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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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25)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11.30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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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상기술도 최고여서 실제 운영해보면 그 진가를 알게 될 좋은 프로젝트이다.”라고 설득하면 그때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학교 본부와 의논한 후 다시 연락하겠다고 가고 나면 함흥차사였다. 나는 그들이 내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렸고, 만나는 교수마다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 물론 미국 대학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학사학위를 취득하려면 3학년 편입해서 3, 4학년 2년을 다녀야만 학위를 받을 수 있고, 간호학사 학위를 받고자 하는 RN-BSN (간호학사학위) 과정도 전국 모든 간호대학에서 2년 과정을 밟아야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되어있다. 그런데 어학 능력도 부족한 한국 간호사가 미국 대학교에서 1년 수학으로 학사학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임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그러던 중 2001년 필라델피아에 있는 이스턴대학교(Eastern University) 블랙 총장으로부터 이 문제를 협의해보자는 연락이 왔다. 기쁜 마음으로 당장 뉴욕행 비행기를 탔다. 뉴욕공항에서 내려 3시간 차를 타고 필라델피아 이스턴대학 총장실로 찾아갔다. 정말 아름다운 캠퍼스였다. 총장, 부총장, 간호학과장과 만나 일단 간호학사학위과정 개설에 합의했다. 다만, 내가 주장하는 1년 과정은 곤란하다고 하여서 수학 기간과 이수학점 문제는 다음날 다시 만나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스턴대학 측에서는 1년 6개월 과정에 최종 48학점을 제시했다. 나는 이스턴대학에서 제시한 커리큘럼을 검토하고, 48학점을 수용하되 그 대학이 크리스천 대학임을 고려해 채플(Chapel)을 넣어 채플학점을 12학점 인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되면 우리 간호사들의 공부 부담을 1/4 덜 수 있고 그들이 제안한 48학점을 받는 것으로 종결될 수 있는 묘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여 수업 기간은 1년 4개월, 48학점으로 최종 결정하고 MOU 체결까지 마치고 귀국했다. 99년 미국 간호사 면허과정을 개설하고 구상했던 최종 목표 미국 취업과 미국대학 학사 학위 취득까지 실현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드디어 내가 오랫동안 꿈꾸던 미국대학교와의 학사학위 취득과 미국병원 취업의 최종목표를 이루게 되었다.

뉴욕시립대학교와의 최초 1년 학사, 석사 과정, 
뉴욕 취업 실현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이스턴대학에서 공부한 간호사들은 대학 측의 성의 있는 교육과 호의에 만족하고 대학을 졸업 후 병원 취업도 큰 어려움이 없이 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최종 목표는 필라 델피아가 아닌 세계적인 도시 뉴욕이었다. 이스턴대학과 교류하는 동안에도 계속 뉴욕의 대학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뉴욕시립대 (City University of New York, CUNY) 리만대학(Lehman College) Garo 총장과 만나 1년 학사학위과정 개설을 제안했다. 그 역시 영어도 안 되는 한국 간호사가 1년 과정으로 미국 대학 학사학위를 받는 것은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앞으로도 계속 설득해나가기로 하고 먼저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어학 능력 문제의 해결이 급선무였다.

 2002년 나는 무작정 한국산업인력공단 해외협력국장을 찾아갔다. 그 공단에서는 해외 취업 활성화를 위해 특수한 직업의 경우 해외 연수비를 지원해준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담당 국장을 만나서 무조건 IT 등의 직업에만 연수비를 지원할 것이 아니라 간호사 해외 취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해외 연수비를 지원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다른 직종보다 틀림없이 공단의 실적도 오르게 해외 취업을 달성하겠다고 설득했다. 설명을 들은 이정우 국장은 간호직의 해외 취업 성공률이 오히 려 다른 직종보다 높을 것이라는 내 말을 믿어보겠다며 간호사 1인당 400만 원씩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절반의 성공이었다. NCLEX-RN 과정을 마치면 괌이나 오사카에서 미국 간호사 면허 시험을 보고, 합격한 간호사에게는 항공권과 3개월 미국 어학연수비를 지원하는 조건으로 간호사를 모집했다. 완전 무료로 미국 3개월 영어연수를 할 수 있다는 모집공고에 일부 간호사들은 믿지 않았다. 왜 NMC가 우리에게 그런 혜택을 주는지 이상하다는 의심까지 했다. 나는 그들에게 단지 국립 간호대학으로서 우리나라 간호사들에게 누구나 해외 취업 기회를 나누려는 취지임을 설명하면서도 과거 호주 센트럴퀸즐랜드대학에서의 쓰디쓴 기억이 떠올랐다.

한편 나는 Garo 총장을 만나 간호사 영어연수 프로그램 협약서를 체결한 후, 선발한 한국 간호사들의 CUNY에서 3개월 어학연수와 미국병원 취업을 연계했다. 이렇게 시작한 어학연수과정은 간호사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가 있었고, CUNY로부터도 한국 간호사의 능력과 성실성을 인정받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1단계 시도는 다음 단계의 1년 학사학위과정 시도를 최종 목표로 두고 시작한 것이었다. 해외 어학연수프로그램과 함께 병원 취업시 임상현장에서 요구되는 간호 실무영어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YBM 시사영어사와 MOU를 체결하고, 실무 간호 영어교재 개발도 동시에 착수했다. 『Nursing Action English Ⅰ, Ⅱ, Ⅲ』 3권을 출간하여 해외 취업 간호사들이 병원 현장에서 실무영어로 인한 애로를 겪지 않도록 했다. 3개월 어학연수과정을 진행하는 동안 CUNY 리먼대학에 새로운 총장이 취임했다. 신임 Ricardo Fernandez 총장과 죠지스 간호대학장 폴 평생대학원장 등 한국 간호사 프로그램 관련 대학 당국자들과 만나 1년 간호학사 학위과정을 성사시키기 위해 대화의 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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