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사위, 아들노릇하러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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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사위, 아들노릇하러 왔어요”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3.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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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 고향으로 귀촌 손진영·김은주 부부
교통약자 돌보며 화목한 가정 이끄는 가장
손진영·김은주 씨 부부가 새로 이전한 그들의 사업장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귀촌인 손진영(50) 씨가 부인 김은주(45) 씨의 고향 옥천으로 내려온 지 8년 째다. 손 씨는 서울 상계동이 고향이고 40여 년 동안 서울에서 살았다. 그런 그가 옥천으로 내려온 것은 부인 김 씨가 딸만 다섯 있는 집안의 장녀이고 언젠가는 부모님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을 존중해 주었기 때문이다. 4남 2녀의 막내였던 손 씨 역시 “처남이 없다 보니 맏사위로서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원래는 60이 넘어서 오려고 했는데 젊을 때 와서 적응하는 것이 나을 거 같아 2011년 자연스럽게 옥천으로 거주지를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부부는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이른 나이에 옥천으로 거주지를 옮긴 것. 친정어머니의 권유도 결정하는데 한몫을 했다.

이사 온 1년 뒤 그들은 군청 앞에서 이불업을 시작했다. 원래 손 씨 집안이 서울에서 이불 공장 도소매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이 어렵지 않았다고. 부부는 올 1월에 사업 장소(옥천읍 문장로 54-1)를 이전했다. 주차공간이 부족해 조금 여유로운 공간으로 자리를 옮긴 것. 사업 장소는 아늑하고 편안해 보였다.

그는 낮 동안 교통약자지원센터에서 장애인 이동을 돕고 있다. 일이 끝난 후 다시 사업장(아방데코)으로 와 주문 들어온 일 처리로 바쁘게 생활한다.

해병대 하사관 출신으로 6년 간 직업군인으로 있다가 중사로 제대한 그는 ‘해병대’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따뜻하고 가정적이라는 게 부인 김 씨의 말이다. 그녀는 “시댁 식구들이 모두 인품이 좋은데 남편도 그렇다”며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아도 단 한 번도 불만이 없었고 오히려 아버지가 병원에 다녀야 했을 때 시간 날 때마다 말없이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늘 감사했다”고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주말이 되면 부부는 군서에 있는 하동교회에 출석한다. 원래 종교가 없던 손 씨는 종교가 같지 않아서 대화가 안 맞는다는 아내의 말에 두말하지 않고 교회에 출석하며 “너와 대화 하려고 나온 것”이라고 말해 아내에게 감동을 주기도 한 사랑꾼이다.

그는 “가족에게 맞춰주는 것이 힘들 거 같으면 못 한다”며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편안하고 좋으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고 했다.

손 씨에게는 낯선 타향이지만 이제 8년째 옥천에서 지내면서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작년까지 친목 도모를 위한 옥천 지인들 간의 모임인 ‘청마회’ 회장을 맡아 활동하며 친분을 쌓아 왔다. 상조회도 가입했다. 그는 “옥천지역의 지인분들은 서로 간 도움을 주려고 한다”며 “지난해 3월 어머니가 소천하셨는데 서울까지 찾아와 위로해 줘서 감사한 마음이 컸다”고 인사했다.

그에게는 꿈이 있다.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잘돼서 좀 더 많은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약자 편에 서고 싶다는 그는 “교통약자지원센터에서 일하다 보니 지역에 연세가 많으시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손길이 미치지 않는 소외된 분들이 너무 많이 있다”며 “그들의 삶을 외면하지 않는 이웃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언제나 진심으로 대하면 타인의 마음에 가닿는다고 생각하는 귀촌인 손진영 씨의 하루는 바쁘지만, 이웃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길 꿈꾸기에 활기차다. 부부에게 올해 대학생이 된 아들과 고1 딸은 또 하나의 미래다. 부부는 서로 맞춰주고 감사하며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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