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나무를 심는 사람’의 주인공 같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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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나무를 심는 사람’의 주인공 같은 인생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6.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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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 땅에 3만5천 그루 메타세쿼이아 심어
국제선 항공 1200회, 전 세계 산림정책 익혀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는 사람’은 황폐한 땅에 수십 년간 나무를 심어 황무지를 살아 숨 쉬는 숲으로 바꾸어 놓은 한 노인의 이야기다. 이 소설은 25개 언어로 번역됐고, 전 세계인이 감명 깊게 읽었다. 이 짧은 소설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명이 죽어가는 시대, 생명을 가꾸는 사람의 이야기는 현대 문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주기 때문일 터. 이 작품은 공동의 선(善)을 위해 아무런 대가와 보상도 바라지 않고 일한 한 사람의 정신과 실천이 ‘지구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놓는지를 보여준 것. 옥천군 안남면에 소설 속 주인공과 같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 있다고 해 찾아가 보았다. 화인산림욕장 정홍용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의 인생 속으로 들어간다.<편집자주>

△화인산림욕장
옥천 IC에서 보은 쪽으로 13Km 주행 후 안남 쪽으로 1.5Km 가면 ‘화인산림욕장’ 이정표가 보인다. 여느 시골 마을의 입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칫 마을로 빠지기 쉬울 만큼 어떤 특별한 표시도 없어 주의해서 찾아가야 한다. 농로를 따라 산 쪽으로 오르다 보면 어느 순간 탄성이 저절로 입 밖으로 새나온다.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곳에 거대한 메타세쿼이아 군락지가 펼쳐진 것. 안남면 화학1리 64-2번지 위치한 ‘화인산림욕장’은 산림욕장주 정홍용 대표가 45년 동안 심고 가꾸어 온 결실이었다.
정 대표는 “이곳은 교통도 불편하고 계곡 사이로 명경지수가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명소도 아닌, 그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버림받은 오지였다”며 “다음 세대는 맑고 신선한 공기와 깨끗한 물이 인류 최대의 과제임을 알고, 맑고 깨끗한 물을 생산해내는 숲을 조성하고자 춘하추동 45년간 혼자서 주말을 이용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3년 8월 6일 “이곳을 우리나라 최고의 깨끗한 삼림욕장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하며 약 5만 평의 산림욕장을 개방했다.

△척박한 땅에 나무 심기
정홍용 대표의 고향은 옥천군 안남면 화학리 1구이다. 화학리 1구는 학촌마을과 엽송마을, 만곡마을이 합해진 것. 삼림욕장 자리는 원래 3개 마을의 공동소유였다. 1975년 마을에 전기를 끌어 들이기 위해 공동 소유의 땅을 팔아 비용을 충당하기로 한 것. 쓸모없는 오지 척박한 땅을 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성공한 출향인들 중 땅 살 사람을 알아보게 되었고 그때 정 대표가 일본 와세다 대학원을 다니며 일하면서 번 돈으로 땅을 구입하게 된다. 그가 고향의 버려진 땅을 사들인 건 당시 전후 일본의 조림사업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땅을 살 때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나무를 수십 년 간 심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버려진 땅을 그대로 둬 더 황폐해지는 것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간섭에 주말마다 내려와 나무를 심기 시작하게 된 것. 가볍게 시작한 나무심기가 반복되면서 이 일은 숙명처럼 느껴졌고 45년 동안 이어져온 그의 과업이 됐다.

△3만5천 그루의 메타세쿼이아
고향의 임야를 매입해 주말마다 나무를 심고 가꾸어온 지 45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정 대표는 3만5천 그루의 메타세쿼이아를 심었다. 그 중에서 절반이 넘게 고사하고 1만여 그루가 살아남아 거대한 숲을 이뤘다. 삼림욕장에 들어서자 맑고 쾌적한 공기가 머리를 맑게 했다. 그가 안내하는 숲으로 들어서니 곧고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장관을 이뤘다. 산림욕장에 들어서니 암 투병중이라고 하는 사람이 숲을 산책하고 있었다. 이곳으로 요양 차 와 수시로 이곳을 걷고 있다고 하는데 병세가 많이 호전되고 있다고 했다.
화인산림욕장은 국내 최대의 메타세쿼이아 군락지이다. 옥천 군민들에게 조차 알려지지 않은 옥천의 명소다. 한 사람의 집념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결실이다. 정 대표는 나무를 심고 가꾸느라 연골이 다 닳았다고 했다. 얼마 전  수술을 받아 다리가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숲을 가꾸는데 게으르지 않았다. 올 4월에는 산림욕장 들어가는 입구에 작은 거처를 마련해 이곳에 며칠씩 상주해가며 산을 가꾸는데 여념이 없었다.

△아름다운 계획
산림욕장 산책 코스는 전체 4Km 정도다. 메타세쿼이아 숲을 지나면 밤나무와 잣나무, 리기다소나무 숲으로 이어지고 다시 붉은 둥치의 금강송 숲이 나온다. 이 숲은 피톤치드 향이 손으로 잡힐 것처럼 생생하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조용하고 고즈넉하게 산책할 수 있다. 현대문명의 삶을 누리고 있지만 현대의학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심리적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은 심각한 문제다. 이곳 화인(和人)산림욕장 치유의 숲은 자연 그대로의 산책로를 거닐 수 있어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입장료도 받지 않고 사람들에게 45년간 가꾼 숲을 선뜻 개방한 마음의 여유가 읽혀졌다. 처음 숲을 개방할 때 산림 훼손을 우려했지만 그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는 “숲을 찾는 이들은 그 누구보다 나무를 사랑했고 아꼈다”며 “앞으로 힘닿는 데까지 나무를 심고 가꾸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산림욕장 아래로 저수지를 만들어 더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 것”이라며 그의 계획을 즐겁게 이야기 했다.

△정 대표의 45년간 집념
그는 나무와 더불어 45년을 지냈고 국제선 항공기 탑승 횟수가 1200회 넘도록 세계를 누비며 바쁘게 살아왔다. 가구재와 피아노 부자재를 찾아 대만, 필리핀 루손 민다나오섬, 인도네시아의 수마트라, 칼리만탄, 자바, 셀레베스 섬, 베트남, 스리랑카 등 전 세계의 오지를 누비고 다녔다. 그는 호주, 뉴질랜드, 유럽, 북미대륙 등을 돌아다니며 인공조림으로 숲을 가꾼 선진국의 숲 정책 사업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또한 핀란드의 산림정책을 보며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나무의 중요성에 대해 보고 배웠고, 자신의 고향인 옥천에서 나무를 가꾸는 삶을 실천했다.
정 대표는 “우직스럽고 미련하리만큼 산에만 매달려 왔다”며 “묘목을 심고 또 심으며 매년 풀을 베어주고, 칡덩굴을 끊어 주면서 45년 나무와 함께 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나무에 매료됐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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