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담은 글자로 감동을 전하는 서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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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담은 글자로 감동을 전하는 서예 인생
  • 유정아기자
  • 승인 2017.04.20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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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거 김선기 선생에게 17 년간 전문 서예 배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3번 특선… 초대작가 선정
“붓을 드는 일이 이제 제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한 의사소통이 만연해지면서 정성을 담은 붓글씨는 박물관에서 볼법한 생소한 모습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 글자 한 글자에 글쓴이의 예술혼을 담아 어렵게 쓰인 글자들에게 마음을 뺏긴 이가 있다.

붓 하나가 삶의 일부가 됐다는 이세희(64) 서예가를 만나 서예인생 17년을 돌아보는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편집자주>

서예는 일반적인 붓글씨가 아닌 ‘문자를 소재로 하는 조형예술’이다. 따라서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글자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특히 다른 일반적인 글쓰기와 구별되는 서예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글을 쓰는 행위 그 자체에 중요성을 부과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서예의 역사는 3000년이 넘는다. 중국에서 한자를 대상으로 시작된 동양예술이지만, 우리나라의 서예도 20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내 서예의 경우 삼국시대부터 전해져 와 조선시대에 그 가치를 더욱 발현시켰다.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석봉 한호 선생과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은 그 시대 서예의 한 획을 그으며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이는 우리 선조들이 글의 내용은 물론 글 자체의 아름다움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라 말할 수 있다. 일부가 아닌 그 시대의 주류 문화에서 서예의 가치를 크게 부여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00년의 역사를 이어온 서예도 정보화시대 도래와 함께 지금은 생소한 문화가 되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이 대중화되면서 오랜 시간 정성을 담아야하는 서예는 자연스럽게 뒤로 밀려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붓을 통한 예술에 흠뻑빠져 감동을 전하는 이들이 있다.

박철용 시 ‘너의 그림자’.

▲취미로 시작

대구에서 거주하던 이세희(64) 서예가는 남편의 사업이전으로 17년 전 옥천군으로 왔다.

이 서예가는 꽃꽂이 취미를 갖고 있었지만 옥천에서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기 위해 여성회관을 방문했다.

그때 이 서예가는 여성회관에서 취미반으로 운영하는 서예반에 접수하면서 처음으로 서예를 접했다.

이 서예가는 “순전히 우연한 기회로 서예를 시작지만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라며 “처음 시작했을 땐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 몰랐는데 17년 째 하나 둘씩 사 모은 붓이 지금은 100개가 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서예가는 붓질의 어색함을 금세 떨쳐내고 어느덧 서예로 이름을 알리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서예에 쓰이는 붓.

▲끊임없는 배움

서예의 서체는 전서체, 해서체, 행서체, 초서체, 예서체 등 매우 다양하다.

이 서예가는 “처음 접하는 글씨체를 연습할 땐 정말 힘들다. 한 가지 서체를 익히는데 기본적으로 2~3년이 걸렸다”라며 “기존에 있는 서체도 익혀야 하지만 요즘엔 서예도 현대서예로 변하고 있다. 소박하고 정갈한 서체가 있는가 하면 세련된 서체도 기존의 서체와는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서예가는 서예를 시작한지 17년째 되었어도 아직 배우는 중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연습량이 많을 땐 한 달에 1~2번씩 붓을 교체하고 있다며 연습량을 밝히기도 했다.

이 서예가는 “서예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정이 없는 경우 하루에 3시간씩 연습하고, 아무리 바빠도 30분 이상은 붓을 잡는다”라며 “이젠 서예연습을 안하는 것이 어색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세희 서예가가 글을 쓰고 있는 모습.

▲전문 작가의 길

이 서예가는 “지금껏 서예를 해왔어도 항상 미흡한 것 같고, 100% 만족스러운 작품은 아직 없었다”라고 말하며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했다.

이 서예가는 서예에 입문한지 3년째부터 대회에 나가 모든 작품을 입선 이상의 성과를 얻으며 빠르게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서예에서 작가로 입문하기 위해선 대회에서 받는 12점이 필요하다. 이중 입선은 1점, 특선은 3점을 받는다.

특히 세계 서예전북비엔날레에서 3회 연속 특선을 하면서 취미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었다. 충청도에서는 처음인 비엔날레에서 특선이었다.

이 서예가는 “지인 분들의 권유로 대회에 작품을 출품했다. 처음 서예를 시작했던 것 처럼 우연한 기회에 나간 화성 서예대전(2003)에서 입선을 했다”라며 “그때부터 본격적인 서예 연습을 했다”라고 말했다.

또 이 서예가는 “대회에서 성과를 인정받는 과정도 행복하지만, 결국엔 본인 만족을 위해 붓을 든다. 글을 배우고 쓰면서 삶을 진중하게 바라보는 자세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이 서예가는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초대작가이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특선 3회(2003~2006)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특선 2회 △대한민국 통일서예대전 특선 1회, 입선 3회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입선(2007) 등 25곳 이상의 대회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대한민국 명신통일서예대전 특별상(2006) △자랑스런 군민상(2003) 등을 수상했다.

서예작품 ‘용’.

▲평거 김선기 선생과의 인연

이 서예가가 20년 가까이 멈추지 않고 서예에 깊은 조예를 갖기까지 평거 김선기 선생의 응원과 지원이 컸다. 여성회관에서 서예반을 지도하는 김선기 선생의 세심하고 꼼꼼한 서예지도를 받으며 스승과 제자로 사제지간의 인연을 맺고 있다.

김선기 선생은 독학으로 서예를 익혀 대한민국 서예대전 초대작가·심사위원,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선정추진단위원, 대전광역시 미술대전 운영위원·심사위원 등 활발한 활동을 했다. 현재는 국립한밭대학교 평생교육원 서예지도교수이자 평거박물관(갤러리)관장이다.

뿐만 아니라 이 서예가 외에도 많은 서예가를 배출하며 타 지역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제자들을 다수 두고 있다.

이 서예가는 “여성회관에서 일주일에 2번 있는 취미반 운영 강의였지만 전문적인 수업이었다”라며 “김선기 선생님은 모르는 서체가 없으시고 실력도 출중하셔서 항상 존경하는 스승님이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근 대전시의 경우도 서예가 배출이 어려운데, 옥천에 거주하시면서 서예가로 활동하는 제자를 많이 배출하셨다”라며 “김 선생님을 흉내 내는 것도 힘이 든다. 강의를 하시는 김선기 선생님의 수업만 제대로 익히면 웬만한 대회에서 입선 이상 가능하다. 본인도 김 선생님 덕분에 많은 대회에서 입선과 특선의 성과를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 '예'.

▲비우는 습관

일반적으로 서예는 마음과 정신을 수양하는데 좋은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서예가는 “붓 끝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글에 몰입하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을 비우게 된다”라며 “외향적이고 활동적인 성격이었는데, 서예를 배우면서 차분해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서예를 익히며 글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음을 설명했다.

이 서예가는 “서예를 배우기 전엔 어떤 글을 봐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은 잘 쓰인 글씨를 보면 감동을 느낀다”라며 “본인의 경우도 생각보다 작품이 잘 나온 날엔 글만 보고만 있어도 종일 기분이 좋다”라고 말했다.

이 서예가가 가장 좋아하는 서체는 예서의 목간체다.

이 서예가는 “이 글씨체 하나를 익히는데 만 5~6년이 걸렸다. 이 글씨체는 순박한 느낌과, 자연 그대로의 느낌, 어린아이가 장난해놓은 글씨체처럼 보인다”라며 “딱딱한 서체보다 유연한 서체가 익히기 훨씬 어려운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소월 시 ‘산유화’.

▲“붓질은 내 삶의 일부”

이 서예가는 가족들의 응원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 서예가는 “남편도 아내가 서예를 하는 것을 좋아해주고, 자녀들도 많은 응원을 해준다. 그 힘을 받아서 계속 하게 되는 거 같다”라며 “이젠 가족들이 본인이 서예를 안 하고 있으면 어색해한다”라고 말했다.

이 서예가는 ‘서예는 본인의 삶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또한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할 계획을 밝혔다.

이 서예가는 “글을 배우면서 스스로가 뿌듯하고 좋다”라며 “서예는 붓을 들 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활동이다. 서예를 평생의 본업이라 생각하며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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