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있는 귀농정책 시행해야
상태바
일관성 있는 귀농정책 시행해야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3.14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해용·박숙자 부부의 귀농이야기
농부가 만드는 짚풀공예체험장 계획
귀농인 양해용 씨 .

부부의 집엔 마당 가득 봄 햇살이 가득했다. 동이면과 청성면 경계에 산으로 둘러싸인 동네였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 ‘괴골’이라는 작은 이정표가 보였다. 아직 봄이라기엔 이른 삼월이어서 꽃이 피진 않았어도 만개한 어느 날만큼 햇살이 풍성했다. 양해용(56)·박숙자(53) 부부가 거처로 마련한 곳은 청성면 묘금리에 있었다. 작은 농가주택을 개조한 깔끔하고 잘 정돈된 집이었다. 마당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산으로 폭 둘러져 있어 산새소리 바람소리만 들렸다. 조용하고 고즈넉했다.

양 씨가 직접 만들었다는 마당 한쪽 정자에 앉아 햇빛을 쬐고 있으면 모든 시름이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라 말하니 부부는 그렇다고 이내 머리를 끄덕였다. 부부는 산을 닮아 있었다. 순한 눈빛으로 연신 미소를 짓는 것도, 소리 내지 않고 보이는 미소도 어딘지 마을을 닮은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강원도 양구 출신이다. 같은 동네에서 오빠 동생으로 지내다 부부의 연을 맺은 지 30여 년이 지났다. 결혼하고 강원도 산을 떠나 경기도 수원에서 20년간 웅진코웨이 정수기 사업을 했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언제 어디서 일적으로 전화가 올지 몰라 24시간 전화기를 열어놓고 살아야 했다며 정수기 사업은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고 했다.

양해용 씨는 “일을 하더라도 시간을 주체적으로 사용해서 내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살고 싶었다”며 “사람이 살아간다는 게 지금보다 스스로를 개발하고 발전시켜 더 높은 자존감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포항제철공고를 졸업하고 포항제철에 입사해 9년간 근무하다 산이 그리워 강원도 인제로 첫 번째 귀농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인제에서 옥수수, 콩 농사 등 열심히 일했지만 다 실패하고 수원에서 사업을 시작한 것이라고, 20년 동안 도시에서 사업을 하면서 늘 산이 그리웠다고 했다. 2015년 지리산에 다녀오다 우연하게 지금 살고 있는 거주지를 보고 바로 계약을 했다. 강원도처럼 산이 높아 깊은 산골 같은 느낌을 받은 게 결정의 계기였다. 결혼한 딸이 대전에 정착한 것도 연고 없는 옥천으로 오는데 큰 이유가 되었다고 했다.

양 씨는 귀농 후 옥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학교, 농업인대학 미래작목반, 청성면 탁구동호회, 풍물단, 서예, 짚풀공예 등 일주일 내내 분주하게 지냈다. 작년 겨울에는 1200여 평의 농지를 구입하고 ‘푸룬’이란 과일을 재배하려고 계획 중이다. 짚풀공예교육체험 농장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부인 박 씨는 콩 농사를 지어 된장과 간장을 직접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주민들의 친절함과 배려에 낯선 곳에서의 정착이 한결 쉬웠다는 부부는 산골 출신답게 산으로 둘러싸인 귀농생활을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양 씨는 “올해처럼 지원정책 금액이 갑작스럽게 변동되면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던 일이 차질을 빚음으로써 곤란을 겪는 귀농인들이 있을 수 있다”며 “귀농·귀촌 정책이 꾸준히 유지 되어야 한다”고 군에 당부의 말을 전했다. 이어 “융통성을 가지고 지원정책을 펼쳐야 귀농인들이 곤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