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에 반한 여인 건강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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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에 반한 여인 건강은 덤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5.09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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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0평 야생화 농장 ‘들녘에서’
이갑주·이재남 부부의 꽃 이야기
귀촌하면서 심은 홍황철쭉 앞에서 이갑주·이재남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원면 백지리 204번지를 찾아가면 ‘들녘에서’가 있다. 야생화 농장이다. 2500평의 농장에는 수천 개의 야생화가 오월 햇살 아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나하나 다른 빛깔과 다른 향, 독특한 모양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꽃들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하루해가 지날 것 같은 곳. 그곳 야생화 농장 ‘들녘에서’ 꽃을 심고 가꾸며 분주한 손길을 움직이고 있는 이갑주·이재남 부부를 만났다. 13년 전 야샹화를 맘껏 키우고 바라보기 위해 이곳 백지리로 들어왔다고 했다. 들어오면서 심은 농장 앞에 홍황철쭉의 꽃숭어리가 제법 소담해질 세월이 지나갔다. 이재남 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용돈을 모아 꽃을 사고 가꾸던 소녀였다. 야생화 도감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고 한다.

농장을 돌며 야생화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줬다. “들여다볼수록 오묘한 풍로초, 겹꿩에다리, 패랭이 종류만도 30~40가지인데 이것은 향패랭이이고, 저쪽 것은 카네이션 패랭이, 분홍 장구채, 하늘바람곷, 장미매발톱, 남도자리, 백설공주, 바닥에 꽃잔디처럼 기면서 꽃이 피는 눈꽃, 눈을 뿌려 놓은 것처럼 희다 해서 하설초, 오공국화, 해질녘에 바라보면 형광색 빛이 나는 등심붓꽃” 꽃의 이름과 그 특성까지 하나하나 다 꿰고 있는 듯하다.

설명은 계속되었다 “5월 중순쯤 만개하는 큰금매화, 개화기가 6개월이나 되는 크리스마스로즈, 이 꽃은 질 때가 되면 꽃과 잎의 색깔이 같아진단다, 이밖에도 황금국수, 비단실로 동양자수를 놓은 듯한 자엽국수”  잠깐 농장을 둘러보는 사이 수십 종류의 야생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대전 아파트에 살 때도 베란다에 200여 종류가 넘는 야생화를 가꿨다. 대전 송강동에서 13년 동안 아구찜 식당을 운영했는데 그곳에도 야생화가 많아 손님들이 음식을 기다리면서 꽃을 보고 구경하느라 음식을 재촉하는 일이 없었다고 한다.

이갑주 씨는 꽃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농장에서 기계로 하는 모든 일은 알아서 척척 해준다고. 그렇지 않고서는 농장을 운영해 나갈 수 없다고 아내 이재남 씨는 트랙터 운전을 하고 있는 남편을 바라봤다. 13년 전 몸이 아파 좋아하는 꽃이나 실컷 보고 가꾸라며 남편이 이곳 백지리에 농장을 만들어 줘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한때는 수목원을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하는 이재남 씨는 꽃을 실컷 보고 가꿀 수 있으니 지금의 삶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며 “꽃을 많이 보다가 수목이 단풍들 듯 나도 갈 것”이라고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해질녘 꽃을 바라보는 일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하는 이재남 씨와 꽃을 좋아하는 아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남편 이갑주 씨의 백지리 ‘들녘에서’ 오월의 꽃향기가 분분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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