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과 암의 관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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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과 암의 관계에 대하여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3.12.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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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무호흡증인 사람은 코를 골면서 잠자는 도중에 한동안 숨을 쉬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폭발적으로 호흡을 재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이라고 하는데, 목부위 조직이 비대하여 기도가 좁아진 상태에서 잘 나타나며, 수면 중 근육이 이완되고 혀가 뒤로 들어가 기도를 막게 되면서 한동안 호흡을 하지 못하는 현상이 수시로 발생한다. 

이렇게 호흡이 정지되면 혈중 산소농도가 떨어지는데, 이때 뇌에 비상신호를 보내 수면에서 깨어나도록 하여 다시 호흡을 재개시킨다. 이러한 현상은 수면 중에 100회까지도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수면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수면 중에 발생하는 돌연사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폐쇄성무호흡증은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대사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폐쇄성무호흡증 환자에게서 암의 발생률이 높고, 암으로 인한 사망률도 더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수면 중 호흡이상과 그로 인한 저산소증이 암을 진행시킬 위험을 증가시키고, 암으로 인한 사망위험을 5배나 증가시킨다.

최근에 이루어진 84,915명을 대상으로 하는 12개 연구를 분석한 메타 연구를 소개하면, 폐쇄성 무호흡증을 갖는 사람에게서 암의 발생률이 매우 현저하게 높았는데, 무호흡증의 정도가 중간 정도나 심한 그룹이 가벼운 증세를 갖는 그룹에 비해 더욱 발생률이 높았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의 정도가 심한 집단은 모든 종류의 암발생과 독립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구들을 보면 폐쇄성수면무호흡증은 암종에 따라 암의 발생위험이나 공격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동맥혈의 산소포화량 수준이 90% 미만으로 보낸 시간이 길수록 암의 성장 등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이러한 저산소증이 간헐적 형태로 진행될수록 암의 성장과 공격성에 위험요인으로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저산소유도인자(HIF)라는 물질에 의해 대부분 조절되는데, 저산소유도분자는 염증이나 면역감시, 세포증식에 중요한 작용을 하는 물질의 합성을 조절한다. 

특히 간헐적 저산소증에 반응해서 저산소유도인자와 함께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의 경로가 활성화되면서 종양성장을 위한 신생혈관의 생성이 촉진된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즉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서 초래되는 산소결핍은 종양을 더욱 성장시키도록 하는 혈액 공급을 위해 신생혈관의 생성과정을 촉진시키는데, 이는 암의 진행을 더욱 활발하게 이끈다.  

또 최근 연구에 의해서 종양관련대식세포(tumor-associated macrophages)가 간헐적인 저산소와 수면 중 자다깨다를 반복하는 형태의 수면분절(sleep fragmentation)에 의해 더욱 암의 공격성을 높이는 종양촉진 표현형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음주와 흡연자의 경우에는 수면무호흡증, 그리고 암의 발생과 관계가 깊다. 담배 연기는 기도 내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염증을 유발하는 동시에 그 자체가 구강 및 기도, 폐 상피세포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특성을 갖고 있으며, 흡연이 암발생과 깊은 연관을 갖고 잇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구강암 진단을 받는 사람의 약 70%가 심한 음주자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알코올은 기도를 구성하는 평활근육을 이완시켜서 호흡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사건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을 이미 갖고 있으면서 잠자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알코올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진다.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이상은 비만한 사람에게서 더욱 자주 나타나며, 비염이나 스트레스 등도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과체중이라면 우선적으로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복부의 내장지방수준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음주나 흡연은 수면무호흡증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금주와 금연해야 하며, 정기적인 운동에 의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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