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의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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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의 기행
  • 김묘순 충북도립대 겸임교수
  • 승인 2024.02.2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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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서)

통영

통영과 한산도 일대 풍경 자연미를 나는 문필로 묘사할 능력이 없다. 더욱이 한산섬을 중심으로 하여 한려수도 일대의 충무공 대소 전첩기를 이제 새삼스럽게 내가 기록해야 할 만치 문헌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우리가 미륵도 미륵산 상봉에 올라 한려수도 일대를 부담할 때 특별히 통영 포구와 한산도 일폭의 천연미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라 단언할 뿐이다. 이것은 만중운산 속의 천고절미한 호수라고 보여진다. 차라리 여기에서 흐르는 동서지류가 한려수도는커니와 남해 전체의 수역을 이룬 것 같다.
 - 정지용의 「통영5」 중에서 -

8‧15 해방 이후 시인 정지용(1902~1950)은 부산에서 통영을 거쳐 진주를 여행하면서 18편의 기행문을 써 이를 「남해오월점철」에 묶어 남겼다. 그 중 통영에서는 청마 유치환 선생의 인내를 받아 제승당, 충렬사, 미륵산 등을 둘러보며 6편의 기행문을 썼다. 특히 이 중 ‘통영 5’는 미륵산에서 한산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시인으로서 느낀 점을 너무나 진솔하고 생생하게 표현하여 지금도 이 글을 읽으면 그 때 이곳에 서있던 선생의 모습이 그려진다.

선생의 고향 충북 옥천에서 보내 온 생가터 흙을 시비(詩碑)속에 함께 묻어두었다. 정지용의 약력을 시비 아래 금동으로 간략히 소개하고 좌대에는 나침반 모양으로 지명과 도시의 이름을 표기하였다. 마치 정지용이 그렸을 혹은 그리워하였을 자아 세계관의 확대인양. 박철석은 「한국현대시인 연구 유치환」에서 6 · 25 동란이 일어나기 직전 5월 초순 부산 미공보원에서 정지용을 보았다고 한다. 보도연맹이 주최한 ‘문학의 밤’ 전국 중요도시 순례 중에 시낭송을 하였는데 “정지용이 무슨 시를 낭송하였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다”, “정지용의 인상은 아래위로 싱글로 검은 나비 넥타이를 매고 작은 키에 검은 테 안경을 쓰고”, “당시 마산에서 발행한 「낙타」라는 얄팍한 시동인지에서 정지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고 말한다. 경인년 5월 10일 청마의 청령장에서 정지용이 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전문을 붓으로 쓰고 청계 정종여 화백이 모란 묵화를 그렸다는 시화. 이 시화를 완성해 놓고 흐뭇해 하셨을 청마, 청계, 지용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정녕, 그들은 어디로 가고 있으며 어디로 가야 그들의 흔적은 찾아 지는가? 그들도 낙타처럼 숨어있거나 사라졌는지도 모를 일인가? 연일 발표되는 미세먼지에 대한 중압감에서 나의 행동반경이 가위눌리고 주눅이 든다.

13. 도리질 
「통영(統營) 6」을 보니 마음이 앞서고 

통영 영해에 일본인 밀어선이 판을 친다. 전파탐지기로 우리나라 천연자원을 훔쳐간다. 멸치 잡을 그물 얽을 기술이 없어 그물도 일본에서 사온다. 캔에 넣어 가공할 공장도 없다. 통영 어업 기술을 위하여 국가의 관심을 유도할 국회투사가 필요하며 수산중학교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정지용은 서술하고 있다. 정지용처럼 시를 잘 쓸 수는 없는가. 마음이 앞서는 날이 많다. 속이 시끄러운 날도 있다. 이런 날은 파도타기를 하며 유명한 시인의 트위터를 들여다본다. 그럴 때면 영락없이 충격을 받는다.

그들의 생경함이나 용감함이거나 한쪽으로 너무 기운듯한 생각 속에서 알 수 없는 도리질을 해 본다. 이것이 글이고 이게 시이고 이들이 문학이란 말인가. 밤새도록 바람이 이는 대로 그네를 탄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도 나를 이해 못하듯 나도 그들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러나 세상사는 이야기를 어쩌면 그렇게 매콤하게 상큼하게 풀어 놓았을까? 가끔 그 글들 앞에서 전율하고 만다. 그리고 기죽어 하룻밤을 꼬박 새운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익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이란 잘 쓰려고 하면 할수록 기교만 떨고 멀리 달아난다. 적어도 내 경우는 그렇단 말이다. 그렇다고 쉽게 쓰려 한다고 바짝 다가오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아예 멀뚱멀뚱 아는 척도 안 한다. 새벽 세 시가 다가온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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