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등 굽은 모습과
지팡이에 지탱한 휜 걸음
늦게 가도 괜찮다 했습니다
삼나무 숲에서 검은 연기 피어오릅니다
땅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요
나무들로 가려졌던 늙은 어머니를
오늘에야 보게 되는군요
가슴에 구멍이 뚫렸어요
나만 까맣게 몰랐어요
터트리지 않으면 병이 된다고요
참지만 말고 뱉어 버리세요
닫혔던 마음 활짝 열어보세요
맑은 물이 채워 질 거예요
어머니는 뜨거운 연기를 토해 냅니다
어머니의 지옥이 내 안에 흐릅니다
온천수에 삶은 유황계란
껍질을 벗기니 하얀 속살을 드러냅니다
어머니의 환해진 마음 같습니다
지옥온천을 걷는 동안
어머니 깊은 곳에 맑은 물이 차오릅니다
노천탕의 어머니는 아이가 되고,
나는 어미가 됩니다
◇약력
·2012년 <시와정신>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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