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리는 전신마비 나를 살린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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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리는 전신마비 나를 살린 곳”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2.28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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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공예술가 백혈병 동생 살리러 약초꾼 됐지만
넘어져 전신마비…건강 찾고 솟대·서각활동 재개
귀촌인 진덕 목공예술가.

“바로 아래 동생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손쓸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동생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습니다. 형으로서 죽어가는 동생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약초가 되는 것을 찾으려고 산에 들어갔습니다. 동생의 몸에 좋은 것을 찾아 약초 공부를 하며 안 가본 산이 없습니다.

지리산, 진천의 두타산, 청성면 조천리 산에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21년 전 동생을 보냈지만, 그때 시작한 산 생활이 2년 전까지 이어졌습니다. 2년 전 산에서 넘어지면서 신경을 다치게 되었고, 더 이상 산 생활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들어온 곳이 청산면 백운리입니다.”

시호 진덕(57)은 죽어가는 동생을 위해 약초를 찾으러 산으로 들어갔다. 약초 공부를 했고 전국의 산을 헤맸다. 동생에게 좋은 것을 구해, 살리고 싶은 염원 하나로 선택한 삶이었다.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산 생활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2년 전 산에서 넘어져 목을 다쳤다. 전신마비가 왔다. 더 이상 산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우연찮게 친구가 살고 있는 마을을 알게 돼 백운리에 들어오게 됐다.

작년부터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서 솟대 작업을 시작했다. 진덕은 서각 전문가다. 목공예작업도 했다. 장승을 만들고 솟대를 만들었다. 백운리 주민들은 그의 작업을 도왔다. 함께 솟대를 세웠다. 가만히 있으면 몸의 통증이 심해 작업에 몰두하길 원했다. 작업하고 있으면 통증을 잊을 수 있다고, 장승을 만들고 솟대를 세우는 그때가 좋다고 말했다. 백운리를 시작으로 청산면 전체를 솟대로 아름다운 마을로 만들고 싶다고 소망했다.

진덕은 “백운리는 너무나 아름답다. 멀리서 바라보고 있으면 산 능선이 수려하고 아름다워 마음까지 고요해진다”며 “마을에서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문 열어주고, 노인회에서 솟대도 같이 깎고 세워서 합동작업을 하니 참 좋다. 이토록 아름다운 마을에 솟대를 세울 수 있도록 배려해준 마을 주민들과 이장님께 감사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낯선 이에게 이토록 따뜻하게 대해주는 마을은 없을 것”이라며 “인연이 되어 닿게 된 이 마을에 힘이 닿는 한 솟대를 세워 아름답게 꾸미고 싶은 게 유일한 소망”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시를 서각으로 만들어 마을을 시로 물들이고 싶다”며 “몸이 안 좋아 마음이 바쁘다. 부지런히 해야 한다”고 살아 있는 동안 하고 싶은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경을 많이 다쳐 몸의 통증이 심하다고 했다. 진통제를 아무리 먹어도 아프고. 산에 살며 죽을 고비를 넘긴 건만 몇 번이고 이렇게라도 살아있고 움직이는 게 감사한 일이라며 인생을 세 번째로 사는 것이니 봉사로 끝내고 싶다고 했다.

진덕은 백운리 59-1번지에 살면서 낮에는 장승을 만들고 저녁으로 서각을 한다. 항상 아파 통증을 잊기 위해서라도 서각에 몰입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더 바쁘게 움직일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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