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의 기다림으로 얻는 천연염색의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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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의 기다림으로 얻는 천연염색의 ‘美’
  • 유정아기자
  • 승인 2016.10.2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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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칡잎, 아로니아 이용해 갖가지 천연색 만들어
교육청과 연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4개월 운영
농장서 생산된 아로니아 4.2톤 모두 직거래 판매

 

라온뜰 염색 & 아로니아 농장 박용규(57)·진영순(55)씨 부부.

■ 다시 고향으로

천연염색 지도와 아로니아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박용규(57)·진영순(55)씨 부부 귀촌 전 대전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27년간 입시학원을 운영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학원 교습시간이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되면서 고등학교 수강생들을 관리하기 어려워졌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후 중학교 수강생을 위주로 학원을 운영했지만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느끼고, 오후시간에 치중돼있는 업무시간도 몸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남편 박씨는 고향 옥천군 군북면으로 돌아와 자연속에서의 삶을 누리고자 결심했다.

아로니아 농장 박용규 대표.

■ 운명처럼 만난 ‘아로니아’

이들 부부는 귀촌 후 본인들이 재배하기 적합한 작물들을 찾기 위해 여러 작물에 도전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농사일에 매진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남편 박씨는 “지금까지 해오던 학생지도 일을 해오면서 농사일을 병행했다. 처음 해보는 일에만 매진하면 수익과 생활유지에 위험부담이 클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복숭아, 천마, 검은콩, 감까지 시도해봤지만 기후가 맞지 않거나, 손익분기점을 넘지못해 번번히 포기하는 일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 작물들을 재배하면서 이곳이 관내에서도 서늘한 기후라는 것을 알게됐다”라며 “기후에 맞는 작물을 찾다보니 아로니아가 추운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라는 것을 보고 시도했다. 때마침 군에서도 지원사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5년전부터 아로니아 농사를 자연스럽게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박씨는 “남들 따라서 ‘돈 된다’는작물을 심을 것이 아니라 여러 작물을 분산 재배해보고 기후에 맞고 경쟁력있을만한 것을 찾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아로니아 생과.

■ 안 보여도 쌓이는 신뢰

최근 몇 년전부터 아로니아에 대한 효과가 알려지고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항산화(노화방지)효과와 항암효과, 시력회복, 혈류개선 등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아로니아는 특히 건강관리에 예민한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

남편 박씨는 “암 투병이후 항암효과가 좋다는 아로니아를 찾기위해 직접 온 손님이 있었다. 그분은 그날 수확한 아로니아를 보고서도 그냥 가시고 다음날 다시 수확하는 모습을 직접 보고 제품을 사가셨다”라며 “품질 좋은 아로니아 생산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에서 오는 손님들이 몇몇 있다. 이런 분들이 언제와도 품질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조금의 제품 하자도 용납하지 않는다. 아로니아 관리를 위해 고랑마다 부직포를 깔아놓고 저온창고에 들어갈땐 전용 신발을 신고 소독한다. 떨어진 제품이 아까워도 모두 버려 최고의 제품들만 소비자에게 전달한다”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부터 신뢰를 만들고 있다. 제품을 받아봤을때 소비자들도 이러한 노력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 “품질 자신있어 가격경쟁 안해”

타 작물에 비해 단위가격이 높았던 아로니아는 군 지원사업으로 선정되면서 공급량이 많아졌다. 달달한 블루베리는 어린이와 노인층까지 전 세대에 호불호가 나뉘지 않고 선호되지만 아로니아는 특유의 씁쓸함과 떫은 맛에 수요층이 한정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량의 증가는 가격하락을 가져왔다.

그러나 남편 박씨는 지나친 가격경쟁은 오히려 농가의 노력을 보상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품의 품질을 낮춰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수있다는 생각을 고수했다. 박씨는 “타 농가들에 본인 농장의 아로니아가 비해 몇천원 더 비싸다. 직거래로 전화문의를 해오던 고객들이 10명 중 7명이 비싸다며 끊었다. 불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됐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라며 “본인이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면 알아봐주는 손님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품질 높은 아로니아 재배기술을 배우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2년간 교육받았다. 이외에도 전국 어디든지 아로니아 교육을 진행하는 곳에 박씨는 빠지지 않았다. 박씨는 “배움에 투자하는 것에는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라며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생산성 높은 아로니아를 재배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아로니아 농장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원받은 미생물로 화학제품을 대신하고 있다. 친환경 무농약, GAP인증을 받았으며 현재 280여개의 거래처가 연결돼있다.

박씨는 “제초제를 뿌리면 관리쉽지만 간접적으로 다 영향이 간다고 생각한다. 생산자와 고객 이상의 관계로 생각하고 아로니아를 관리한다”라며 “식구들도 걱정없이 먹을 수 있다는 자부심으로 버텼다. 1kg에 1만2000원인 아로니아 생과는 올해 2월엔 없어서 못팔았다”라고 말했다. 아로니아는 분말, 원액, 잼, 생과 형태로 판매중이다.

 

■ “확실한 손익계산 필요”

이들 부부가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하면서 초반엔 2500여평의 부지를 관리했지만 오히려 인건비 부담이 컷다. 남편 박씨는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900여평의 토지만 남겨두고 처분했다.

박씨는 “규모가 크진 않지만 인건비가 줄었고, 아로니아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생산성을 높였다. 수확기에만 일손을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농장에서 생산되는 4.2톤의 아로니아를 모두 직거래로 판매한다. 개인 블로그, 홈페이지, 스토어팜 등 인터넷을 활용한 직거래를 하고 있다.

박씨는 “아로니아는 제주도를 포함에 전국 8도로 다 나가고 있다. 한번 팔고 끝내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신뢰가 쌓이면 손님은 찾아온다” 라며 “홍보비, 가공비, 홈페이지 관리비는 물론 택배비와 농산물 보험 등 신경써야할 것들이 많다”라며 “농장일을 하면서 꼼꼼한 손익계산을 하면서 관리해야한다. 무턱대고 규모만 크면 일만 많고 수익이 없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천연재료로 염색한 천을 말리고 있는 모습.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남편 박씨가 아로니아 관리에 집중하고 아내 진영순씨는 천연염색지도를 맡고 있다. 아내 진씨가 취미로 시작한 염색공부가 벌써 10년을 이어져 오면서, 원광대학교 복식학과 2년 재학한뒤 전문성도 갖게 됐다.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천연염색을 시작한후 충북공예대전에서 입상할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염색에 쓰이는 재료도 밤, 칡잎, 양파, 아로니아, 쪽 등 천연재료를 활용한다. 때문에 아토피 자녀를 위한 학부모들의 관심도가 높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일주일에 3일간 일반인 대상으로도 수업을 진행해왔다. 과정은 3개월과정으로 나눠져 취미과정과 전문가 과정으로 분류된다.

일반인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던 진씨는 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 하반기부터 초등학교 대상 염색지도도 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증약초등학교 학생들이 방문해 염색교육을 받는 것이다. 이 사업은 도비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으며 농가와 학생 모두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진씨는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에 시행된 자유학기제 등으로 더 많은 인기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한번 염색하면 색이 잘 나올때까지 열흘은 기다려야하지만 그 기다림도 설렘으로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직접 천연재료로 염색한 천.

■ “진작 귀농할걸 그랬다”

이들 부부는 귀농생활에 대해 더 빨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꼼꼼한 성격탓에 이들 부부가 지내는 모든 곳에 손이 안닿은 곳이 없다. 직접 내진설계한 튼튼한 집과 바닥에 꾸민 타일 조각까지 한곳한곳 정성이 들어가있다. 이들 부부는 내손으로 만들어가는 귀농생활을 즐기고 있다. 귀농이전 생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박씨는 “입시학원을 운영할땐 본인이 강사였지만 학생들이 불쌍했다. 수치화된 점수를 위해 기계화된 학생들을 다그쳤다”라며 “내가 아이들을 혹사시켰구나 반성도한다. 젊었을 때 이런 일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입시는 답이 있었지만 자연에는 답이 없다. 이제 그런 것을 떠나 아이들과 함께 고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정말 즐겁다”라고 말했다.

인간관계에서도 박씨의 리더십이 발휘됐다. 박씨는 증약초등학교 총동문회, 군북면 청년회, 향진장학회, 옥천군 친환경 아로니아 작목반까지 여러 모임을 주도하고 만들었다. 내년부터는 타지역에서 해오던 아로니아 가공도 직접 할 계획이다. 5명과 함께 법인을 만들고 가공공장을 준비중에 있다.

박씨는 “귀농생활에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훨씬 편하다”라며 “아로니아를 찾아주는 고객들과 후배들을 위해 교육사업을 진행하게된 것에 모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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