡격막의 움직임이 제한되어 상대적으로 늑간근에 더 의존하는 호흡을 하기 쉽다. 그렇게 되면 한 번에 들여 마시는 공기량 즉 일회호흡량이 감소하게 되고, 이를 보상하기 위해서 더 자주 숨을 쉬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한 번에 들여 마시는 공기량이 모두 기도의 끝부분에 달려있는 허파꽈리 안까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들여 마시는 공기 중 일부는 실제적으로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장소인 허파꽈리에 도달하지 않고 기도에 머무르게 된다. 이렇게 기도에 머무르는 공기는 실질적으로 개스교환에 참여하지 못하므로 ‘무효공간(dead space)’라고 하며 평균적으로 150ml 정도이다. 그러므로 늑간근에 더 많이 의존하는 흉식호흡을 할 경우에는 일회 호흡량이 줄어들면서, 실제로 폐포에 도달하여 산소를 받아들일 수 있는 공기량은 줄어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앉아서 일을 할 때 이렇게 환기효율이 떨어지는 상태로 몇 시간 지속적으로 호흡을 할 경우 결국 같은 량의 산소를 받아들이기 위해 더 자주 숨을 쉬어야 한다. 또 횡격막과 같은 주호흡근육의 움직임이 제한되므로, 대신 가슴 윗부분과 목부위의 보조호흡근육들이 더 많이 일을 해야만 한다. 그 결과 목이나 가슴, 등 윗부분의 근육이 긴장되고, 이는 혈류 순환의 장애를 초래하고, 결국 자율신경의 균형도 깨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복부의 과도한 지방으로 인해 숨을 들여 마실 때 횡격막의 운동이 제한되면 상대적으로 늑간근에 의한 흉식호흡에 의존도가 높아지고 보조호흡근을 사용하게 된다. 임산부의 경우와 같이 복강의 압력이 높아져 있어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게 되는 것이다. 

또 심각한 일은 비만이 수면이상을 더 쉽게 초래한다는 것이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수면이상은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비만저환기증이다. 과체중인 성인의 약 77%가 수면이상에 시달리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을 갖는 사람을 보면 코를 골면서 잠을 자다가 한동안 숨을 멈추고, 다시 폭발적으로 호흡을 개시하는 것을 반복한다. 비만저환기증은 과도한 복부지방에 의해 수면 중 횡격막의 움직임이 현저히 제한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흉식호흡에 주로 의존하며 호흡이 매우 짧아지게 된다. 이렇게 환기효율이 떨어지게 되면 혈액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하게 되는데 이는 심부전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수면이상에 따른 증세는 대체로 유사하게 나타나며 1) 낮 시간 중 피로호소, 2)지나친 코골이,  3)체중의 지속적인 증가, 4)두통(특히 아침에 발생), 5)정서변화와 초조감, 6)학습장애나 건망증과 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러한 수면이상이 있을 때는 우선적으로 체중이 과체중이 아닌지, 비염 등의 호흡기 문제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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