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묘순 작가 정지용 시인의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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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순 작가 정지용 시인의 기행
  • 김묘순 충북도립대 겸임교수
  • 승인 2023.12.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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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멍거지 
「부산(釜山) 2」에 쓰인 우멍거지를 읽고

빗소리에 풀밭만난 양처럼 행복스러워진 정지용은 일행을 깨워 영도 나루터로 나간다. 
  똑딱선은 그가 일본 유학시절처럼 퐁퐁퐁 소리를 낸다. 50만 부산인구의 가가호호가 깡그리 음식점으로 보이듯이 음식점이 무지하게 많다. 해안지대 좌우로 ‘하꼬방’이 즐비하고, 일본식 요리집이 무수하다. 생선을 길에 쌓아놓고 회로 팔며, 길에서 생선 배를 쪼개고 창자를 끄집어내서 말릴 생선을 다듬는다.  
  여기서 정지용은 우멍거지를 산다. 정지용이 「국도신문」 1950년 5월 13일에 발표한 「남해오월점철4, 부산ㆍ2」에는 ‘멍기’, ‘우멍거지’, ‘우흠송어’라고 적어 놓았다. 
  그러나 이것들은 ‘우렁쉥이’, ‘멍게’를 뜻하는 것이리라. 원래 ‘멍게’는 ‘우렁쉥이’의 방언이었으나 현재는 두 개 모두 표준어로 삼아 쓰고 있다.    
  그러면 ‘우멍거지’는 무엇인가?
한국어사전에는 ‘끝부분이 껍질에 덮여 있는 성인 남자의 성기’로 적고 있다. 1971년 민중서관 발행 「포켓 국어사전」에는 ‘포경(包莖)’으로, 포경은 ‘귀두가 껍질에 싸인 자지’로 정의되어 있다. 이 글을 쓰며 정지용이 그 당시 적어 놓은 ‘멍기’, ‘우멍거지’, 우흠송어‘가 무엇인지 궁금해 사전을 찾아보다가 ‘우멍거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멍게’는 ‘멍청한 게’에서 온 말이 아니고 ‘우멍거지’라는 순우리말에서 유래하였다. ‘우멍거지’는 조선시대에 성인 남성의 성기를 이르는 말이었다 한다. 즉 성인의 성기가 가죽으로 덮여있는 것으로 포경상태를 이르는 순우리말이라는 것이다. ‘우멍거지’가 민망했던 사람들은 ‘멍거’만 떼어 사용하다가 ‘멍게’로 발음하기 쉽게 변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설이다. 
  멍게는 어릴 때 올챙이처럼 살다 자라면 단단한 바위에 몸을 부착시켜 식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산다. 입, 항문, 심장, 위장, 생식기가 있는 동물이다. 멍게는 물을 받아들여 플랑크톤을 섭취한 후 물을 싸버린다. 껍질로 싸인 멍게가 물을 싸버리는 모습이 껍질로 싸인 음경이 오줌을 싸버리는 모습과 비슷하기에 우멍거지라 했다고 한다. 어찌되었건 선조들의 해학과 익살이 잔뜩 묻어난 이름임에는 틀림없다.
  이러니 우멍거지에 대한 우스운 이야기들이 여기저기 떠돈다. 여기 이 우스운 이야기 하나 적는다.
  1970년대 후반, 농담 즐기고 술 좋아하는 A신문사 B교열부장의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B부장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사한 새내기 C여기자에게 
  “‘우멍거지’가 무슨 말인지 사전 좀 찾아보라.”고 말했다. 
  부장의 명령에 따라 국어사전을 들추던 여기자는 얼굴이 빨개졌다. 
  “어서 큰 소리로 읽어봐.”
  “부장님은 짖궂으시기도 하셔.”
  “이건 명령이야! 큰 소리로 읽어.”
  머뭇거리던 여기자가 부장의 엄격한 명령을 거역할 수 없어 큰 소리로 읽었다. 
  “어른들의 까지지 않은 자지.”
  긴장되어 조용하던 신문사 편집국에 갑자기 폭소가 터졌다.
  정지용의 ‘우멍거지’라는 용어 때문에 종일 사전을 뒤적거리고 인터넷도 검색하며 하루가 저물었다.

5. 소년 콜럼버스 
「부산(釜山) 3」의 부산항에서 

  제국주의 일본이 물러간 부산항 부두로 정지용 일행은 발을 옮긴다. 쪽발 딸가닥거리던 소리, 장화 뻐기던 소리, 군도 절그덕거리던 소리가 물로 씻은듯 갔다. 부두 바닥에 깔린 침목이 마룻장 빠지듯 빠지고 시멘트 바닥이 나와 황량한 폐허가 된 것을 보고 정지용은 제국주의 일본의 부산부두는 이 꼬락서니가 된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미 주둔군 시절, 그들의 빨래를 빨아주던 소년들이 빨래와 함께 미국 기선에 숨어들어 샌프란시스코에 상륙했는데 미국경관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300~500달러씩 생겼다. 소년들은 다시 그 배로 정식무임회향하고 이 달러를 밑천으로 유수한 부산의 사업가가 되었다. 이들의 모험성을 정지용은 '소년 콜롬버스'라고 칭하며 ‘조그만 우스운 이야기’라고 이름하였다. 그리고 부산항이 무수한 선박들의 호화로운 출범과 나폴리 이상으로 훌륭하고 아름답게 될 것을 기원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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