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원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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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원 나들이
  • 이진솔 기자
  • 승인 2024.03.1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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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무릇 구근을 골라 담아주시는 어머니의 손
꽃무릇 구근을 골라 담아주시는 어머니의 손

어느새 봄, 먼지떨음(걸어 두었던 옷의 먼지를 떤다는 뜻으로, 오래간만에 나들이하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농원을 찾았다. 겨우내 옹그리던 묘목은 봄이 온 걸 느꼈는지 새순들을 틔우기 바쁘다. “지금 사고 싶은 나무 골라 넣으면 모르는 척 계산할게!” 부모님과 함께한 시간이 줄어든 만큼 괜히 웃음엣말을 건네본다. 어머니와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으며 농원을 둘러본다. 이른 시간이 무색하게 많은 사람이 수레를 끌며 나무를 고른다. 부모님 마당과 내 정원에 나눠 심을 작약꽃부터 눈으로 담아놓고 안으로 들어가며 막힘없이 나무를 고른다. 농원 직원분도 바지런히 뒤를 따르며 내가 고른 나무를 뽑아 챙겨주신다. 밥알 모양 꽃이 핀다는 박태기나무로 시작해 백목련과 자목련, 나오는 길에 미리 눈에 담아뒀던 작약꽃도 잊지 않는다. 다음 농원에서는 푸르스레한 황금측백과 야옹이를 묻은 자리에 심을 반송을 산다. 야옹이가 가장 좋아하던 나무, 이제야 이별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됐다. 너무 머지않은 미래에 다시 만날 수 있길. 마지막으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농원이다. 매화 중 가장 빨리 꽃이 핀다는 설중매, 여름에 붉은 꽃을 피워내는 목백일홍 다이너마이트, 수수꽃다리와 불두화를 수레 가득 싣는다. 나오는 길에 꽃무릇 구근도 한 봉지. 꽃을 피워 낼 4월이 유별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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