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건설로 찾아 온 자연 속 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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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건설로 찾아 온 자연 속 옥천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07.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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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순 할머니, 10년 전 안터마을에 정착
남편 잃고 혈혈단신 마당엔 잡초만 무성
강양순 어르신.

강양순(90) 할머니는 동이면 안터마을로 이사온 지 10년째다, 80세 되던 해 이곳으로 귀촌한 것이다. 조치원 연기에서 평생을 살다 세종시가 들어오면서 살던 집의 절반이 소방도로에 들어가게 됐다. 그것을 계기로 좀 더 깊은 산골에 들어가 공기 좋은 곳에 살기로 했다. 그때까지 옥천은 알지 못했다고 했다.

한적한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여러 지역을 수소문한 끝에 지금의 안터마을을 찾게 된 것. 10년 전 산과 들과 밭 가운데 집 한 채가 덩그러니 놓인 공간이었다. 주변에 집 한 채가 없었다. 원하던 장소였다. 부부는 고향인 조치원을 등지고 낯선 석탄리(안터마을)로 주거지를 옮겼다. 한적하고 공기 좋은 곳이란 이유 하나였다. 강 할머니는 석탄리에 이사 온 첫해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처음에 이곳으로 와서 7~8년 동안 나무를 해다 화목보일러에 난방을 하며 겨울을 났다. 그때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식들도 자주 들르고 하루하루가 평온하고 재미있었다. 남편은 꽃을 좋아해 집안 곳곳에 꽃을 심고 가꿨다”고 말했다.

그렇게 나무를 해오고 꽃을 가꾸고 말벗이 돼주던 남편은 5년 전 세상을 떠났다. 게다가 지금은 고관절 통증으로 한쪽 발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강 할머니는 거의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넓은 마당은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아 잡초만 무성하다. 가꾸던 꽃들이 자취를 감춘 허허로운 마당.

“집 둘레 무성한 잡초를 보아도 다리가 아파서 그대로 방치한지 꽤 여러 해가 됐다”며 속상한 마음을 내비쳤다. 90이 된 할머니는 “더 이상 손을 쓸 수가 없는 마당, 이곳이 무인도처럼 느 껴진다”고 말했다. 함께 이야기하고 어울릴 사람이 없어 밤이나 낮이나 혼자 있는 집. 1주일에 1번 찾아오는 돌보미가 유일한 말벗으로 3년째 같은 사람이 찾아오고 있었다. 올 때마다 빵도 사다주고 전을 부쳐오기도 한다며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강 할머니는 “다리의 통증 때문에 살아가는 것이 고달프다”며 “움직이는 것이 불편하니 행복한 시절은 다 넘어갔다”고 말했다. 한 쪽으로 기어 다녀 무릎이 멍이 들어 있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젊은 시절이 행복했다고 전하는 90세 강양순 할머니. 남편이 나무 해다 주고 마당에 잡초를 뽑아 꽃을 심던 그때가 참 좋았다고 말하는 어르신의 목소리에 잠깐 생기가 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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