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삶’…옥천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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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삶’…옥천이 준 선물
  • 도복희기자
  • 승인 2018.11.2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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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전 따뜻한 이남 찾아 온 손성범·신은순 부부
1년 중 반은 3천평에 심어진 소나무 전지작업에 쏟아

손성범(66) 씨는 경기도 부천에서 1998년 옥천으로 이주했다. 황해도 신계군이 고향으로 실향민이었던 아버지 손병희(99) 옹께서 대전 이남으로 내려가 살기를 간절해 바랬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북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기를 원했다. 따뜻하고 편안한 지역에서 터전을 잡는 것이 소망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던 성범 씨는 장남으로써 아버지의 소망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그는 1995년 경기도 양평에서 산 적이 있다.

귀촌인 손성범·신은순 씨 부부.

경기도가 수도권과 가까워 그가 살기에는 편안했지만, 대전이남 지역에 아버지가 마음적으로 편안해 하실 장소를 찾아다니다 옥천의 장계리 현재 거주하는 지역을 발견하고 바로 이주를 결행하게 됐다. 3천여 평 대지에 야트막한 일층 집은 넓은 창문이 많아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왔다. 햇살도 풍성했다. 대청호와 산자락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새소리와 바람소리가 간간히 들리는 그 집에서  손 씨는 아버지를 모시고 17년 동안 함께 지낼 수 있었다. 지금은 100세에 가까운 아버지가 몸이 불편한 관계로 병원 가까이에서 거주하다 주말이면 이곳으로 들어와 지낸다. 아버지는 79세 되던 해에 옥천 운전면허장에서 최고령자로 운전면허를 따 외곽인 집에서 읍내를 가는데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기도 했다고.


성범 씨는 부천에서 요식업을 여러 개 하다가 정리하고 현재는 부천과 대전 송강동에 3개만을 남겨 아들에게 맡겼다. 요즘은 넓은 대지에 소나무를 다듬어 특수목으로 만드는 전지작업을 해오고 있다. 1년에 6개월 정도 나무 전지작업을 한다고. 그는 아침에 안개가 주변을 덮고 있다가 해 뜨는 걸 보면 그 아름다움에 도취될 수밖에 없다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탄했다. 옥천에 내려와 소나무 전지 작업을 배웠다고 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은 옥천이 준 또 하나의 선물이라고.


그는 신앙인이다. 옥천 성당에 다닌다. 귀촌인으로서 갈등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예수님이 나에게 온다면 나를 고통 주는 사람의 모습으로 오게 될 것”이라며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예수님의 모습이라 생각해서 그에게 예수를 대하듯 한다. 이런 마음으로 살다보니 그들도 금새 본래 예수의 선한 모습으로 되돌아선다”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의 어머니 임월성(88) 어르신 역시 동네 분들과 격의 없이 즐겁게 지냈다며 지역 분들과 어려움이 있는 것은 벽을 쌓고 소통을 안 하기 때문이라고 어디에서 지내든 예수님의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갈등은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른 아침 소나무 전지 작업을 하고 낮에 산책할 때 동네 분들이 일하고 계시면 죄송한 맘이 들어 숨어서 다니게  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벽을 가지지 않는 것은 먼저 웃으면서 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모든 사람은 내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그러나 모든 이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고. 예수도 살아생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지 못했듯이 나도 역시 그렇다. 모든 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괴로워하는 것, 이것 역시 욕심”이라고 말했다. 그의 옥천 생활은 자연과 사람이 물 흐르듯 어우러지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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