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세 번째 시집은 옥천 노래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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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세 번째 시집은 옥천 노래할 터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0.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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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귀촌 이원면 건진리 조경순 시조시인
‘소리메궂’ 단장, 문인화·서예 등 다방면 활동
조경순 시조시인.

잘 마른 삭정이를 입 안 가득 밀어 넣고/ 숨통을 내보려고 들었다가 놓았다가// 실 같은/ 인연을 잦고/ 애태우는 내 사랑// 그 얇은 사랑 하나 보듬고 살다보니// 부뚜막 온기로도 잦아들지 못하고// 주르르 흘리는 눈물/ 사랑도 버거웠다// 살면서 밑불처럼 절미 떼듯 모은 사랑/ 비바람 있다 해도 타는 법을 이제 알아// 벌겋게 불을 뿜으며 익어가는 내 사랑// 사랑과 타는 불은 건드리면 안 된다더라// 믿음을 이겨내고 안아주며 토닥이며// 그 깊은 사랑의 이치를 늙어보니 알겠구나

조경순(62) 시조시인의 두 번째 시조집에 있는 ‘가마솥에 불 댕기고’의 전문이다. 조 시인은 5년 전 대전에서 이원면 건진1리로 귀촌해 지금은 문필봉이 한눈에 내다보이는 그녀의 작업실에서 글을 쓰고 있다. 남편 염진우(63) 씨가 퇴직하기 5년 전부터 귀촌을 준비했고 이곳에 들어와 산지도 5년째가 되어간다고. 집 주변 800여 평 밭에 일부는 조경수를 심고 나머지 땅엔 텃밭을 가꿔 거의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건진리는 암탉이 알을 품는 형상의 아늑하고 편안한 동네라며 이곳에 들어와서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는 생활을 하게 되었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도시에서는 너무 바빴다. 누구나 젊음은 바쁘다. 도시에서 내 걸음걸이는 늘 뛰다시피 하며 살아왔다. 이제야 걸음의 보폭을 늦출 수 있게 되었다”고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닭이 울면 눈을 뜨고 해가 지면 눈을 감는데 이제야 부부 간에도 서로를 마주 보게 되었다고, 이것이 여유이며, 여유가 주는 행복이라고 했다.

또한 “건진리는 도시와 다른 이웃 간의 정이 많은 마을”이라며 “처음 이곳에 들어와 얼마동안 굴뚝에 연기가 나오지 않자 김회보 이장님이 나무를 한 짐 해다가 마당에 말없이 놓고 가 그때부터 집 고래에 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고향이 전북 무주인 그녀는 옥천에 와서 유년에 느꼈던 그 고향의 정취를 그대로 느끼고 있다고. 조 시인은 2012년 첫 시집 ‘저 일획’, 2018년 두 번째 시집 ‘조각보’를 출간 했다. 세 번째 시집은 옥천에 살면서 옥천을 이야기 하고 싶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유년을 다시 바라보는 시를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50세 이후 자신을 찾기 위해 생활인으로 일하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문인으로 시낭송가로 활동해 온 그녀. “오늘의 난 분명, 어제와는 다르다”는 책상 앞에 쓰여 진 글귀를 매일 읽는다고 했다.

어제의 나와 다르기 위해 조 시인은 한 순간도 배움을 놓지 않고 있었다. 장구, 문인화, 스포츠댄스, 서예, 난타, 살풀이 어느 것 하나 대충 배우는 것이 없었다. ‘소리메궂’ 단장으로 활동하며 중국 연변에 있는 극장에서 ‘미얄 할매’ 공연을 하기도 했다. 깨어있는 삶으로 자신을 가꾸어온 조경순 시인의 옥천 생활이 어떻게 작품으로 탄생될지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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