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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와 산문의 모순 충돌
김묘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18.10.11 16:52
김묘순 문학평론가

한국현대시의 발원자인 정지용. 옥천을 한국현대시의 발원지로 가꾼 정지용.
옥천, 그곳에서 나고 자란 정지용이 최초로 작품을 발표한지 100년만에 ‘금관문화훈장’을 받게 되었다. 오는 24일 오후 2시 국립현대미술관 멀티홀에서 시상식이 있을 예정이란다. 이에 그를 존경하는 연구자들과 문학인 그리고 그의 고향 옥천 사람들이 기쁨의 만세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시인이기 이전에 정지용도 사람 냄새나는 하나의 개체였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자신의 역사를 한 발짝씩 내딛던 인간이었을 것이다. 이런 인간 정지용은 그의 고뇌에서 모순 충돌을 일으키곤 한다. 이를 그의 시와 산문에서는 어떻게 서술하고 형상화하였는지 일별하여 보자.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더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유리창1」 전문 -
   
시「유리창1」은 죽은 아들에 대한 슬픔이 배어있는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시는 슬픔이나 눈물의 속성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감정의 절제를 이룬다.(유종호, 『시 읽기의 방법』, 삶과 꿈, 2011, 28-29면.)
시적 공간 구조는 유리창을 기점으로 내부는 현실공간이며 좁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외부는 우주로 통하는 공간이지만 어두운 밤으로 설정하고 있다.
시적 화자는 혼자서 밤에 유리를 닦으니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라며 참신하고 인상적인 어법을 구사하고 있다.

(전략) 아주 오롯한 침묵이란 이 방안에서 金노릇을 할 수 없는 것이 입을 딱 봉하고 서로 얼굴만 고누기란 무엇이라 형용할 수 없는 긴장한 마음에 견딜 수 없는 까닭이다. 그 뿐이랴. 남쪽 유리로 째앵하게 들이쪼이는 입춘 우수를 지난 봄볕이 스팀의 온도와 어울리어 훅훅히 더웁기까지 한데 OZONE의 냄새란 냄새 스스로가 봄다운 흥분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중략) 앓는 사람이야 오죽하랴마는 사람의 생명이란 진정 괴로운 것임을 소리 없이 탄식 아니 할 수 없다. 계절과 계절이 서로 바뀔 때 무형한 수레바퀴에 쓰라린 마찰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  의 육신과 건강이란 실로 슬픈 것이 아닐 수 없다. 매화가 트이기에 넉넉하고 언 흙도 흐물흐물 녹아지고 冬섣달 엎드렸던 게도 기어나와 다사론 바람을 쏘일 이 좋은 때에 오오! 사람의 일이란 어이 이리 정황 없이 지나는 것이랴. (후략)
-「남병사 7호실의 봄」 중에서

산문 「남병사 7호실의 봄」은 우리에게 「나도야 간다」로 널리 알려진 ‘박용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작품은 박용철이라는 친구의 죽음을 앞두고 있는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작품적 상황은 친구 박용철이 죽음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는 감정의 절제가 없다. “외롭고 지루한” “실로 슬픈 것”이라고 발설한다.
서술적 공간구조로, 남쪽 유리와 창이 외부와 내부를 구분 짓고 있다.
현실적 공간인 내부와 외부는 위의 시 「유리창」과는 달리 봄볕이 눈부시게 내리는 낮이다. “얼음과 눈을 밟고 다정히도 걸어오는 새로운 계절의 바람을 맞는 것”이라며 바람을 의인화하여 나타내고 있다.

「유리창1」과 「남병사 7호실의 봄」의 상황은 이렇게 서로 모순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내부와 외부의 공간 설정과 감정의 절제에 의한 이들의 충돌은 정지용의 복잡한 심정을 불러일으키며 한없이 안으로 침잠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 작품들은 서로 대립적 상황을 제시하면서도 정지용의 곤궁스럽고 빈한하였던 시대적 상황과 인간사를 반영하고 있었다.

김묘순 문학평론가  okhs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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