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 자는 것이 살 빼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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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잘 자는 것이 살 빼는 길
  •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8.12.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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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눈에 특별하게 보이는 문화가 있다. 바로 늦은 밤 화려함을 뽐내는 네온불빛과 그 아래 사람들이 분주하게 다니는 모습이다. 이러한 ‘잠들지 않는 문화’에 많은 외국인들은 신기해하고 매료(?) 당하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밤 풍경을 자아내는 생활패턴이 심신의 건강에 좋을 리 없다.

늦은 밤까지 깨어 있다 보니 정상적인 생활리듬이 깨져있는 경우가 많다. 밤 시간대에 수면부족이 반복되면서 낮 시간을 무기력하고 졸린 상태로 보내기 쉽다. 이렇게 되면 인체의 호르몬 분비리듬도 변화를 겪게 된다.

수면부족과 비만의 관계에 대한 최근 연구를 보면 하루 5시간 자는 사람과 8시간 자는 사람을 비교한 결과, 5시간만 자는 사람에게서 렙틴이라는 호르몬은 15%가 감소하고, 반면에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은 14,9%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렙틴은 지방조직에서 주로 분비되는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이며, 그렐린은 위장의 하부에서 30분 간격으로 분비되어 허기증을 불러일으키는 호르몬이다.

생활리듬의 불규칙성은 수면호르몬이라고 하는 멜라토닌의 분비리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뇌의 송과체라는 곳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은 해가 지고 나서, 평균적으로 저녁 8시 경부터 점차 분비량이 많아지다가 늦은 밤에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리듬에 맞추어 잠들지 못하고 더 늦은 시간까지 활동하게 되면 각성수준을 높이는 코티졸 수준은 높아지는 반면 멜라토닌의 분비가 감소되면서 연쇄적으로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감소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뇌의 식욕중추에서는 식욕을 높이는 작용을 하는 신경펩타이드 Y(NPY)라고 하는 신경전달물질이 크게 증가한다. 이로 인해 늦은 시간에 냉장고문을 자꾸만 열었다 닫거나, 야식배달의 유혹에 갈등을 겪게 된다.

늦은 밤에 깨어있으면서 식욕과의 치열한 전투에서 이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면 우리의 뇌가 계속해서 혈당을 먹어치우는 동시에 깨어있는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 혈당수준을 유지하려고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 단 음식, 즉 탄수화물에 대한 강력한 욕구가 일어난다.

그 뿐만 아니라 수면부족이 당뇨병의 전 단계처럼 인슐린저항성이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 역시 뇌를 제외한 인체의 나머지 부분들이 혈당을 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뇌를 위한 연료인 혈당의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늦은 밤에 각성상태를 높이는 코티졸 수준은 높아지고, 식욕억제 작용을 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수준은 매우 낮아지면서 야식의 치명적인 유혹에 굴복한다. 이렇게 유혹에 넘어가서  야식을 먹고 잠이 들면 호르몬의 분비주기도 뒤바뀌게 되어 아침에 일어나서는 렙틴수준이 아직 높은 상태로 아침밥 생각이 전혀 나지 않게 된다. 반면에 코티졸은 낮아진 상태로 매우 졸리고 무기력한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아침을 거른 결과 직장에서 오전 내내 혈당이 낮은 상태로 일하는 동안 혈당이 더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반응으로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 우리 인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트레스반응으로서 혈당저하를 막으려는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어 북새통을 겪는 것이다.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면 우리 인체는 최대한 혈당을 빨리 올리는 음식을 선택하도록 만들고 최대의 효율을 발휘해서 꿀맛 같은 점심을 흡수한다. 이어서 오후에는 최대한 에너지소모를 줄이기 위해 식곤증이란 녀석을 불러내서 정신없이 졸리게 만들고 만성적인 피로감을 일으킨다.

이처럼 잘못된 생활패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복부에 차오르는 달갑지 않은 손님, 즉 내장지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 악순환에서 빠져 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이 운동이다. 운동은 그 자체로도 좋지만, 수면의 질을 높여서 이러한 악순환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게 해주는 최상의 수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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