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치매를 예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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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은 치매를 예방한다
  • 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 승인 2019.01.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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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생활체육학과 교수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뇌를 움직인다는 말과 같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든 움직임은 뇌에서 시작된다. 태어난 지 몇 개월 된 아이를 예로 들어 보자. 처음 목을 가누게 되면 끊임없이 뒤집고, 기고, 무언가를 짚고 일어서려고 한다. 그 다음엔 비틀거리며 걷고, 마침내 위태롭게 뛰는 동작을 반복한다. 걷고 뛰면서 무수히 넘어지는 과정을 거듭하지만 성장하면서 결국은 잘 걷고, 뛰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점차 아주 작은 근육까지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마침내 젓가락질도 하고 피아노도 치며 운전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모든 동작이 가능하게 된 것은 먼저 뇌에서의 ‘학습’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걷거나 뛰는 아주 간단한 동작조차도 예외는 아니다. 즉 우리가 당연하게 얻어진 것으로 생각하는 움직임들은 실제로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하는 동안에 이루어진 무수히 많은 연습과 시행착오의 결과이다. 이러한 뇌의 학습은 뇌피질의 운동영역이라는 곳에서 이루어지는데, 반복된 학습의 결과는 뇌의 전운동 영역으로 전이되고, 추체외로라고 하는 신경줄기를 통해 척수를 거쳐 근육을 움직이는 일련의 과정이 자동화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별다른 의식적 노력 없이도 걸어가거나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우리가 몸을 쓴다는 것은 사실은 뇌를 쓴다는 말과 동의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뇌는 일방적으로 몸에게 명령을 내리는 기관이 아니다. 사실은 뇌와 몸은 시시각각 무수히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며 상호 협력하여 최적의 행동을 이끌어 낸다. 예를 들어 길을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하자. 우리의 눈과 귀, 피부 등을 통해서 주변의 상황에 대한 시공간적 정보, 청각, 촉각 정보가 끊임없이 뇌에게 보내진다. 그뿐만 아니라 인체 내부에서는 고유수용기라고 하는 특별한 신경 센서로부터 근육과 관절의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시시각각 뇌에게 전달된다.

뇌는 자신에게 보내진 이러한 모든 감각신호를 ‘느낌’이라는 형태로 인지(認知)하는 것이다. 이렇게 인지된 정보를 뇌는 통합해서 분석하여 적절한 판단을 한다. 그 판단에 따라 온 몸에 퍼져있는 신경경로 중에서 최적의 경로를 통해 신경자극이라는 형태의 명령을 내려서 근육을 움직이게 한다. 운동 또는 스포츠는 뇌와 몸으로 하여금 무수히 많은 정보처리와 명령 수행 과정을 연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몸을 움직임으로써 뇌를 쓰게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동안 스포츠의학적 연구를 통해 밝혀진 많은 증거들은 운동이 ‘뇌’의 발달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즉 뇌의 혈류량이 증가하고 뇌혈관이 새롭게 생성되며, 뇌신경세포의 재생과 발달을 돕는 BDNF라는 물질의 생성량이 증가하며, 그로 인해 뇌세포 간 연결망이 더욱 조밀하게 될 뿐만 아니라 뇌 신경세포가 새롭게 생성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치매에 의해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뇌의 퇴행성 변화는 정보의 수용과 처리와 관련된 특정 영역, 특히 뇌 해마 치상핵이라는 부위에서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인 속도로 죽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주된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이나 뇌경색을 들 수 있고, 그밖에 알코올성 치매나 당뇨병성 치매가 있다.

이 뇌의 해마 부위는 조금 전에 일어난 단기적인 기억을 받아들여서 뇌의 고위중추에 장기적으로 저장될 수 있도록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이 부위의 퇴행은 바로 전에 일어난 사건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십 수 년 전부터 활발하게 진행되어온 연구들은 운동이 신경성장인자인 BDNF 등의 생성을 촉진하고, 바로 이 뇌 해마부위에서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며 인지능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고하고 있다.

치매가 걱정된다면 당장 뇌에 신호를 보내자. 가장 좋은 방법은 TV를 끄고 소파에서 일어나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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