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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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37)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03.14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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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쩔 수 없이 복지부의 빠른 결정을 위해서는 톱다운 방식으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유시민 장관을 만나 담판을 짓기로 했다. 

 유시민 장관은 캐릭터상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일반 공무원들과는 달리 진보적인 생각의 소유자로서 내가 원하는 답을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관실을 찾았다. 

 나와 장관이 면담할 때 간호대학 문제와 관련된 관계자들과 장관 비서관까지 동석해줄 것을 청했다. 장관의 결정을 직접 그들이 청취함으로써 일을 쉽게 풀어낼 생각에서였다.

 장관에게 NMC 간호대학이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이제 더는 국립대학으로서 안정적인 발전은커녕 걸핏하면 구조조정에 시달려야 하는 대학은 이미 교육기관으로서의 생명을 잃었다. 2006년 말까지 정형근 예결위원장과 약속한 대로 알아서 해결책을 찾겠다고 했는데, 복지부에서 국립대가 사립대와 어떻게 통폐합을 할 수 있느냐며 막고 있다. 

 복지부만 승인하면 교육부에서는 성신과 통폐합을 허가해주기로 얘기가 되어있다. 그러니 장관님이 결정을 해주시라.” 내 말을 듣고 유 장관님이 말했다.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회사를 비롯해 많은 기관이 구조조정을 하는 이 시대에 국립대학이라고 못할 것 있습니까? 할 수만 있다면 학생과 교수들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복지부에서 도와주세요.” 역시 내가 예상한 대로 유 장관님의 발상은 늘공들과는 다른 기발한 면이 있었다. 

 장관 말 한마디에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동석했던 담당 과장과 사무관들을 만나서 방금 장관님 말씀대로 즉시 통폐합 건을 착수하고 교육부와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들이 바쁜 것을 고려하여 시간이 걸리는 문제나 교육부에 요청할 서류, 또 곤란한 건이 있으면 내가 교육부와 소통하여 빨리 진행하도록 돕겠다고 했다. 실제로 나는 복지부와 교육부 중간에서 일이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촉진자 역할을 했다. 

 일이 진행될 때 복지부와 교육부가 의견이 맞지 않아 티격 태격하는 일이 생기면 내가 중간에서 이해를 시키고 중재 역할을 함으로써 내 시간표에 맞춰 일을 빨리 진행 시킬 수 있었다.
드디어 해냈다!

 복지부와 교육부의 부처 간 의견충돌이나 NMC 간호대학에 관한 이해, 절차상 조정 문제 등 의사소통 채널을 내가 맡게 되면서 통합작업은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성신과는 2006년 말 전까지 통폐합 문제가 결론 나야 2007년 신입생을 성신여대에서 모집할 수 있다는 초조함이 있었다. 복지부 L 사무관은 “정부가 특정 국립대학을 처음부터 어떤 사립대학을 찍어서 주는 형식으로는 할 수 없으니, 전국 대학교에 공문을 보내 공모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암담했다. 이제 2006년 말까지는 몇 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 절차에 따라 대학이 결정되면 언제 다시 새로운 재단 관계자와 학교 집행부를 만나 복잡한 협의와 조정을 거칠 수 있을지 암울했다. 하지만 국가기관이 거쳐야할 절차라면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바로 전국 대학교에 NMC 간호대학과 통폐합할 의향이 있는 대학은 신청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L 사무관은 우선 전화로 문의가 많이 오고 있는데, 대개 11개 대학 정도인 것 같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의료인 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간호대, 의대, 치대, 한의대 4개 학과는 정부의 허가 없이는 법적으로 신설은커녕 학생 증원도 할 수 없게 되어있다. 

 교육부 대학정책과장이 NMC와 성신과의 통폐합을 특혜로 보기 때문에 허가할 수 없다고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의 간호대학 신설은 그 대학에 큰 특혜를 준 것이 된다. 더군다나 간호대학은 취업률에서 최고였기 때문에 어떤 대학을 막론하고 전통과 역사가 있는 명문 NMC의 소식은 크게 구미를 당기는 일이었다.

 구체적으로 대학 이름을 물어보니 현재 간호학과가 이미 있는 큰 기존 대학도 취업이 최고인 간호학과의 정원 증원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관심을 보였고, 지방대학, 그리고 서울 소재 S, D 여자대학교들이었다.

 서울 시내 성신보다 규모가 큰 대학도 있었으나 그 대학은 교사, 교지 확보 측면에서 NMC 간호대학 2, 3학년과 신입생을 당장 2007년부터 수용할 수 있는 시설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몇 대학에서는 내게 직접 문의하기도 했다나는 고민이 컸다. 성신을 마음에 두고 2005년부터 진행해온 중요한 문제를 이제 서류 신청한 새로운 대학과 다시 협의를 시작해서, 몇 달 후 2007년도 입시를 치른다는 것은 원초적으로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학 통폐합 서류신청이 보통 복잡한 일이 아닌데 바쁜 대학들에 공연히 복잡한 서류 작성에 헛수고를 시키는 것은 양심상 도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전화문의를 해오면 그 대학에 솔직하게 “실은 내가 이미 선을 봐서 사귀는 신랑감이 있는데 부모가 다시 선을 보라 하니 어쩔 수 없이 선을 보기는 하지만, 내 마음이 쉽게 흔들릴 것 같지는 않다. 선을 보고자 하는 신랑이 장소에 나오느냐 마느냐 하는 것까지 내가 뭐라 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신청 여부는 그 대학의 자유의사이니 알아서 하시라.”고 나로서는 우회적으로 최대한 우리 학교 상황을 솔직하게 힌트를 주고 신청 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했다.

 소문이 퍼져서인지 눈치 챈 대학들은 알아서 포기했고 성신여대만 
이 신청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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