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라고 하면 쉽게 연상되는 것은 ‘살’과의 전쟁이라는 단어이다. 또는 체중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보다 중요한 두 가지의 전투에서 이겨야만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다.
하나는 인슐린저항성과의 싸움이다. 인슐린은 인체의 여러 세포막에 위치하는 인슐린수용체와 결합하여 혈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도와주는 작용을 한다. 인슐린저항성이란 인슐린이 췌장에서 분비되더라도 인슐린수용체와의 상호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여 혈당이 세포 내로 순조롭게 들어가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식후에 혈당은 자꾸 높아지며, 인슐린은 생리적으로 필요한 이상으로 분비되면서, 과잉한 인슐린에 의해 혈당은 지방으로 전환되어 자꾸 체지방이 증가하게 된다. 인슐린저항성이 지속되면서 혈당이 높아지고, 다시 인슐린이 과잉하게 분비되는 악순환이 거듭되면 비만해지거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높아지는 것이다. 인슐린저항성을 초래하는 가장 큰 환경적 요인은 운동부족과 비만, 특히 복부비만이며, 유전적 요인도 작용한다.
그러므로 반드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데, 이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근육이다. 특히 요즈음 엉덩이와 허벅지근육이 강조되고 있는데, 특히 근력운동을 통해서 근육을 강화시키는 것이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당뇨병은 물론이고 심질환, 뇌졸중, 고지혈증과 같은 합병증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고 만다. 물론 인슐린저항성은 여러 심각한 질환의 뿌리가 되기도 하지만, 오전 중이나 점심을 먹고 나서 찾아오는 피로감과 식곤증, 권태감, 우울증과 같은 정신 신경학적인 문제도 초래한다. 인슐린저항성은 비만을 초래하면서 지방조직으로부터 호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도록 하며 연쇄적으로 인슐린저항성을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그로 인해서 인슐린저항성이 진행되고, 전반적인 면역기능도 저하한다. 비만으로 인해 각종 심장순환계 질환이나 당뇨와 같은 대사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각종 암의 위험도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부에 지방이 늘어나면서 인슐린저항성과 함께 증가하는 것은 렙틴저항성이다. 원래 렙틴은 뇌시상하부에서 신경펩타이드Y라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여 식욕을 억제한다. 또 지방조직에서 지방의 분해를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정상적으로 인체는 칼로리섭취가 늘어나고 체지방이 증가하게 되면 지방세포로부터 렙틴의 분비가 증가하면서 포만감을 느껴서 더 이상 음식을 그치게 된다.
그러나 비만한 사람의 경우 만성적으로 시상하부에서 렙틴과 결합하는 렙틴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지고, 그로 인해 식욕이 잘 억제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를 렙틴저항성이라고 한다. 이렇게 렙틴저항성이 생기면 렙틴의 혈중 수준이 항상 높은 상태가 된다.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 정상적인 상태보다 렙틴의 혈중 수준이 더 높아져야만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 혈중 렙틴수준은 약 2~3주 동안의 정기적인 운동, 즉 주당 3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의 가벼운 운동에 의해서도 현저히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렙틴저항성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어도 6개월 이상 꾸준한 운동과 식이조절이 필요하다.
대부분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이 2개월 또는 3개월 동안 체중감량에 성공하였다가 이후에 다시 점점 살이 찌게 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즉 단기간에 체중을 5kg 또는 10kg 빼고 나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렙틴저항성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이므로 다시 점점 살이 찌는 요요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인슐린저항성과 렙틴저항성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하며 그 싸움에서 이기려면 적어도 6개월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