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28)
상태바
‘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28)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12.21 12: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순간 참으로 세상에는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에 상실감도 컸다. 그런데 다음날 폴 학장으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내용인즉 한국 학생이 폴 학장에게 NMC 간호대학에서 CUNY로 송금한 연수비가 얼마인지 보여달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서 폴 학장은 학생에게 “CUNY는 학생으로부터 받은 돈이 전혀 없다. 내 방에서 당장 나가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폴 학장이 학생의 무례함에 화가 많이 났었다는 말에 내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 얼굴 하나하나가 외교관 역할을 하는데 이게 무슨 망신인가 싶었다.

그런데 산업공단 이 국장도 전화해서 연수 간 일부 간호사들이 연수비 사용 내역서를 자기들한테도 보내 달라며 메일을 보내왔다며, 그럴수 없다는 답신을 보냈다고 알려왔다. 나는 괘씸하지만 어쩌겠냐고 오히려 공단 국장을 위로했다. 이 국장은 “학장님 같은 분이 아니었다면 공단으로부터 그런 연수비를 지원받을 생각을 누가 했겠냐? 덕분에 무료로 미국까지 가서 연수받는 학생들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참으로 맹랑하다.”고 한탄했다. 호주에서는 시위하고, 미국에서도 집단행동을 하고, 왜 우리나라 사람은 국내에서 걸핏하면 시위하던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나라 망신을 시킬까 하고 무척 마음이 아팠다. 그 후 나는 한동안 그 사건은 잊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개월이 지난 어느 날 X-treme 한국사무소 C 사장이 심각한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학장님께서 청와대 신문고에 고발된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깜짝 놀란 나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 C 사장의 말인즉  “뉴욕 CUNY에 간 학생 4명 이름으로 몇 달 전에 청와대 신문고에 학장님이 간호사를 미국에 팔아넘겼다며, 처음에 계약한 연봉 6만 불을 받지 못하고 병원도 아닌 너싱홈(Nursing Home) 에 취업했다는 등의 내용을 청와대 신문고에 올렸고, 청와대에서는 이를 심각한 사건으로 보고 검찰로 이첩하여 검찰이 사실 여부를 조사하도록 했답니다. 그런데 검찰에서 조사해봐도 그런 근거를 전혀 찾을 수가 없어 다시 경찰 로 넘겨 좀 더 철저한 조사를 해보라고 했고, 경찰에서는 관련된 기관과 이 사업과 관계있는 사람들을 불러 상당 기간 뒷조사를 했고 저와 L사장한테도 연락이 와서 L 사장은 미국에 있어서 가능한 방법으로 조사받겠다고 했고, 저는 지금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나오는 길입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있습니까? 학장님이 간호사들을 위해 얼마나 헌신하셨는지 L 사장과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경찰이 제게 하는 말이 검찰과 경찰이 수개월 인력공단을 비롯하여 모든 관계자와 정보들을 샅샅이 뒤져 조사했는데도 지금까지 그런 정황은 하나도 나온 게 없어서 허위신고인 것 같아서 저를 마지막으로 조사하고 종료하겠다고 했더군요.” 온몸의 힘이 빠졌고, 배신감에 치가 떨렸다.

L, C 사장은 이십 대 후반의 젊은이들로 우리 아들 또래였다. 미국에서 학교를 나와 한국에서 간호사 인력 송출 사업을 처음 하려던 그 두 사람이 나를 처음 찾아 왔을 때 L 사장은 한국말이 서툴러 영어를 섞어 써도 되겠냐며 손수건으로 연신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느라 정신이 없을 만큼 순진하고 순수한 젊은 사업가였다. 나는 큰아들과 비슷한 그 두 젊은이가 그렇게 열심히 성실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기특하고 이뻐서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호주 대학 과 교류를 가질 때라서 그 두 사장과 미국 취업사업을 할 수도 없었기에 상황이 되면 같이 일해보자며 막연한 말만 했을 뿐이었고, 그 둘은 가끔 인사차 들르곤 했다. 나는 그때마다 내 큰아들 생각이 나서 밥은제때 먹고 다니냐고 꼭 물어보고 밥을 챙겨 사주고는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이 내게 와서 뜻밖의 말을 했다.

“학장님 저희는 이제 한국에서 철수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사업 못 하겠어요. 제가 미국에 갈 한국 간호사를 리크루트하러 왔다고 하면 만나는 사람 모두가 간호사를 소개하면 한 사람당 얼마를 주겠느냐 혹은 그 대가로 당신은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며 하나같이 돈을 요구해요. 저희는 한국에서 뒷돈까지 주며 사업을 하느니 차라리 미국에 가서 깨끗하게 사업을 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뇌물성 돈을 거래하다가 저희도 걸리면 감옥 가잖아요. 그래서 사업을 접기로 했어요.”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미국 사업파트너를 구한다면 바로 저런 올바르고 정직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해야겠구나, 생각하고 그 자리에서 말했었다. “미스터리, 한국에 다 그런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니 한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생각은 일단 보류해요. 나도 그런 사업파트너를 찾고 있었는데, 안성맞춤으로 우리가 만났네요. 우리 대학에서 곧 NCLEX-RN 과정을 마친 미국 취업 간호사를 보낼 계획이니까 내가 제시하는 한 가지 조건만 맞으면 미국 간호사 취업 담당 파트너로 할 수 있어요.”그렇게 인연이 연결된 것이었다. 어쨌든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으니 이것으로 된 것 아닌가 하고 스스로 위로했다. 이 사장은 10여 년이 지나 뉴욕공항 라운지에서 차를 마시며 내게 그런 말을 했다. “한국에서 학장님처럼 어떤 요구 하나 없이 깨끗이 도와주신 분은 없었어요. 저희가 그렇게 말하면 오히려 듣는 사람들이 설마 하고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어요. 말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겠지 하는 표정들로요. 그럴 때가 학장님께 제일 죄송했어요. 학장님께서 그간 저에게 말씀하신 대로 한눈팔지 않고 정직한 사업가가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학장님은 그동안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 제 인생의 멘토였습니다. 제가 학장님을 알게 되어 같이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자 축복이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