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동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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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탄 이흥주 시인
  • 승인 2017.08.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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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이흥주 시인

 벼르고 벼르다
가판대에서 흰 고무신을 한 켤레 샀다
단돈 오천 원
난 오래전부터 하얀 흰 고무신의 향수에 빠져 있었다
산다고 산다고 하면서 맨 날 그냥 보내다가,
이게 지금 있기는 있을까 망설이다가,
어느 날 가판대 아저씨에게 흰 고무신이 있냐고 물으니
아저씬 내 발 치수를 묻고는
한참 만에 창고에서 하얀 향수 두 짝을 들고 나왔다
사다 놓고
너무도 하얀 흰 고무신에 때 묻히기가 싫어 바라만 보다가
어느 날 큰맘 먹고 발에 꿰어 보았다
하, 그런데
손을 쓰지 않고는 흰 고무신을 발에 끼울 수가 없다
몇 번을 그리하다가
내가 첨단시대에 사는 사람임을 깨달았다
급할 땐 내달으면서도, 손은 제 할 일을 하면서도
내 발이
쉽게 꿸 수 있는 슬리퍼에 길들여져 있음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아무 때나 발에 푹푹 꿸 수 있는
편리한 끌신에 길들여져 있음을 몰랐다
오늘,
우리 신발장엔 또다시 오랜 잠속으로 빠져드는 하얀 고무신이
골동품 꿈을 꾸고 있다

◇약력
·옥천문인협회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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