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성장에 대한 오해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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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성장에 대한 오해와 운동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19.05.16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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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어머니, 애한테 그 과자 사주시면 안 돼요. 너무 살쪄서 걱정이에요’ ‘괜찮다. 어릴 때 살찌는거는 나중에 다 키로 간단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있을 법한 대화다. 또 할머니의 유별난 손주 사랑이 아들부부와 마찰음을 일으킬 수도 있는 대목이다.

어릴 때 살찌는 것이 나중에 키로 간다는 시어머니의 말은 과거에는 맞을 수도 있었다. 왜냐면 과거에는 영양결핍에 의한 성장저해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어린 시기에 다소 통통한 것이 성장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양결핍보다는 영양과잉과 불균형이 문제가 되는 현재는 ‘살이 쪘다’는 표현이 과거에 비해 더 비만한 수준을 나타내며, 이러한 조기 비만은 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에 방해가 된다. 아이가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손목 부위나 무릎 부위를 엑스레이나 초음파로 찍어보면 짐작할 수 있다. 뼈끝 부위에 엑스레이 상으로 연골 부위가 검은색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이 연골 부위를 뼈끝연골판이라고 한다. 이 뼈끝연골판이 존재하는 것은 아직 완전히 골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성장 중임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이를 ‘성장판’이라고 한다.

이 성장판은 사춘기의 성장급등기를 지나면서 폐쇄되는데, 남자는 만 16세, 여자는 초경이 지나고 만 14세 정도에 폐쇄된다. 이 성장판이 폐쇄된 후에는 성장이 거의 멈추거나 둔화 되어서 키가 자라더라도 1년에 1~3cm정도 자라는 정도에 그치게 된다.

문제는 사춘기가 너무 일찍 찾아오면 성호르몬의 분비가 시작되어 이차성징과 초경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성호르몬이 너무 일찍 분비되면 이 역시 성숙과 함께 성장도 촉진하게 되지만, 성장판이 너무 일찍 폐쇄되어 최종적인 키가 더 자라지 않게 된다. 그런데 이 성호르몬이 분비되기 시작하는 시점은 아이의 체중과 관련이 깊다. 여자 아이의 경우 체중이 30kg이고 체지방률이 17%에 이르면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시작되어 이차성징과 초경이 나타나고, 남자 아이의 경우 체중이 45kg 정도에 이르면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신호로 작용한다.

그러므로 유전적인 요인을 갖고 태어나지만 자신의 성장 가능한 최종 신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환경적 요인을 잘 관리해야 하는데, 사춘기를 전후한 기간이 가장 중요하다. 키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은 영양, 운동, 수면을 들 수 있다. 영양결핍은 성장에 저해되지만 너무 과잉한 영양으로 인해서 비만해지는 것도 조기성숙을 초래해서 성장에 장해가 된다.

수면도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수면에 들어가서 처음 한 시간 정도가 특히 중요한데, 왜냐면 이 시기를 논렘(non-REM)수면이라고 해서 보다 깊은 무의식 상태의 수면으로 뇌하수체로부터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가장 크게 분비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히 성장기 어린 시기에는 늦은 시간에 잠들지 않도록 하고, 조명이나 소음으로부터 차단하여 수면환경을 잘 조성할 필요가 있다.

운동이 성장에 도움을 주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운동을 할 때 뇌하수체로부터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경로는 성장판에 기계적인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성장판에 가해지는 기계적인 스트레스는 전기적인 스트레스로 전환되고, 이는 성장판을 이루는 연골세포의 증식과 성장을 자극하는 한편 뼈를 형성하는 뼈모세포를 자극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이 성장에 도움을 줄까? 자신의 체중이 부하되는 이동운동이나 저항운동이 성장판에 자극을 주고 성장호르몬 분비에 자극이 되어 성장에 도움을 준다. 특별히 농구를 하면 키가 큰다는 생각은 일종의 선택 편견(selection bias)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초중고 시절을 거치고 대학이나 프로팀 선수로 활동하기까지 각 단계마다 키가 자라지 않은 사람은 도중하차하게 된다. 그 결과 대학이나 프로팀에는 대부분 키가 큰 선수만이 남게 된다.

사실 키의 성장은 특정한 운동 종목이 아니라 성장판을 자극하는 체중을 이동시키는 형태의 운동으로서 성장호르몬을 분비시킬 정도의 충분한 운동강도와 운동량에 의해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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