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마저 삼켜버린 ‘공포의 가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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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꽃마저 삼켜버린 ‘공포의 가시박’
  • 박현진기자
  • 승인 2017.09.14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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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읍 “예산 없어서…” 올 제거작업 겨우 1회
옥천군서 재정 확보하고 특단의 대책 강구해야
고앤컴연수원 맞은 편 산책로의 무궁화꽃 나무가 가시박 넝쿨로 뒤덮여 있다.

“저녁이면 가족들과 함께 무궁화가 만개한 꽃길을 따라 산책하곤 했는데 이상한 넝쿨이 무궁화꽃을 다 덮어 버렸다. 미관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황폐한 산책로가 돼버려 안타깝다”

고앤컴연수원(옥천읍 서대리) 인근에 살고 있는 A씨의 하소연이다. 바로 ‘식물생태계의 황소개구리’로 불리는 ‘가시박’ 얘기다.

전국 식물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는 ‘공포의 가시박’에 옥천 지역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년 전부터 여름마다 가시박 제거작업을 해온 옥천읍(읍장 김인중)은 올해 가시박이 집중적으로 번식한 삼양리, 서정리, 서대리 및 군남초 인근, 교동리, 매화리, 대천리 등지에서 제거작업에 들어간다. 문제는 올 군 재정이 빈약해 9월에 한번밖에 제거작업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가시박은 1980년대 후반 오이나 참외 접목용으로 들여온 대표적인 귀화식물로, 다른 수목을 넝쿨로 감아 고사시키는 등 식물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개화 후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서 급속히 번식하는데, 씨앗 수가 한 줄기에 2500~7800여 개나 되고 생명력도 질겨 마구잡이로 자라난다. 특히 제초제와 비슷한 성분을 뿜어 주변 토양에도 피해를 준다.

옥천읍 행복복지센터에서 파악한 삼양리, 서대리 인근의 가시박.

옥천 지역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들도 가시박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을 중심으로 4~10월 수시로, 한번에 5일 이상 집중적으로 제거작업을 벌인다. 작업이 끝나면 수양버들, 느릅나무 등 대체식물을 심어 가시박이 다시 자리 잡지 못 하게 하고 있다. 또 대구 달성군은 가시박 어린 새순의 넝쿨은 물론, 뿌리까지 제거해 가시박의 확산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그러나 옥천군은 단순 제거작업마저도 재정 등 잡다한 이유로 올해 겨우 한번 실시를 앞두고 있다. 옥천읍 관계자는 “군의 예산 지원과 용역 선정에 어려움이 많아 제거작업을 수시로 할 수 없다”며 “셀 수 없이 많은 씨앗까지 제거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옥천군은 대청호의 토종물고기를 위협하는 외래어종 배스 퇴치작업도 군 재정 빈곤을 이유로 뒷전으로 미뤄 어민들 속을 태우고 있다. 가시박 제거작업도 마찬가지다. 지역 생태계 보전을 위한 재정을 기본적으로 확보해 배스와 가시박 퇴치를 위한 특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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