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보통사람의 은밀한 폭력… 그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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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보통사람의 은밀한 폭력… 그 정체는?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1.18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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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 김희은 옮김

겨울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다. 1월 3째 주 한권의 책은 나카지마 요시미치의 ‘차별 감정의 철학’에 대해 소개한다.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차별 감정의 철학’에서 선하고 의로운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주고받는 폭력에 관해 성찰하고 있다.
타인에게 되도록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힘써 예의를 갖추고, 타인을 해칠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보통의 사람들이 생산하는 은밀한 폭력에 주목한다.
폭력은 곧 “청결하고 싶은 마음이 불결한 사람에게 불쾌감을 품는 것이고, 부지런하고 싶은 마음이 곧 나태한 사람을 경멸하는 것이며, 성실하고 싶다고 바라는 마음이 곧 불성실한 사람을 혐오하는 것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별하고 그리하여 나쁜 것은 점차 배제시켜 나가는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떤 것은 왜 원하지 않는 것일까?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우리가 “남들이 원하는 것만을 원한다”고 명쾌하게 단언한다.
삶에 대하여 지침으로 삼는 사유와 태도는 대체로 관습을 따르고 있음을 말하고, 그 관습이 감추고 있는 추악한 이면을 드러내는 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차별 감정의 철학’은 이제껏 우리가 교양 있다고 여기며 익혀 온 ‘좋은’ 태도에 담긴 ‘악의’를 드러내는 데 일말의 주저함이 없다.
드러내도 되는 악의와 반드시 숨겨야 하는 악의에 대해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 펼치는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우리 안에 가득한 악의와 차별 감정, 자신과 타인을 숱하게 숨겨온 기만이라는 가면과 마주하게 된다.
나카지마 요시미치는 관습을 따르는 인간의 행동과 마음가짐에 자신이 품어 온 혐오감을 결코 감추지 않는다.
이제껏 우리가 따라 온 ‘좋은 의도’나 ‘선한 의지’를 철저히 점검하면서 일말의 사소하고 미약한 악의마저 건져 올리는 신랄하고 집요한 사고는 독자의 마음을 내내 불편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가 오면 이 책의 읽기 전의 자신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차별 감정이 강한 사람이란, 일반적으로 남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기보다, 사회적 감정에 따라 남을 미워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또한 관념적으로 사람을 싫어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이며, 어떤 사람을 향한 자신의 혐오감에 대한 자기비판 정신이 없는 사람이다.
차별 문제에 관한 논의가 쳇바퀴를 도는 것은, 직접 생각하기를 거부하고 상상력이 결여된 사람들이 경멸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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