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간 달려온 ‘우체부 아저씨’···희망편지로 행복한 세상 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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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달려온 ‘우체부 아저씨’···희망편지로 행복한 세상 전파
  • 박하임기자
  • 승인 2016.03.11 1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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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58) 전국 우정노조 옥천우체국 노조지부장
김호영(58) 전국 우정노조 옥천우체국 노조지부장

스마트시대 개막··· 편지 사라지고 메신저·전자메일 등장
택배·고지서 등 신종 문화 등장··· 옛 추억 배달은 사라져
빨간 우체통 등 사라지고 전자문서등 발달, 사용은 편리

■1980년 전보 배달원부터···

1980년대 통신수단으로는 전보와 편지 뿐이었던 시절, 우편집배원의 소식이 가장 큰 연락 통신이었다.그 시절 ‘우체부 아저씨’로 불리며 33년 동안 옥천을 떠나지 않고 지역 곳곳의 소식을 전달하며 살아온 김호영 지부장.

김 지부장의 첫 근무는 전보 배달원부터 시작이었다. 김 지부장은 “지금이야 통신수단이 좋아졌지만, 예전엔 가장 빠른 통신이 전보였습니다.

거리와 문구에 따라 600원에서 800원을 받던 시절 그때가 좋았죠. 군대 제대 후 집 형편이 어려워 벽돌공장과 양조장에서 근무하고 있을 무렵, 동이 우체국에 자리가 나와 첫 집배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 지부장은 지난 2000년 우체국 광역화로 통합되면서 옥천으로 옮겨와 제2의 직장근무를 시작했다. 김 지부장은 오전 6시에 출근을 해서 우편 차가 들어오면 해체작업을 시작한다. 보통 대구분(면), 소구분(리), 순로구분(순로대로)을 한 뒤에야 집배원 업무를 나간다. 김 지부장은 “보통 오전 10~11시부터 집배원 업무를 나가는데 하루 배달 물량 따라 오후에 나갈 수도 있다”라며 “물량에 따라 점심 이후에 출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부장은 “명절에는 심야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모든 집배원이 고생하고 있다. 그 시간에는 총성 없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곳으로 변모한다”고 푸념했다.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집배원

소식은 정보다. 현대화 사회에 들어와서 정보와 소식은 신용으로 불릴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모든 행정과 정치, 금융 등 모든 사회시스템이 소식으로 이뤄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사람이 직접 신용을 배달하면서 실수도 있지만, 약속만큼은 어길 수 없는 것이 지금 우편집배원들의 현실이다.

아픔과 슬픔, 모든 것을 함께 해야만 집배원 업무가 돌아갈 수 있다.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집배원들을 지켜보는 김 지부장은 “편지를 하나하나 갖다 주다 보니 구역을 정해서 일을 하는데 자기가 맡은 구역에 대해선 특이사항 등을 훤히 알고 있기 때문에 집배원 업무는 사실상 지역이동이 힘든 게 사실이다”라며 “지역을 옮기면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해서 병가나 휴가를 가는 직원이 있으면 다른 직원들이 그 일을 분담해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쉬고 아프면 동료들이 고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휴가나 병가를 쓰기가 힘든게 사실이다”라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직장 분위기가 어쩌면 고객들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집배원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추억의 ‘우체부 아저씨’··· 십리 길 걸어 희망소식 전달

1980년도 말까지만 해도 가방을 메고 자전거로 배달하던 집배원을 기억할 것이다. 그 시절 마을 군청의 행정 업무 소식까지 이장에게 전달하던 집배원은 이제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김 지부장은 “예전에는 집배원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러 다녔습니다. 가방이 작아서 편지 묶음(다발) 네 개에서 다섯 개 들어가면 가방이 꽉 차 하루에도 몇 번씩 우체국을 다시 들려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라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김 지부장은 “요즘은 책자, 고지서, 신문이 대부분이지만 그때는 손으로 쓴 안부편지가 많았어요. 크리스마스에는 초등학생들이 쓴 편지가 많아 한자루씩 나오기도 했다”라며 “우체통이 꽉 차서 수거를 몇 번씩 할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었던 옥천의 특성상 마을배달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김 지부장은 “지금이야 도로가 좋지만, 그때는 동이면 같은 경우 몇십 리 산길을 걸어서 넘어가야 했는데, 밤에 무서워서 날이 어둡기 전에 빨리 걸었었다”라고 기억을 되짚었다.

김 지부장은 “산골짜기가 있는데 거기 청마초등학교가 있었어요. 당시에는 동이초등학교보다 학생 수도 많았고, 선생님들도 많았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며 “워낙 크고 멀다보니까 편지를 학생들이 직접 찾아가기도 했어요.

김 지부장은 “그때는 정이 있었어요. 한 동네 사는 사람들끼리 어느 집에 뭐가 있는지 서로 다 알고 있어서 당장 없을 땐 서로 빌려 쓰고 나중에 갚아도 되기도 했고, 집 주인이 없어 편지 같은 것도 옆집에 전달해 주는 그런 문화도 기억 한다”고 말했다.

 

 

 

 

 

 

 

 

 

■우체국도 현대화 도입

1980년대 후반부터 우체국에도 오토바이 등 현대화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김 지부장은 “걷고,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다가 80년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90년대에 기동화가 됐어요. 오토바이로 배달할 수 있게 되었던 시점”이라며 “물론 그전에도 오토바이를 이용하면 배달 시간이 짧아지다 보니 사제 오토바이를 구입해서 배달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집배원의 무거운 현실···

집배원의 직장 내 승진은 아직 어려운 길로 통하고 있다. 승진의 한계가 나타나기 때문에 사회에서도 집배원들의 인사 폭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야기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 지부장은 “내 직장이며, 내가 택한 직장으로 후회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인사 폭이 좁아 집배원들의 승진은 한정되어 있다”며 고백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배들을 위해 인사 폭을 늘려야 한다는 마음은 지금까지 한결같다”며 “후배들이 좋은 여건에서 근무하는 모습을 보고 퇴직하는 것이 소망이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인사를 묻는 방식이 편지에서 전화로 세대가 바뀌어 가면서 자필 편지가 줄고 있다. 하지만 특별한 경우는 예외다. 편지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는 다르기 때문이다.

김 지부장은 “지난해 군대 간 자식이 보낸 편지를 그 어머니께 전달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노란색 상자에 옷가지와 자필로 길게 쓴 편지가 담겨 있었고, 그 어머니의 진심 어린 눈물이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부장은 “요즘 사회가 어두운 면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법원 공문 등 확인을 할수는 없지만, 이용객이 얼굴색이 변하며 궁색하게 받으면 좋지 않은 내용의 문서 인 걸 감지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문서는 전달하고 얼굴을 보지 않는 것으로 대처한다”고 말했다.

■토요택배 부활 ··· 집배원 업무 과중

최근 우체국 토요일 택배가 부활되면서 집배원들의 업무 과중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우정사업국이 경제적인 논리와 적자문제로 1년 만에 부활시켰다.

이에 김 지부장은 “국민과의 약속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집배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지만 불만은 없다. 휴일 없이 고생하는 것을 국민이 알아준다면 그것으로 만족 한다”고 말했다.

■교통사고 등 위험노출 문제

집배원들이 오토바이로 배달을 하면서 교통사고 등 안전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 되고 있다. 안전에 대해서 김 지부장은 “30년 집배원 생활을 하면서 왜 없겠어요. 10년 전인 2007년에는 추석을 앞두고 배달을 하다가 물량이 많다보니 바빴어요. 그런데 덮개가 바퀴에 말려버리면서 사고가 난 거죠. 그래서 무릎 관절을 다쳐서 수술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작은 사고야 많다. 커브길, 바닥에 깔려 있는 모래, 진흙 길, 그리고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사고가 많았는데 요즘은 택배 업무로 허리를 다치는 사람이 많다”고 주장했다.

■집배원 준비생의 충고

청년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집배원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에 김 지부장은 “주인의식이 있어야 하고, 배달할 편지가 1,000통이면 1,000통을 받는 사람들이다 민원인이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라며 “이용객들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된다. 항상 고객들에게 서비스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마지막으로 김 지부장은 “집배원으로서 우체국은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직장, 추억이 많은 직장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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