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동풍(東風)
상태바
우리의 소원은 동풍(東風)
  • 김명순 약사·국문학석사
  • 승인 2019.03.21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순 약사·국문학석사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1860)을 보면 먼지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런던의 (…) 배출되는 뜨거운 공기와 (…) 두껍게 쌓여 있는 먼지와 모래 때문에 기분이 몹시 짓눌려”, “마치 타조 알처럼 먼지와 열기 속에서 부화되고”, “차가운 검댕과 뜨거운 먼지에서 나는 불쾌한 냄새” 등의 문장에 실린 디킨스의 심정은 현재 우리 국민들의 암울한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영국은 13세기에 자국 생산 연료인 석탄 사용을 금할 정도로 대기오염에 계속 시달렸고, 18세기엔 산업혁명의 파장으로 스모그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 요즘 우리나라의 폐암 등 호흡기 질환자 증가 추세를 보면서, 1952년 최악의 런던 스모그 사건(7일간 12000여명 사망)을 곱씹게 되는 것은 억지일까? 아직도 반면교사(反面敎師)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을 되돌려 받고 싶다.

미세먼지라 불리지만 먼지가 아니고 1군 발암물질인 중금속 분진이, 중국에서 서풍을 통해 유입(여러 연구 결과 70%이상)되어 우리 국민과 아름다운 자연이 서서히 병들어 가고 있는 참담한 실정이다. 그런데 중국은 발뺌하고, 우리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로 항의도 제대로 못하는 어이없는 현실에 국민들은 암울하다. 물론 기후변화와 대기정체로 인한 우리나라의 오염물질 축적도 한 몫을 하지만, ‘어스널스쿨’ 등 여러 자료들과 백령도의 대기오염도가 중국이 근원지임을 증명하고 있다. 국민 건강이 위태로운 상황에, 국민의 대변인을 자처하던 정치인들은 ‘월경성 대기오염(Trans-boundary Pollution)’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수수방관하며, 중국이 알아서 해결해주거나 동풍이 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제야 작은 움직임이 보이지만, 과학적 증거를 요구하며 방대한 자료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중국에게 제대로 맞설 수 있으려면 또 얼마의 시간을 버텨야 할까?

물은 일주일, 음식은 한 달이나 못 먹어도 살 수 있지만, 공기는 3분만 마시지 못해도 죽는다. 이렇게 생존에 필수적인 공기가 오염되었다고 호흡하길 거부할 수도 없어 더 속수무책이니, 빠른 해결책이 촉구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는 전신을 통해 흡수되는데, 특히 초미세먼지의 경우엔 그대로 혈관 속까지 침투해 갖가지 혈관 질환을 유발하므로 매우 위험하다. 더욱 안타까운 문제는 어른보다 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호흡량이 더 많고 신체 기관이 발달 중이며 신장도 작아 더 큰 피해를 입게 되는데, 어릴 때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자라면서도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또한 동식물 등 자연의 정상 생장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대기오염이 미래 세대까지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200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2750년(2010년의 삼성경제연구소 발표는 2500년)에 소멸할 나라가 한국’이라고 발표했다. 대기오염이 지금처럼 심하지 않던 시기의 연구 결과인데, 현재의 상황이면 그 시기가 앞당겨지지 않을까 두려움마저 생긴다. 저출산에, 태어난 아기들마저ㅡ5세 미만의 사망 원인 2위가 대기오염에 의한 급성하기도감염ㅡ건강하지 못하면 소멸로 전력질주 하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무능한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는 ‘청소년 기후 소송단’이 2018년 8월에 발족했는데, 준비를 거쳐 2020년 초에 정부의 부실한 환경정책에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기후정의(climate justice)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이 급증하는 추세를 야기한 기성세대들은 각성해야 한다. 후손들에게 빌려 쓰고 있는 이 지구를 더 이상은 병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와 인접한 동부 연안에 공장과 쓰레기소각장을 대거 건설해 피해를 유발하는 중국에 대한 항의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같지만 승자는 다윗이었음을 기억하고 정부는 빠른 해결책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야만 한다.
또한 우리 국민들은 이 사태에 경각심을 갖고 불편해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무언의 시위라도 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