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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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24)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11.23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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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약 2개월 후 어느 날, 조선일보에 국립의료원간호대학의 4년제 신설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었다는 기사가 났고, 나는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몇 번이나 읽었다. “드디어 해냈구나, 우리 대학의 오랜 숙원사업을 드디어 이루었구나.” 가슴이 벅찼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왔다. 그날 학교에 출근 하니 신문을 본 외부의 많은 교수가 전화를 해왔다. “NMC가 드디어 4년제가 되나봐요. 축하합니다.” 

나는 실감 나지 않아 얼떨떨했다. “글쎄, 신문엔 났는데 두고 봐야지요.” 교육부에 전화하자 4년제 대학 신설에 관한 공문을 바로 보내겠다고 했다. 들뜬 마음으로 교육부 공문을 받아보니 며칠간 누렸던 흥분과 기대는 순간 큰 고민으로 바뀌었다. 우리 대학이 4년제 대학 신설허가는 났지만, 4년제 대학 신설에 필요한 최소 요건을 갖추어야 했다. 먼저 학생, 교지(校地), 교사(校舍), 교수 등 4대 기본요건이 문제였다. 학생 1,000명을 기준으로 교수도 현재보다 20명 정도 충원해야 했다. 이 재원 마련은 NMC 특별회계인 고로 복지부 예산에서 나와야 했다. 교사는 현재 NMC 간호대학 건물인 9층 건물이 한 개 동 더 필요했고, 교지 또한 계산해보니 국립의료원 전체 대지 면적을 간호대학이 사용해야 가능했다. 100% 불가능하게 생각했던 건교부의 수도권정비계 획법을 통과해서 교육부의 허가가 나온 것만으로도 꿈 같은 일이 이루어졌는데, 기본요건을 마련하지 못해 우리 대학의 숙원사업인 4년제 대학으로의 전환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보다 큰 좌절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대학의 숙원인 4년제 대학 신설을 하기 위해 국립의료원 전체 부지를 간호대학이 학교 교지로 다 사용하고, 당시 학교 9층 건물을 또 한 동 신축하고 거의 20명 교수 증원을 국비로 충당하는 것은 원초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판단했다. 아니, 설령 국가에서 이런 요건을 다 충족시켜주겠다고 해도 나는 우리 간호대학 4년제 신설을 위해 이러한 막대한 국가 예산의 투입을 내가 먼저 수용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99년 IMF 사태 후 기획예산처에서 내게 구조조정 안으로 국립대학끼리 통폐합하는 안을 제시하면서 서울대와의 통폐합을 권고한 이유를 그때야 실감했다. 단독 4년제 대학의 신설에는 이렇게 엄청난 건축비, 시설비와 인건비가 소요되니 국립대학 간 통폐합을 통한 구조조정 안은 국가 예산 절감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고심 끝에 국민 세금인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4년제 신설하는 꿈은 접기로 했다. 대한민국에서 국립 간호대학이 우리 NMC 한 대학뿐이라면 모르지만, 전국에 서울대를 비롯하여 국립대학교에 간호대학이 개설되어있는데, NMC의 4년제 신설 문제는 우리 대학에는 중대사이나 국가적으로 볼 때 비용 효과적인 예산투입은 결코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설령 이를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한다 해도 복지부와 국립의 료원에서 무슨 수로 그런 땅을 마련하고 건물을 지어줄 것인가를 생각 할 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되었다. 안 되는 일에 시간과 능력을 허비하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정말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수도권 정비법을 뚫고 국무회의에서 우리 대학 안이 의결된 것만으로도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음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때가 오면 이 또한 이루어질 날도 언젠가는 있으리라는 희망은 접지 않았다.

한국 최초로 미국 간호학사 학위 1년 과정 및 미국 취업 실현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학교(CQU)와 1년 학사학위과정 및 호주병원 취업 공동사업을 운영하는 동안 나는 우리 간호사들의 CQU 졸업식에 매년 초청되어 참석했다. 나는 졸업식 단상에 총장과 교무위원, VIP들과 함께 앉아 있다가 우리 한국 학생 졸업생 명단은 내가 마이크를 잡고 발표했다. 애초에 호주부터 학위과정 및 해외 취업을 계획하고, 실현했던 것은 최종적으로는 미국대학과 미국병원 취업 목표를 실현하려는 의도였다. 호주대학과의 학위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미국의 대학과 끊임없는 접촉을 시도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대학교 교수를 만나면 우리 NMC와 호주 CQU와의 1년 학사과정 운영 및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먼저 설명했다. “우리 간호대학에서 운영하는 NCLEX-RN 과정 이수 후 괌이나 오사카에 가서 미국 간호사면허시험에 합격하면 뉴욕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게 된다. 정작 그 미국 간호사 면허 소지자들은 호주대학교로 가서 1년 과정을 밟고 학사학위를 받고 호주 병원에 취업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미국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간호사들이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미국 병원에 취업을 시키면 간호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에 당신 대학이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 것이겠냐?” 미국 교수들은 주로 호주는 대학이 3년제지만 자기네 대학은 4년제이기 때문에 최소 2년은 과정을 밟아야 하고 영어 토플성적도 540 이상이어야 편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나는 “무슨 소리냐, 미국 가고자 하는 우리 간호사들은 이미 3년제 혹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 간호사 면허 소지자에 미국 간호사 면허까지 가진 간호사로서 임상경력도 탄탄해서 미국 간호 학생보다 훨씬 우수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왜 대학에서 꼭 2년을 또 공부할 이유가 있냐? 호주나 미국 이나 똑같이 영어권 나라인데 호주대학에서는 문제없이 잘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왜 미국 대학에서는 문제가 되냐? 우리나라 간호사들은 어느 나라 누구보다 근면 성실하고 똑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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