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누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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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누렁이
  • 이진솔 기자
  • 승인 2023.11.3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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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문을 열고 나오면 누렁이 한 마리가 하루의 시작을 함께 한다.

눈으로만 봐야지 마음먹고 방문한 동물보호소 많은 유기견 사이에서 콧물 흘리는 어린 누렁이에 마음이 넘어가 식구가 된 지 1년이다.

나의 손가락 끝에서 공고번호 2022-00063 코흘리개 누렁이는 소발이가 됐다. 소발이 한 마리가 줄은 것쯤 티도 안 날 만큼 보호소는 많은 누렁이가 줄을 지어 들어온다. 아무도 데려가지 않은 이 누렁이가 어디로 갈진 모두 알고 있는데도 품종 있는 옆 케이지 개와 달리 누렁이 시골 강아지는 입양을 묻는 전화 한 통 오지 않는다.

한 달 전 마을 어귀에서부터 아주머니를 따라서 온 그저 사람이 좋았던 어린 누렁이가 보호소에 들어갔다. 주인이 찾아오겠지 싶어 종일 껴안고 보살피던 기대와 달리 누렁이는 공고번호 2023-00534가 되어 여전히 보호소 철장 한구석을 지키고 있다. 어린 누렁이의 기억이 지워져 가는 지난 퇴근길, 이번엔 찻길로 둘러싸인 작은 풀숲에 누군가 작은 누렁이를 버려뒀다. 빨간 목줄의 누렁이는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차로 와서 버려졌는지 풀숲에 몸을 말고 그저 지나가는 차를 바라볼 뿐이다. 달리는 차들만이 둘러싼 그곳에 먹을 것이 있을 리 없다. 보호소에 들어가도 입양이 힘든 다 큰 믹스견을 나 또한 그저 바라보는 것 말고는 해줄 것이 없다. 누렁이도 나도 그저 눈을 맞추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보호소의 끝은 정해져 있고 오늘도 많은 믹스견은 쫓기듯 길로 내몰린다.

옥천군 유기동물 입양문의 옥천동물병원 043)732-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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