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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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선물
  • 정윤정 군북면사무소 총무팀
  • 승인 2017.07.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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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정 군북면사무소 총무팀

몇 년 전, 생일 즈음하여 남편이 생일선물로 사 준다고 하여 잘 가지도 않는 대전의 모 백화점을 갔다.

큰맘 먹고 나도 남들처럼 명품 가방 하나 사볼 요량으로 1층 가방매장을 찾았다.

예쁜 가방들이 방문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때 판매사원이 다가오더니 묻지도 않았는데 마치 사는 사람에게 하듯이 가방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런데 여직원이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느닷없이 웬 가방에 호칭을 붙이는 것이 아닌가.

어쩔 줄 몰라 하며 듣고만 있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은 마음이 불현듯 솟구쳐 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그 여직원은 나에게 “이 백은 무난하게 데일리용으로 좋고요, 칠십만 원이십니다” 라고 얘기를 했다. 계속 가방에 대고 ‘~~~이십니다’라고 말투를 해대는 그 사원에게 “제가 높은가요? 가방이 높은가요?” 라고 한마디 하였더니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날 이상하게 바라본다.

이런 이상한 기분은 무엇일까. 마치 사차원의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서 오면서 나도 그 아가씨에게 “이 가방보다 아가씨가 더 높아요. 사물에는 존칭을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말했으면 좀 더 이해를 잘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비싼 핸드백을 사놓고 보면 파티 석상에 갈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귀한 사람들과 만남의 자리도 가질 것이 아닌데 사람들은 구태여 일상 속에서 비싼 핸드백을 사야 한다는 것이 내심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가방은 너무 비싸 포기하고 옷을 사러 갔다. 그곳엔 우리의 색깔이 없었다. “손님 그 재킷은 그레이와 블랙, 네이비가 있어요. 손님에겐 네이비가 더 잘 어울리겠네요.” “손님 그 재킷은 회색, 검정, 남색이 있어요. 손님에겐 남색이 더 잘 어울리겠네요”하면 더 이해가 잘 되는데, 왠지 영어단어를 사용해야 더 세련되어 보이고 전문적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일반 매장뿐만 아니라 인터넷쇼핑몰, 홈쇼핑에도 모든 색상은 영어단어만 사용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색깔은 모두 영어에 밀려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답답한 민중을 위해 한글을 만든 이의 마음은 이런 상황을 알면 어떤 심경일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말은 생명을 갖고 있는 생명체이다.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고 버리면 진짜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우리말과 우리글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전 세계적으로 그런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나름 자부심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는 우리 글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영어만 사랑하고, 우리말과 우리글을 홀대하고 살고 있지는 않은지 자문해 봐야 하지 않을까? 우리말과 우리글을 사랑하는 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조금만 관심을 갖고 주위를 되돌아보면 무분별하게 외래어를 모국어처럼 남용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 같다. 이래서 되겠는가. 우리는 되도록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며, 우리말을 사랑하는 민족이 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어린이는 미래의 희망이다. 어른들부터 외래어 남용을 해대니 아이들이 덩달아 외래어를 따라 한다. 물론 영어를 쓰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우리글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우리 말을 사용하고 혼용하여 뜻을 왜곡시키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연예기사만 찾아볼 게 아니라 국립국어원(http://www.korean.go.rk)이나 우리말배움터(http://urimal.cs.pusan.ac.kr)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길 권한다.

이것만 실천에 옮긴다 하더라도 한글을 사랑하는 일등 국민이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 뜨겁게 우리말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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