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주봉? 등주봉?…관광객 ‘어리둥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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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주봉? 등주봉?…관광객 ‘어리둥절’
  • 박현진기자
  • 승인 2018.04.19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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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지리정보원은 둔주봉, 민간 회자로는 등주봉
두 개 지명 곳곳에 혼재…관광인프라 구축 ‘허점’
“하나의 지명으로 통일해야 한다” 행정력 ‘절실’
안남면사무소에서 둔주봉 정상에 오르기까지 ‘둔주봉’과 ‘등주봉’ 표지석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옥천군의 대표 관광자원 중 하나인 안남면 ‘둔주봉(屯駐峰)’이 ‘등주봉(登舟峰)’이라는 명칭과 혼재하고 있어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둔주봉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한반도 반전 지형과 더불어 독락정(초계 주씨의 정자)까지의 금강줄기를 따라 걷는 최고의 등산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는 명소다. 길지 않은 코스에 험하거나 높지 않은 지형이 전문 등산객뿐 아니라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좋아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문제는 여기저기 혼재해 있는 ‘둔주봉’과 ‘등주봉’, 두 이름이 관광객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공식지명은 ‘둔주봉’이며 ‘등주봉’은 민간에 회자되는 명칭으로 인터넷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둔주봉’은 충청북도 옥천군 안남면 연주리 산25-2에 소재하며 1961년 4월 22일 자로 국가 고시(국무원 고시 16호)된 공식지명이다.
지명 유래는 정확하지 않으나 안남면 연주리 일대가 장군대좌형(將軍大座形)의 풍수형국이 나타나며 군사가 주둔한 형적이 있다 하여 둔주봉이고, 산봉에는 고려시대의 봉화터 흔적도 남아 있어 지명이 유래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둔주봉의 명성을 듣고 안남을 찾아온 관광객이라면 누구든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 출발지인 안남면사무소 입구의 이정표에서부터 혼란은 시작된다.

이정표에는 ‘등주봉(둔주봉) 생태탐방로 안내’라는 큼직한 글씨 아래 노선도와 함께 ‘1. 등주봉 입구~4. 등주봉 정상(384m)~7. 3코스 피실’이라고 쓰여 있다. 공식지명인 ‘둔주봉’은 괄호 안에 부수명으로 들어가 있다.
노선도를 따라 안남초등학교를 끼고 안남교회 앞을 지나 진입로로 들어설라치면 ‘등주봉 등산로 차량진입금지’라는 팻말이 나오고 바로 그 옆에 ‘둔주봉 진입로’라는 낡은 나무팻말이 함께 서있다.
‘제멋대로’인 표지석은 전망대의 ‘둔주봉 정자’를 지나 정상에 올라선 등산객들의 혼란에 정점을 찍는다. 좁고 오똑한 정상에 세워진 ‘등주봉’이라는 표지석 몇 걸음 밑으로 ‘둔주봉 산성’이라는 표지석이 함께 세워져 있는 것.
현재 두 지명에 대한 당위성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초계 주씨 종친회 주재홍 회장은 “초계 주씨 족보에 이조시대 ‘등주봉’으로 불렀다는 얘길 들었으나 그 기록은 찾을 수가 없고 1992년엔 확실한 기록이 남아 있다”며 “역사적 근거가 있으므로 ‘등주봉’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주1리 최경운 이장은 “군대 또는 미군이 주둔했다는 등의 황당한 유래는 어불성설”이라며 “등주봉이어야 우리 마을의 구전설화와도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오를 등(登)’ 자에 ‘배 주(舟)’ 자를 쓰는 ‘등주’는 곧 안남의 옛 이름 ‘배바위’와 상통한다는 것. 현재 배바우 광장에 서 있는 주암정(舟岩亭)이나 연주리(蓮舟里) 등의 지명도 ‘배바위’에서 유래한 것이고 ‘배 위의 소녀상’ 또한 그런 연유에서 세워졌다는 얘기다. 이에 ‘진칠 둔(屯)’ 자에 ‘말 머물 주(駐)’ 자의 ‘둔주’는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는 것.

반면, 60년을 이어온 국가고시에 의한 공식지명을 도외시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군 관계자는 “면사무소 앞 안내도는 제작 당시 ‘등주봉’으로 해야 한다는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안다”며 “당시에도 공식명칭이 둔주봉인 것에 반하는 명칭 혼재에 대해 상당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옥천향토사연구회 이재하 회장은 “정상의 ‘둔주봉 산성’ 표지석을 세울 때 안남면민들이 만든 ‘등주봉’ 표지석이 이미 심어져 있어 차마 나란히 놓지 못하고 몇 걸음 아래에 설치한 것을 기억한다”며 “관내 명소 개발 및 관광인프라 구축을 위해 통일된 명칭으로 전국의 관광객을 유치해도 모자라는 시점에 지명 혼선은 분명한 과오이고 허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이상의 소모성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강력한 행정력이 발휘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토정보연구원 관계자는 “공식지명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로 인한 요청이 있을 시 지명변경고시를 할 수 있다”며 “이름의 어감이 좋지 않다, 더 많이 불린다, 일제 잔재가 남아 있다, 역사적 근거가 있다거나 등등이 그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현재 양측 모두 명칭을 통일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현재의 공식지명을 존속시킬 것인지, 민간 회자명으로 변경을 요구할 것인지, 하나의 이름으로 가기 위한 행정기관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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