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멧돼지… 300평 밭 30분이면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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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멧돼지… 300평 밭 30분이면 초토화
  • 왕장희기자
  • 승인 2017.12.28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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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조수포획단 ‘옥천향수엽우회’ 김진구 회장
하루 7마리… ‘산신령급 대물’ 잡아보기도
농민과 달리 일부 주민 총소리 민원 제기 섭섭
엽사 지원 태부족…총기 규제 등 완화를
엽우회 회원들이 수컷맷돼지를 잡고 기념촬영.

올 관내 야생동물 피해신고 1200여건, 전년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에 농민들은 유난히 힘든 수확철을 맞았다. 수확기를 반기는 건 농민들만이 아니었다. 호시탐탐 농산물을 훔쳐 먹으려는 멧돼지와 고라니, 이들을 막기 위한 농민들의 처절한 방어망 구축 전쟁. 지난 8월에는 옥천고등학교 운동장에 수컷 멧돼지 3마리가 출몰해 소동을 빚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난 개발로 인해 서식지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민가까지 야생동물이 내려오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농민들의 재산권과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 야생동물이 출현하면 어김없이 현장에 출동하는 헌터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옥천향수엽우회(회장 김진구·52)의 활동상과 그들의 열정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주>

 

△ 유해조수 수렵단체 ‘옥천향수엽우회’

옥천향수엽우회는 옥천군 지정 유해조수 수렵단체로 지난 2012년 결성됐다.
이 협회 김진구 회장은 대한수렵관리협회에서 10여년간 활동을 하다 12명의 회원을 모집해 현재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관내에는 옥천군사격협회, 자연생태계보전협회, 전국수렵인 참여연대, 청성엽우회, 한국야생생물관리협회 등 6개 단체가 수렵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옥천향수엽우회 김진구 회장은 “지역민들로 구성된 순수 향토 모임을 만들어 지역에서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이 단체를 결성하게 되었다”며 “모든 회원이 하나 되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향수엽우회는 특별한 세가지 회칙이 있다. 첫째 로드킬을 당한 동물은 신고하고 안전하게 처리하기, 둘째 무분별한 살생은 하지 않기, 셋째 농가피해 신고지역은 꼭 정찰하기 등이다. 
김 회장은 “수렵을 하다보면 로드킬을 당한 동물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옮겨 놓지 않고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자칫하면 2차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 협회는 모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동물사체를 직접 처리하며 사고방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구 회장이 산속에서 맷돼지를 끌고 있다.

△ 수렵 활동의 어려움

농민들의 신고를 통해 농가 인근지역에서 수렵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지만 전원주택지로 개발된 지역은 손은 놓고 있는 실정이다.
총성에 놀란 외지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 하면서 현지 농민들과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김 회장은 “최근 자연환경이 수렴한 산간지역이 개발되면서 전원주택지가 들어서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농민들과 외지 주민들은 수렵과 관련해 입장차가 대립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이면 조령리 한 노부부 농장의 경우 300여평의 고구마 밭을 하루아침에 멧돼지가 쑥대밭을 만들어놔 피해신고가 들어왔다. 하지만 전원주택지 외지 주민들이 수렵활동을 거부하면서 그들이 대전으로 떠난 야간 시간에만 수렵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4년 전에는 동이면 가덕리에 멧돼지가 출몰해 논 1000여평을 수확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입혔다. 이곳도 주변에 전원주택지가 있어 3일동안 야간에 대기하면서 수컷 멧돼지 4마리, 암컷 멧돼지 3마리를 잡아 퇴치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옥천향수엽우회 회원들이 사격시험을 보이고 있다.

△ 열악한 수렵장비와 지원문제

열악한 수렵장비와 지원이 부족해 협회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회비를 걷고 개인용품으로 구제활동을 벌이고 있다.
동절기를 제외한 4월~11월까지는 군에서 지원하는 실비보험 등이 적용되어 구제활동을 벌이다 사고를 당해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나머지 기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수렵인들은 자신들보다 사냥을 하면서 다친 사냥개의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개선책 요구에 한 목소리다.
김 회장은 “멧돼지를 잡다가 다친 사냥개의 경부 일반적으로 수술비 30~40만원이 드는데  골절이나 심하게 다쳐서 입원시키면 수백만의 비용이 들어갈 때도 있다”며 “유해조수 피해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역에 한해서라도 군에서 병원바를 지원 해줄 수 있도록 처우가 개선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유해조수 수확기 피해방지단이 운영되면 멧돼지, 고라니는 3만원씩을 지원받으면서 수렵을 하게 된다. 지원받는 수당은 이들의 경비를 채우기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운영이 되고 있다.
김 회장은 “총알 한발이 5000원인데 6발 정도를 사용하면서 멧돼지를 잡는다. 회원들(4명 기준)과 한번 사냥을 나서게 되면  식비, 기름값, 총알값 등 15만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이어 “타 사회단체들은 의복 등 일체가 지원되는데, 엽사들은 여름에 T셔츠 하나 정도 받는 열악한 상황이다. 군이 사냥화나 사냥복 등의 피복을 갖추고 구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사냥개들에게 부착하는 GPS 또한 개인들이 구매하며 구제활동에 쓰여지는 무전기도 지원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엽우회 회원들과 사냥개

△ 수렵 용어와 견종

옥천 지대는 험한 산악지형으로 일반적으로 믹스된 사냥개로는 사냥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김 회장은 러시아산 라이카 종류를 추천하고 있다.
라이카는 이스트 시베리안 라이카(East Siberian Laika) · 웨스트 시베리안 라이카 (West Siberian Laika) · 루소(러시아)-유러피안 라이카(Russo-European Laika) 등 3종이 각자의 성품을 갖고 사냥개로 이용되고 있다.
라이카는 털이 장모로 매서운 기후에도 잘 견디며 물에 젖어도 얼지 않을 만큼 보온성이 좋다. 코는 냄새를 잘 맡게끔 적응해 있고 사냥에 적극적이며 겁이 없고 어느 장소에서나 잘 자며 먹는 양이 많지 않고 달리는 속도도 빠르다.
또 수렵인들은 효율적인 사냥을 위해서 그들만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발을 본다’, ‘목을 선다’, ‘개를 턴다’ 등이 바로 이들만의 언어다.
김 회장은 “‘발은 본다’는 눈 위 멧돼지 발자국을 찾아 지나간 시간과 크기 등을 추측하는 것이다”라며 “목을 선다’는 산속의 동물들의 길을 가로막고 사냥을 하는 것을 말하고,  ‘개를 턴다’는 산 정상에서 사냉개를 풀어 수색에 들어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라이카는 순발력이 빠르고 지구력이 좋아 옥천지형에 아주 적합하게 생각한다”며 “예전에는 총을 사용하지 않아 강성인 핏불 테리어와 마리노이즈의 교배종이나 하운드가 사냥개로 쓰였는데, 점차 총이 대중화 되면서 수색력과 후각이 발달된 라이카로 수렵인들이 사냥개를 전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구 회장.

△ 수렵 시 유의 사항들

수렵은 안전이 항상 최우선이기에 유의 사항들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김 회장은 “산 능선 비탈길이나 벼랑에 있는데 멧돼지가 정면으로 달려들어 간신히 피한 적이 있다”며 “산을 걸을 땐 충분하게 숨을 곳과 피할 곳을 확보한 후 산을 오르는 걷는 것이 올바르다”고 전했다.
이어 “멧돼지가 총에 맞고 쓰러져 있어도 총을 꼭 가지고 가야 한다. 총알을 빗겨 맞았을 때는 기절을 했다가 사람한테 덤비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총을 맞은 멧돼지는 더욱 포악해 지기 때문에 항상 2인 1조가 되어 사냥을 준비해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산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선 간단하고 열량이 높은 간신은 필수다.
김 회장은 “산에서는 길을 잃을 수도 있고 항상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간단한 비상식량은 필요 하다”며 “고열량 식품인 떡이나 초코파이 등이 적당하다”고 말했다.

회원들이 맷돼지를 옮기고 있다.

△ 앞으로 계획과 포부

옥천군에 따르면 유해조수 포획량이 지난해 보다 2배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내년 옥천지역 유해조수 개체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옥천군과 경찰, 수렵협회들이 군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김 회장은 “올해 멧돼지 100여 마리, 고라니 700여 마리, 청솔모, 까치 100여 마리를 잡았다”며 “포획된 멧돼지를 각 마을 이장님들께  드리면 마을 회관에서 잔치를 연다”고 했다.
또한, 김 회장은 “옥천군은 앞으로 더 나은 성과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다른 지역에서 활발하게 순환 수렵을 하면 옥천 지역으로 넘어온다. 이원면은 영동 쪽에서, 군서는 금산 쪽에서, 청성, 청산은 보은 쪽에서, 군북은 대전 쪽에서 유해조수들이 무방비로 넘어 온다. 그래서 현재 1단체 4명에서 최소 6명을 넘어 원하는 지역 엽사 모두에게 허가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한편, 김진구 옥천향수엽우회 회장은 “내년에는 옥천 6개 단체가 연합했으면 좋겠다. 수렵이 열려도 AI, 구제역 등으로 정상적인 진행이 안 될 때, 지역 엽사들이 희망자 전원을 참여시켜 화합한다면 농작물 피해가 80%가량 감소 될 것으로 본다”라며 “지역 엽사들이 연합하여 유해조수 포획에 대한 좋은 성과를 걷을 수 있도록 군과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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