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떠나온 내 안의 작은 아이
상태바
허겁지겁 떠나온 내 안의 작은 아이
  • 박금자기자
  • 승인 2017.10.12 1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녁별’ 동시
송찬호 시 · 소복이 그림 ‘저녁’ 시집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꾸밈없이 솔직하다. 어른이 바라보는 세상은 과연 어떨까? 여기 읽으면 마음에서 맑은 종소리가 들리는 책 한권을 소개한다. 송친호 동시집 ‘저녁별’이다.

 

송찬호 시인은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1987년 ‘우리시대의 문학’ 6호에 작품을 발표. 이후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동서문학상을 받았으며 시집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10년동안의 빈의자’ ‘붉은눈 동백’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을 선보였다.

어른들에게도 송찬호 시인의 시는 깊이가 있다. 그가 아이들을 위한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다음은 송시인이 동시를 쓰기 시작한 이유를 그의 책머리에서 일부, 끌어낸 것이다.

 

몇 년 전 어느 날, 나는 그날부터 동시 쓰기를 결심했습니다. 그전부터 동시를 쓰고 싶었지만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즈음 나의 어떤 좋은 동시집이 내 게으름을 채찍질한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지난 몇 년간 동시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동시를 읽고 쓰면서 나는, 허겁지겁 어른이 되느라 미처 작별 인사도 못 하고 떠나온 내 안의 작은 아이와 만나기도 하고, 또 요즈음 아이들의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얻었습니다.

 

송시인의 ‘저녁별’ 동시집에 그려진 개구쟁이 아이가 툭 튀어 나올 법한 그림 또한 볼거리이다. 이 책을 아이와 같이 읽으면서 ‘이 동시속에 엄마가 자랄 때 이야기도 들어 있단다’ 라며 같은 상상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박벌

 

호박벌이

쌔앵ㅡ

날아와

나한테 물었다

 

관기리 230번지

호박꽃집이

어디니?

 

거기는 이 골목 끝 집인데

귀머거리 할머니

혼자 살고 있어

 

거기 갈 땐

쌔앵ㅡ

날아가지 말고

할머니가 알아듣게

 

붕ㅡ

붕ㅡ

큰 소리를 내면서

천천히

날아가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