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의 경험적 공간, 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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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의 경험적 공간, 옥천
  • 김묘순 문학평론가
  • 승인 2019.02.14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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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묘순 문학평론가

정지용 문학의 뒤안길에는 그의 고향 옥천이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문학이 자라는 동안 수많은 일들이 지나갔겠지만 시의 독특한 체취만은 옥천을 품고 창조되고 있었다.
「향수」는 모두 5연으로 구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4연을 제외한 1, 2, 3, 5연은 5행으로 구성해 놓고 있다. 이는 정지용이 「향수」의 시적 의미표현에 운율과 감흥을 더하기 위한 공간(옥천+「향수」의 입체적 범위)적 질서로 보아야 한다.
5연과 5행 구성의 「향수」는 시적 화자를 동원한 정지용의 의도된 공간적 질서이다. 「향수」에서 시적 화자는 시의 진행자인 동시에 서술자(여기서 서술자란 'Writer'의 개념)이다. 이 「향수」의 진행자 또는 서술자는 시의 내용을 다 알거나 아니면 관찰하면서 다루게 된다. 정지용은 「향수」의 내용을 이미 전개가 완료된 상태에서 적었을 것이고 기록물로 남기기 전에 그것에 대한 구상을 끝냈을 것이다. 구상 이전 단계는 경험의 축적이다. 정지용의 경험은 그가 유년시절을 보낸 옥천에서 찾았다. 이는 「향수」를 착상하게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 되었다. 
차치(且置)하고 정지용 「향수」의 공간적 질서에 대하여 논하기 위하여 그의 의도가 가장 많이 들어있을 최초본인 『조선지광』 65호의 「鄕愁」를 적는다.

 鄕愁

(전략)
해설피 금빗 게으른 우름 을 우는 곳,

---그 곳 이 참하 꿈 엔들 니칠니야.

질화로 에 재 가 식어 지면
(중략)
집벼개 를 도다 고이시는 곳,

---그 곳 이 참하 꿈 엔들 니칠니야.

흙 에서 자란 내 마음
(중략)
풀섭 이슬 에 함추룸 휘적시 든 곳,

---그 곳 이 참하 꿈 엔들 니칠니야.

傳說바다 에 춤 추는 밤물결 가튼
(중략)
가운 해쌀 을 지고 이삭 줏 든 곳,

---그 곳 이 참하 꿈 엔들 니칠니야.

한울 에는 석근 별
(중략)
흐릿한 불비채 돌아안저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 곳 이 참하 꿈 엔들 니칠니야.

정지용은 「향수」에 이렇게 공간적 질서를 형상화 해놓고 있었다.
첫째, 각 연의 ‘---그 곳 이 참하 꿈 엔들 니칠니야.’에 주의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는 각 연의 끝남을 알려주는 공간을 의미한다. 동시에 다음 연을 시작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사용한 공간적 질서를 뜻한다.
둘째, 각 연이 끝난 후 1행 분량을 공간으로 비워둔다. 그리고 후렴구 ‘---그 곳 이 참하 꿈 엔들 니칠니야.’를 배치한다. 그 후 다시 1행 분량을 공란으로 설치하고 다음 연을 시작한다. 각 연의 후렴구 양 끝에 1행 분량을 공란 처리하는 것은 정지용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크기를 형상화한 공간적 질서로 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아무런 시적 장치 없이 시행을 그냥 나열하였다면 「향수」가 지금의 「향수」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겠는가?
정지용은 ‘그리움’의 깊이 있는 내면적 장치로 공간적 질서를 선택하였다. 이는 정지용이 「향수」의 독자층을 두텁게 하는데 일조하였다. 이처럼 「향수」를 대중 곁에서 낭만과 그리움으로 남기기 위하여 정지용은 후렴구로 각 연의 시작과 끝을 나타냈다. 그리고 각 연의 후렴구 양 끝에 1행 분량을 공란 처리하며 공간적 질서를 「향수」에 그려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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