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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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36)
  • 옥천향수신문
  • 승인 2024.03.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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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난 2년간 시행한 5개 대학 구조조정은 말이 통폐합이지 실제로는 같은 재단 내 전문대의 정원감축만 했을 뿐, 양쪽 캠퍼스와 교수들은 그대로 유지하는 형태의 구조조정으로서 어느 쪽도 폐교는 없는 무늬만 통폐합이었다.

그러나 NMC와 성신과의 통폐합은 말 그대로 NMC는 해산절차를 밟아 폐교하고, 국립이므로 모든 학교 토지, 건물 등 자산과 예산은 국가에 귀속시키고, 학생 정원수만 인정해주면 교직원까지 그야말로 그간 정부가 지향하던 진정한 의미의 구조조정을 하는 것인데 안 될 게 뭐 있냐. 내가 하고자 하는 통폐합이야말로 무늬만 통폐합이 아닌 실제적인 구조조정을 해서 국가 예산을 아낄 수 있는 통폐합인데 오히려 이를 앞장서서 촉구할 교육부가 법적 근거만 운운 하며 못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 교육부야말로 이 건으로 대학 통폐합의 모범이 될 거라고 설득했다.

사실 법 아니면 꿈쩍도 하지 않는 공무원들에게 심사위원으로 법적 기준도 잘 알고 있는 내가 법적 근거도 없이 국립, 사립의 통폐합을 주장하는 자체가 무리라고 생각되어 내심 미안했다. 내 설득이 억지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대학의 명운이 달린 일이었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본부장을 맡고 있던 곽창신 국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법에도 없는 국립대를 사립대에 통폐합시킨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고, 더군다나 대학 정책국에서 못하겠다고 거부한 일을 같은 교육부끼리 구조조정 본부가 맡아 한다는 것도 참으로 난처한 일이다.” 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다른 부서가 미처 못 하는 이런 일을 맡아 하라고 교육부에 특별히구조조정본부라는 이름으로 발족한 기구이니 이런 구조조정이야말로 본부장이 직을 걸고 반드시 해내야 하는 것 아니냐?” “학장님이 우리 구조조정 정책사업인 5개 대학 통폐합 업무를 그동안 너무 열심히 해주셨고 또 논리적으로는 백번 맞는 말씀이니 NMC통폐합 건을 어렵지만 한 번 고민해보겠습니다.” 떼를 쓰다시피 설득을 하면서도 국립대를 사립대에 통합시키는 일은 전례가 없어 예스를 받아내기가 어렵다고 각오했었는데, 일단 긍정적 신호를 받았다는 것만 해도 믿을 수 없는 반응이었으니 일단 첫 삽 뜨는 일은 성공이었다. 국장으로서 본인이 책임진다는 희생적인 각오 없이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일임을 잘 아는 나였기에 그 용기에 더욱 감사했다.

세상에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이 벌써 들 정도로 가능성이 점쳐졌다. 무엇보다 많은 동문을 설득하느라 시간을 많이 소비한 터라 2006년 말까지 모든 구조조정 절차를 끝내고, 2007년부터는 성신에서 입학생을 선발해야 한다는 초조함 속에 나온 긍정적 신호였기 때문이다. 이제 또 하나의 관문은 복지부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교육부 구조조정본부가 NO를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복지부와 국립의료원장을 설득하는 데는 천군만마 같았다.


 2006년 1월, 국립의료원에 원장이 새로 취임했다. 전임 원장 때 결정 되었던 간호대학 폐교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취임한 신임 원장은 간호대학이 성신과 통폐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반대로 일관했다. “왜 하필이면 내가 원장이 되고 성신으로 가겠다는 겁니까? 의료원이 간호대학에 무슨 잘못한 것이 있어서 떠나려고 하시는 건가요? 이제부터 잘할 테니 그냥 같이 지내시지요.” 반대 이유는 단순히 간호대학이 본인 원장일 때 문 닫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공무원으로서 단순 논리로 나를 설득하려는 K 원장에게 그간 수차례에 걸쳐 발생했던 간호대학 구조조정 사건과 그에 이어 네 번째 제기된 2006년 예산 폐지로 신입생 모집 중단이 있었던 사건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교육기관인 간호대학은 한창 자라나는 꽃다운 학생들이 배우고 꿈을 키우는 곳이다. 우리의 입장과 필요 여부에 따라 학교 존폐문제를 흔들어대고 입맛에 따라 결정해서는 절대 안 된다. 원장님이나 나나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에 불과하다.

이 일은 우리의 필요에 따라서가 아닌 학생들의 입장에서 영구적인 학교의 발전을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야 한다. 만일 원장님 딸이 NMC 간호대학에 다니고 있다면, 걸핏하면 정부가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흔들어대는 이 학교에 다니게 하고 싶겠냐, 아니면 안정적이고 영구적인 학교에 다니게 하겠냐, 공무원 원장으로서 입장이 아닌, 학부모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보시라. 우리는 오직 학생들 편에서 그들의 대학이 상아탑으로서 영원한 모교가 될 수 있도록 학교를 이끌어줄 책임이 있다.” 그렇게 K 원장의 무조건적 반대를 잠재울 수 있었다.유시민 장관 : 대학이라고 구조조정 못 할 것 있나요?문제는 복지부 고위공무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왜 하필 내가 있을 때 간호대학이 성신으로 가려는 것이냐는 K 원장과 똑같은 논리로 나를 만류했다. 모두 앞뒤가 모순이었다.

그렇게 간호대학이 문 닫는 것이 아쉽고 중요하면, 대체 왜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복지부 또는 기획예산처에서 폐교 문제가 공공연하게 거론되고 시행 직전까지 가게 두었느냐고 따졌다. 수시로 바뀌는 공무원들의 인사로 인해 달라지는 그들의 정책과 말에 따라 춤추다가는 간호대학은 어느 날 쥐도 새도 모르게 또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처지임을 나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복지부 공무원들은 바빠서 자기들 맡은 일도 시간이 없어 쫓기는 판인데, 우리 대학 통폐합 문제까지 교육부와 협의 하자니 부담을 느꼈다.

사무관부터 정책실장까지 의견이 비슷했다. 그러나 복지부 예산으로 운영되는 NMC 간호대학이 복지부의 동의 없이 교육부 허가만으로는 성신과 통합문제를 논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적 인 우리 대학의 문제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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