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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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바꾸자
  • 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 승인 2019.03.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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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봉호 옥천군의회 의원

조선조(朝鮮朝) 19대 숙종(肅宗) 임금이 미행(薇行)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가난한 어느 움막집을 지나다 물 한잔을 얻어 마시며 집안을 살폈다.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집인데도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사는 형편(形便)이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이 그렇게 좋아서 웃느냐고 임금이 물었다. 임금인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그 집 주인은 “이렇게 살아도 빚도 갚을 수 있고 저축(貯蓄)도 할 수 있으니 이 아니 좋소. 그래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구려”라고 했다.

임금은 그 말이 그 집의 형편(形便)과 너무 맞지 않는 것 같아 내시(內侍)를 시켜 조사(調査)를 하도록 했다. 며칠 조사해 보았지만 숨겨둔 재산(財産)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임금은 그 집 주인에게 “재산(財産)도 없는데 무슨 재간(才幹)으로 빚도 갚고 저축(貯蓄)도 할 수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부모(父母)님 봉양(奉養)하니 빚 갚는 것이고 우리 내외(內外) 노후(老後)를 의지할 자식(子息)을 키우니 저축(貯蓄)이 아니냐.” 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에 크게 감동(感動)한 숙종(肅宗)은 상(賞)을 내리고 귀감(龜鑑)을 삼도록 했다고 한다.
가진 자들이 더 가지려 싸우고 천륜(天倫)이 패륜(悖倫)이 되는 사건(事件)들을 보다보면 숙종(肅宗) 때의 그 이야기가 자꾸만 떠오른다.

이 시대(時代)를 위기(危機)의 시대라고 말들 하지만 위기가 그냥 우연히 왔겠는가. 욕심(欲心)을 버리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이 첫째 원인(原因)이 아닐까 싶다. 욕심(欲心)을 선심(善心)으로 바꾸었다면 이토록 각박한 세상은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을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살아온 것 같다. 마음이 세상을 유지하고, 마음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는 사실을 깜박 잊고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피폐(疲弊)하면 물질(物質)이 아무리 풍부(豊富)해도 잘 살 수가 없다. 물질(物質)이 풍부(豊富)하다고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니며 행복지수(幸福指數)가 높은 것은 더욱 아니다.

세계(世界)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행복지수(happiness index)는 가장 높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욕심(欲心) 없이 살기 때문일 것이다. 옛 사람들은 지금보다 가난했지만 마음은 훨씬 부자(富者)였다. 요즘 사람들은 그때보다 잘 살지만 마음은 훨씬 가난한 것 같다. 가난할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 해선 안 될 몹쓸 짓까지 하고 있다.

몹쓸 짓을 하는 사람을 짐승(animal) 같은 사람(people)이라고들 흔히 말한다. 그러나 야생동물(野生動物)들은 배가 부르면 더 이상 먹이를 탐(貪)내지 않고, 먹을 것 못 먹을 것을 가릴 줄 알며 자기 종족(宗族)은 절대로 죽이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짐승에 비유(比喩)하는 것일까? 지금도 조선시대(朝鮮時代)처럼 미행(尾行)하는 제도(制度)라도 있었다면, 그것이 저축(貯蓄)이란 말을 할 사람이 있다면, 부모의 은혜(恩惠)에 대해 말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나 자식(子息)의 도리(道理)를 말한 『예기(禮記)』를 가르쳐 줄 훈장(訓長)이 있다면, 사람들의 마음이 훨씬 좋아질 것 같다. 적어도 지금보다는 좋아지지 않았을까. 언제부터 이 나라가 뒤죽박죽이 되고 근본(根本)조차 흔들리게 되었을까? 양심(良心)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손해(損害)를 보고, 참는 사람에게 더 큰 고통(苦痛)이 돌아오고, 최선([最善]을 다해도 죄악(罪惡)만 남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세상을 바로 보는 사람을 오히려 바보 취급하고 정직(正直)하게 사는 사람을 융통성(融通性) 없는 등신(等神)으로 취급(取扱)하려 든다. 어느 땐 세상(世上)이 온통 진창처럼 느껴진다. 무간지옥(無間地獄)이 따로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러워지면 안 될 것은 마음과 정신(精神)이다. 연꽃이 아름다운 것은 진흙에서 나왔어도 더럽지 않기 때문이다. 진흙 세상에서 청빈(淸貧)한 마음으로 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잘못 먹은 마음이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바꾸자. 가난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았던 조선시대의 그 선량한 사람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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