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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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솔 기자
  • 승인 2024.02.2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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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 꽃농사로 얻은 꽃다발을 새벽공기에 말리고 있다.
일년 꽃농사로 얻은 꽃다발을 새벽공기에 말리고 있다.

 

옥천에 이사 오고 전주인이 두고 간 닭을 돌보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던 때가 있었다. 다친 병아리를 치료하러 갔던 병원에서 어미 잃은 하얀 고양이 한 마리가 나의 첫 고양이가 되어줬다.

첫인상부터 아파 보이던 외모에 앙칼지게 내 손을 물기 바빴던 고양이는 어느새 나의 전부가 됐다. 제일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야옹이라는 임시 이름을 지은 것이 끝내 진짜 이름이 되었다. 매일 하루 끝에서 마당을 산책할 때면 어깨에 올라타 걸음을 옮기는 족족 풍성한 꼬리를 흔들었고, 잠을 잘 때면 나의 다리를 꼭 끌어안고 잠을 청했다.

어머니와 산을 가면 오랜 등산을 쫄래쫄래 쫓아오고 농사일이 길어지면 해가 지고 비가 와도 곁을 지켜줬던 첫 고양이, 어느 날은 선물처럼 아가 고양이 다섯 마리를 낳아주기도 했다. 소중했던 첫 고양이는 작년 가을을 넘기기지 못하고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야옹이가 낳은 고양이 네 마리는 여전히 내 곁을 지켜주고 있다. 고양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고양이 정원, 야옹이가 떠난 자리에 남아 여전히 정원을 그린다. 바지런히 농원을 방문해 꽃을 심는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가득해질 정원에서 햇살을 즐길 고양이들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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