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나무(栗木) / Chestnut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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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栗木) / Chestnut tree
  • 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 승인 2018.10.0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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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용 화인산림욕장 대표

밤나무는  6월이 되면 여기저기 산속에서 흰꽃을 피우며 특유의 냄새를 풍기면서 “나 여기 있소”라는 듯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이 독특한 냄새를 발산하는 것은 수꽃이 진원지로서, 동물 정액 속에는 ‘스퍼민’과 ‘스퍼미딘’이란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이 밤꽃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어 냄새가 비슷함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1차대전시 상상을 초월한 많은 젊은 병사들의 희생 이후 ‘위도우 킬러 트리(Window killer tree)’라고도 했다. 아까시와 더불어 밀원의 쌍벽을 이루는 밤나무는 꿀 중에서 항산화(抗酸化) 효과가 으뜸으로 알려저 있다.
밤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물론 인, 철분 ,칼슘과 같은 무기질과 비타민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다른 식물과 달리 밤나무는 줄기 싹과 뿌리 싹의 중간에 종자 알밤이 한동안 달라붙어 있다.  그러므로 부모를 잇지 않는 효자로 여겨 젯상에 올리고 재실이나 묘소에 밤나무로 위패를 만들어 세웠다. 밤과 대추는 자식과 부귀영화를 상징 하므로 자고로 제사와 혼례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아주 친근한 과일이다.

영어로 체시트(chest)는 일반적으로 흉부와 가슴을 뜻하지만 상자나 궤짝을 뜻하기도 하여 서양에서는 단단한 궤짝에 들어있는 것에 비유하여 밤을 체스넛(chestnut)이라고 했단다.
세계적인 밤 생산지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60%를 점하고 동양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이며 특히 미국 동부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밤나무 천국이었다. 밤나무는 단단하고 물과 습기에 잘 견디므로 철도 침목, 토목용재로 널리 쓰여 왔다.
특히 밤나무 침목은 탄성이 뛰어나 충격을 잘 흡수하여 승차감이 좋은데다 내구성까지 뛰어나 방부처리를 안해도 어떤 악조건에도 잘 견딘다. 
경주 천마총 내관도 밤나무를 이용했으며, 그 유명한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사원 역시 하중과 중력을 잘 견디는 밤나무로 지어졌다고 한다.
1981년 겨울 스위스 제네바역 뷔페에서 군밤을 팔고 있어 반갑고 신기하여 한 봉지 샀더니 젊은 신사숙녀들도 다투어 사서 먹고 있었다.

밤을 이용하여 프랑스의 마롱 글라세(Marrons Glaces)는 세계 3대 명과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우리도 전통 약밥과 갈비찜, 삼계탕에 밤을 넣어 별식을 만들고 있다.

80년대 초 고도 성장기에 방석집이(기생집) 번창하여 사업상 자주 가게 되었다.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산해진미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상을 장정 서너 명이 들고 들어오면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기가 죽어 놀라 어쩔 줄 모른다.

필자가 무심코 생밤을 집어 먹었더니 일본인들은 놀란 나머지 나더러 제 정신이냐고 물었다.
일본인들은 생밤을 먹지 않으며, 생으로 먹는다는 것은 일본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란다.
캐나다에서 며칠간 헬기로 산판을 둘러보고 귀로에  뱅쿠버 차이나타운을 간다니 지인들 모두가 말린다.
차이나타운은 세계 어느 대도시에도 있지만 대체로 음산한 분위기에 범죄의 소굴로 옛부터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차이나타운으로 가서 식당에 들어갔더니 같은 동양인이라고 의외로  무척 반겨주었다. 중국인 4세인 주방장은 미국 대륙횡단철도와 캐나다 대륙횡단철도의 로키산맥 구간은  침목 하나에 쿠리(coolie=중국인 노동자) 한명 꼴로  묻어야 되었을 정도로 희생이 컸다며, 중국인 특유의 과장된 말투로 영어반 중국 광동어 반으로 이야기의 끝이 없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이야기는 불라디보스톡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어렵게 비자를 받아 대만 거래처인 Yeh Brothers의 에드워도 린 사장이 기다리는 불라디보스토크로 나리다를 경유하여 들어갔다.

호텔은 시내를 약간 벗어난 곳에 있었으며  한적한 커피 숲에서 러시아인 노(老)지배인은 시베리아철도 덕택으로 목재도 해외로 팔 수 있게 되었다면서 계속 보드카를  마시면서  유창한 영국식 영어로 장관설을 이어갔다.
 이르쿠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잇는 바이칼 호 구간의 철도 침목 한 개에 시베리아 죄수 한명씩이 희생 되었다고 개탄하고 있었다. 

북해도, 북미 대륙횡단철도나 시베리아철도의 희생자는 과장된 점도 없지 않으나 열악한 환경과 험난한 입지조건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침목으로 사용된 밤나무, 참나무의 량도 대단했을텐데, 시멘트 침목이 나오면서 밤나무도 한숨을 돌렸을 것이다.
2014년 11월 공주밤을 해외로 수출 하려고 공주를 방문하여 사곡양조장 밤 막걸리 공장을 견학하게 되었다.
불혹의 나이에 짝달막한 체구를 한 임헌창 사장은 다짜고짜 애쓰게 밤막걸리를 개발 했더니 죽써 개 주고 있다며 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자기 혼자 독점하다싶이 했는데 이제 20여군데에서 밤막걸리가 나온다며 한숨을 지었다. 필자가 마셔본 소주 중에서 일본에서 마신 밤소주가 제일 좋았다고 했더니, 도대체 거기가 어딘지 알려 달라고 하루에도 수회 전화가 빗발쳐오고 장소나 주소만 알려 주면 말도 모르고 지리도 몰라도 혼자라도 가겠다고 안달 이었다. 그의 필부지용(匹夫之勇)은 안쓰러웠으나 열정과 사업욕에 감명 받아 일본 고찌껭(高知縣) 시만토시(四万十市)에 있는 다이쇼쵸(大正町)의 無手無冠(무데무카)으로 데리고 가 하루 종일 질의응답 통역과 제조과정 노하우를 전수 시켜주었다.
귀국후 임사장은 밤소주를 제조하여 대박을 터트려 대만으로도 수출하고 ‘6시 내고장’ TV프로에도 방영 되었다고 필자를 초청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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