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겨울이 실감 날 정도로 눈이 쏟아졌다. 계속된 포근한 날씨에 속아 친구들과 약속을 잡았다. 큰 트리를 보러 갈까, 카페에 가서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셔볼까. 고민 끝에 연말 기념 해돋이를 보자는 결론이다.
포항까지 예상시간은 3시간, 운전대를 잡는다. 눈이 흩날리는 고속도로를 달린다. 차 앞 유리는 하얗게 얼어붙은 지 오래다. 길이 얼어 아슬아슬 미끄러운 영동을 지나 앞으로 향해갈수록 하늘이 반으로 갈라지기 시작한다.
오른쪽은 폭설이 쏟아지고 왼쪽은 해가 나서 하늘이 맑다. 빈속을 채우려 휴게소에 들러본다. 토끼 인형이 매달린 인형뽑기 기계를 구경하다 간식거릴 산다. 바람이 차가워 차로 달린다. 강풍 덕분에 속도를 내면 차가 흔들린다. 핸들을 잡은 손에 식은땀이 난다.
포항에 가서 뭘 할까 이야기하다 글램핑으로 계획이 바뀐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낭만에 젖어 경주로 차를 튼다.
말이 좋아 글램핑이지 영하 10도에 텐트에서 야외 취침이라는 건 잊은 지 오래다. 경주에 가까워질수록 해가 쨍쨍해진다. 큰 마트를 찾아 삼겹살부터 목살, 소시지와 과자, 라면, 이번 글램핑의 하이라이트인 마시멜로까지 챙긴다.
큼직한 마시멜로는 하얀 떡 같지만 구우면 치즈처럼 늘어나고, 솜사탕 같은 맛이다. 살짝 그을려 익히면 어렸을 적 먹던 달고나 맛이 난다. 글램핑장 들어가는 길이 끝도 없는 산길이다. 손바닥 두 개만 한 난방기에 전기장판, 이불 두 개가 우리 셋의 밤을 데워줄 전부다.
사장님은 추워서 어쩌나 걱정을 하신다. 요금을 내면 피워주시는 숯불과 불멍 옵션이 있지만, 추위에 불을 피우실 엄두도 내지 못하신다. 빨갛게 언 손으로 버너를 챙기고 고기를 굽는다. 마트에서 얻어온 나무젓가락에 마시멜로를 꽂아본다. 마시멜로에 붙은 불을 흔들어 꺼가며 오늘의 겨울밤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