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태태 이야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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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태태 이야기(2)
  • 배경숙 작가
  • 승인 2019.02.1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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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숙 작가

선생님이 가지 끝 나뭇잎 사이에 매달린 꼬물거리는 그것을 잡으려다 흠칫 손을 뒤로 뺍니다. 교장선생님이 놀란 목소리로 묻습니다.
“왜요, 죽었어요?”“아닙니다, 교장선생님. 생긴 것도 이상한데 만지니까 영….”
선생님의 손에 그것이 들어갔습니다. 모여 섰던 아이들의 입에서 ‘아!’하는 소리가 납니다. 선생님이 사다리를 천천히 내려와 교장선생님 앞에 섰습니다. 손가락을 펴자 그것이 꼬물꼬물 움직입니다. 들여다보는 모두의 눈이 흔들립니다. 그것은 작고, 가냘픈 생선 가시 같은 뼈와 잿빛 반투명 종이 같은 것으로 덮여 있습니다.
“관박쥐예요.”
태태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관박쥐래!”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관박쥐가 파도를 타고 흩어집니다.
교장선생님이 태태에게 물으십니다.
“어이구 우리 태태. 2학년인데 어떻게 그 어려운 걸 알았누?”
“우리나라에는 관박쥐와 제주관박쥐 두 종류만 살아요.”
아이들의 입에서 우와! 감탄사가 쏟아져 나옵니다. 태태는 고개를 들고 먼 하늘을 보며 책을 읽듯 단숨에 말합니다.
“낮에는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을 하는데 나방, 파리, 딱정벌레 등을 먹고 살아요. 여름에 주로 활동하고 겨울에는 동굴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겨울잠을 자요. 4월 말쯤에 잠에서 깨어나고 5, 6월에 새끼가 태어나요. 얘는 새끼관박쥐예요.”
“근데 왜 여기 있을까?”
선생님의 말에 태태의 눈동자가 딱 멈춥니다.
“그놈들 때문이에요.”
“그놈들이라니?”
교장선생님이 태태의 손을 잡으며 묻습니다. 태태가 교장선생님의 손길을 피해 떨어져 서서 교장선생님을 노려보며 말합니다.
“매하고 독수리요. 박쥐의 천적인데 저희보다 약한 박쥐를 괴롭히고 잡아먹어요. 교장선생님처럼.”
“응?”
선생님이 깜짝 놀라 말합니다.
“태태야, 무슨 말버릇이니.”
“그래서 도망 나온 거예요. 내가 모를 줄 알아요? 교장선생님은 매일 내가 복도를 뛰면 위험하다고 못 뛰게 하지만 그게 아니잖아요.”
“그럼 뭔데?”
“창피해서요. 나보다 못 달려서요. 히히히.”
태태는 선생님의 손에 있는 새끼박쥐를 낚아채더니 냅다 달리기 시작합니다. 아이들 몇몇이 태태의 뒤를 따라 달립니다. 교장선생님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허허 웃으십니다.
“태태야, 다음 시간에는 강당에서 공주고받기 수업할 거다!”
선생님의 큰소리가 태태의 귀에도 들리지만 못들은 척 부리나케 교실 뒤로 돌아섭니다.
태태는 아이들을 따돌리고 쓰레기 모으는 컨테이너 박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습니다. 새끼박쥐를 숨기기에는 그만입니다. 어두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그런데 눈을 한번 감았다 뜨니 쓰레기가 가득 담긴 쓰레기봉투가 죽 늘어서 있는 게 보입니다.
 “잠깐 여기 있어. 나는 너를 좋아해. 비 올지도 몰라. 비 맞으면 감기 걸리잖아.”           

다음호에 계속…          

△ 약력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 초등학교 교사
·저서(동화): 『바보 막돌이』, 『날다 오!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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