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노인주간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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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노인주간보호센터
  • 이진솔 기자
  • 승인 2023.12.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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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주간보호센터로 향하는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차가운 바깥 공기와 상반되는 훈훈함이 반겨주는 옥천노인주간보호센터 권순주 대표(43)를 만난다.

어르신들의 희생에 보답해야죠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복지시설이 있어요. 복지시설은 사각지대가 존재해요. 등급을 받지 못하면 이용을 못 하거든요. 평생을 힘들게 사셨는데 본인 역할이 줄어들면서 가실 곳이 없어져요. 남아 있는 건 사무치는 외로움밖에 없는 거죠. 센터의 어르신들도 자녀분이 오시는 날이면 문만 움직여도 몸을 들썩거리곤 하세요. 그동안 처절하고 어려운 시절을 다 겪은 분들인데 돌아온 보상이 외로움에 없다면 안타까울 것 같아요. 이분들의 희생 때문에 우리가 풍요로움을 누리는 거예요. 그 희생에 보답을 해드리고 싶어요. ‘우리 엄마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괜찮아.’ 하실 때 오셔야 해요. 보호자는 어르신이 혼자 나가시면 길을 잃거나 다치실까 봐 걱정하세요. 외출을 못 하셨던 어르신들이 오시면 제일 먼저 창밖의 사람을 쳐다보세요. 그만큼 외로운 어르신이 많이 계세요. 집에만 계시면 두뇌활동이나 신체활동에 제약이 생기다 보니 노인성 질환이 촉진될 수 있어요. 진행을 늦추는 방법은 계속 사람을 만나며 뇌를 자극해야 해요.”

세상이 다 포기해도 우리만은 
 
적합 요양등급을 받으면 국가로부터 85%의 지원금을 받는다. 권 대표는 간식값은 받지 않고 식사를 3,000원에 내드린다며 덧붙였다. “코로나 때문에 마을회관 이용에도 한계가 생겼어요. 보호센터 이용을 모르시는 분들은 요양병원을 가세요. 병원에 오래 누워계시면 삶을 놓으시는 분도 계실뿐더러 근육이 빠져서 소화나 걷는 활동에 무리가 생겨요. 작년에 그런 이유로 저희가 업어서 모신 분이 계세요. 처음에는 식사도 못 하셨는데 지금은 여기서 밥을 제일 많이 드실 거예요. 어르신이 좋아지는 모습을 보며 성취감을 느껴요. 어르신들은 자녀분들에게 배고프다거나 아프다는 표현을 안 하세요. 반면에 이곳에 오시면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다른 분과 어울리며 경쟁을 하고 의지가 생겨요. 경쟁하는 것도 삶의 의지에요. ” 

마지막에 쌓을 추억이 이곳이라면
 
“사람은 언젠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세상과 마지막 준비를 해요. 즐거운 추억을 갖고 가셔야 하잖아요. 이분들이 마지막에 쌓을 추억이 이곳이라면, 저희를 자식처럼 생각해주시고 이곳을 내 집처럼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세상이 다 이분들을 포기해도 우리만 포기하지 않으면 돼요. 이곳은 인간적인 삶을 하루라도 연장해 주는 역할을 해요. 모든 분이 만족하실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어요.”

이 또한 지나가리
 
“어르신을 모시고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한 노부부를 만났어요.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모시고 오시다 한숨을 쉬시며 같이 빨리 영면하셨으면 하고 말씀하셨죠. 할머니는 치매가 심하셨고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누군가에게 맡기는 걸 망설이고 계셨어요. 먼저 대화를 시도했고 할머니가 시설에 오신지 1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어요. 할아버지는 저희 덕분에 사신다고 하세요. 지나고 보니 느끼는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어요. 하늘은 항상 견딜 수 있을 만큼의 시련을 주세요. 센터를 운영하며 적응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목표는 버스 여행
 
“오시는 분들이 고맙다는 말씀을 많이 하세요. 듣고 싶은 말은 무언가 원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런 것도 삶의 의지이기 때문에 원하는 걸 들어드리려 해요. 벚꽃이 필 때와 단풍이 들 때 어르신들과 나들이하러 가요. 너무 좋아하시지만, 화장실과 식당 이용에 한계가 있어요. 목표는 리프트가 있는 버스를 대여해 어르신들과 여행을 가는 거예요. 1년에 한 번씩 개인 사진앨범을 만들어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사진이 큰 추억이 되니까요. 저희 옥천노인주간보호센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많은 어르신분이 본인과 가족들을 위해 활동을 하시고 사람을 만나셨으면 해요. 다른 복지시설을 가시더라도 좋으니 용기를 내셨으면 좋겠어요.”

주소|충북 옥천군 옥천읍 삼양로 93, 연락처|043)733-1055, 운영시간|08:00~18:00     / 이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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