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작가 이흥주 옥천예술인상 주인공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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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작가 이흥주 옥천예술인상 주인공 되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2.21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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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예총, 작년 수상자 선정 늦은 시상식 가져
이 작가 “60에 시작한 글쓰기는 내 생의 의미”
이흥주 작가.

“어머니가 주위에 계시면 항상/ 어머니 냄새가 났다/ 낡은 베적삼 속엔/ 새 속 털보다 더 따듯한 어머니 젖가슴이 있었다/ 아득한 기억 속의 어머니 젖내/ 지금껏 살면서 그렇게 좋은 냄새는/ 한 번도 만나질 못했다/ 나를 세상에 있게 한/ 하늘 아래 하나 밖에 없는 상큼한 향취”

이흥주(70) 수필가의 제목 ‘고향’ 시의 일부분이다. 작가는 고향을 어머니의 냄새로 기억한다. 진정성 있고 가슴으로 쓴 시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꾸미지 않았으나 울림이 있다. 작가가 몸으로 경험하고 육화해서 나온 글이기 때문이다. 옥천예총은 2018년 옥천예술인상 수상자로 이흥주 작가를 선정하고 지난해 11월 시상식을 열 계획이었으나 지난 20일 옥천예술제에서 늦은 시상식을 가졌다. 이 작가를 만나 그의 문학과 인생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이흥주 작가는 “이렇게 큰 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지 모르겠다. 좀 더 잘하라는 의미로 주는 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인사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동이면 청마리가 고향이다. 청마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독학으로 공부를 했다. 병약한 아버지를 대신해 가계를 도맡아 농삿일은 물론 나무를 하고 쟁기질을 했으며 소꼴을 베어야 했다. 몸이 부서지도록 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지게를 지고 다니면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몸이 녹초가 되도록 일하고 공부를 해도 혼자 하는 공부는 늘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그는 옥천군내 학교에서 기능직으로 일하다 2009년 충북도립대학에서 퇴직을 하게 된다. 평소 하고 싶었지만 도전하지 못했던 글쓰기를 시작한 건 퇴직 후 60세부터다. 글을 써서 지역신문에 보낸 것이 지면에 실리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동기가 됐다고. 이 작가는 평소 신문 읽는 것을 즐겼다. 사설이나 칼럼을 꼼꼼하게 챙겨 읽으면서 ‘나도 언젠가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올해로 6년째 옥천군민도서관 평생학습원 시·수필 창작반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이 작가는 “기본이 없다 보니 단어의 중복이나 불필요한 조사 등을 피할 수가 없었다”며 “6년 동안 평생학습원에서 성은주 교수로부터 글쓰기에 대해 배우다 보니 예전보다 문장이 많이 다듬어진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나이가 있다 보니 생활하면서 자주 잊어버리곤 하는데 글을 쓸 때는 몰입이 되고 정리가 된다”며 “인생 후반기 글쓰기는 내 생의 의미로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기 위해 좌판을 두드리고 있을 때 더없이 행복해진다”고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흥주 작가는 “지금까지의 생애 중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다. 정신을 놓지 않는 한 글을 쓰는 인생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제일 먼저 신문을 읽고 아침을 연다는 이 작가의 하루하루는 모든 게 글의 소재가 된다고 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깨어있는 의식으로 바라보고 글로 옮길 수 있는 작가의 오늘이 행복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흥주 작가는 2017년 ‘지필문학’에 수필로 등단한 후 2018년 그동안 써 놓았던 글을 묶어 수필집 ‘늦바람’을 출간했다. 2남 1녀의 자녀들은 아버지의 책 출간을 누구보다 지지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시집도 내고 수필집도 1권 정도 더 내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며 글쟁이인 만큼 더 열심히 글을 쓰고 옥천군민으로서 우리 지역 문학 발전을 위해 힘이 닿는 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소망했다. 그는 “나서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힘껏 조력자로서 역할을 최선을 다해 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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