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가 세다, 혹은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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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가 세다, 혹은 약하다
  • 김현희 시인·역학자
  • 승인 2018.11.01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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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시인·역학자

‘나무’는 봄여름에 왕성하고 가을겨울에 쇠한다. 그래서 봄여름을 왕상(旺相)이라고 하고, 가을겨울을 휴수사(休囚死)라고 한다. 왕은 왕성함이고, 상은 평탄함이고, 휴는 휴식을 취하고, 수는 가두고, 사는 죽는다는 의미이다. ‘나무’는 가을겨울에 뿌리를 땅에 가두고 잔가지를 죽인다. 그 이듬해에 가지와 잎이 새롭게 나온다. 이러한 순환이 왕상휴수사(旺相休囚死)이다.

겨울나무는 실제로 죽어 있는 게 아니다. 봄에 새잎을 피우기 위해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언 땅을 인내하고 있다. 수(囚)와 사(死)는 가두고 죽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겨울나무처럼 참아내고 버틴다는 의미이다. ‘태양’은 여름에 뜨겁고 겨울에 약하다. ‘물’은 겨울에 차갑고 여름에 따뜻하다. 이렇게 오행의 기운이 왕할 때를 왕상(旺相)이라고 하며, 사주가 세다고 한다. 반대로 쇠할 때를 수사(囚死)라고 하며, 사주가 약하다고 한다. 휴(休)는 과도기인 휴식 기간이다.

왕(旺)은 비견과 겁재이다. ‘나’와 같은 오행이다. 비겁이 많으면 사주가 세다. 건강함, 추진력, 승부욕이 넘친다. 비겁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친구, 형제, 사람이다. 두세 개 정도가 있으면 좋다. 너무 많으면 독불장군이 되어서 타인들과 융화하지 못한다. 자기 힘만 믿고 나대다가 부러진다. 

상(相)은 정인과 편인이다. ‘나’를 생해주는 인성이다. 도와주는 바탕이다. 어머니, 공부, 자격증, 문서, 통장이다. 학위를 따고, 취직시험에 합격하고, 부동산을 갖는 힘이다. 기존 지식을 받아들이고 안정적으로 인간관계를 맺는다. 인성이 있어야 말년에 저금통장과 부동산이 생긴다. 사주에 비겁과 인성이 많으면 사주가 세다. 센 사주는 자기 고집이 있어서 세상을 사는데 긍정적으로 밀고 나간다. 사주가 세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다.  

휴(休)는 식신과 상관이다. ‘내’가 생하는 식상이다. ‘나’의 재능, 기술, 창의력, 생활 수단이다. 식상은 휴식을 취하고 즐기면서 일하기에 주관적 행복 수준이 높다. 타인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지 않는다. 나르시스가 강하며 남이 칭찬해주면 만족한다. 자유영혼의 기질이다. 인간관계도 맺고 싶은 사람하고만 맺는다.

수(囚)는 정재와 편재이다. ‘내’가 극하는 재성이다. ‘내’가 취하는 재물이다. 활동적, 계획적, 실리적, 현실적 심리이다. 재성을 가둘 수(囚)라고 한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 놀고 싶은 욕망을 가두고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학생은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고, 돈을 벌기 위해 어른은 밤낮으로 일을 한다. 기업가는 상품을 팔기 위해 타인의 욕망에 맞춰 자기 욕망을 조절한다. 돈복은 자기를 낮추고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하는 사람에게 있다. 결과물을 획득하기 위해 목표 지향적으로 움직이는 사람에게 있다. 

사(死)는 정관과 편관이다. ‘나’를 극하는 관성이다. 직장운, 성공운, 명예운이다. 조직에서 직위나 지위를 성취하는 힘이다. 조직이 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죽인다. 참을성, 인내력, 희생심이다. 승진하고, 명예를 얻기 위해 사사로운 자존심을 죽이고, 공익적인 일에 자기를 적응시킨다. 사주에 재성과 관성이 많으면 사주가 약하다. 자기를 가두고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기를 희생했기에 돈과 권력을 얻게 된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격언처럼 사회나 조직을 위해 자기를 희생시키는 사람은 객관적으로는 더 나은 위치에 처할 수 있다. 사주에 재성, 관성인 수사(囚死)가 많으면 자기를 낮추기에 사주가 약하다. 이런 사람은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돈 벌고 성공하려고 하다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 반면에 비겁, 인성인 왕상(旺相)이 많으면 사주가 세서 건강하다. 사주가 약하면 건강관리에 신경 쓰면서 살면 되고, 사주가 세면 겸손하게 살면 된다. 사주가 세든 약하든 팔자라는 운명은 사람을 살리기 위한 것이지 죽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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