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시습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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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시습을 생각하며
  • 정명희 화가
  • 승인 2019.05.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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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희 화가

논어를 펴면 ‘학이시습學而時習’에 대해 언급한다. 보고, 듣고, 알고, 깨닫고, 느끼고 한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실지로 행해보고 시험해 볼 것을 말하고 있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거울 것이다.’라며 배워가며 실천하고 덕을 닦을 것을 가르치고 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가며 사는 존재라는 말이며, 배웠으면 배운대로 실천하는 것이 배운 사람의 덕목임을 2천500년 전부터 이미 알려온 사실이다. 우리는 그 시대를 축심시대라고 말한다. 동양에서는 석가, 공자, 노자, 장자, 묵자 등이 이에 속하고 서양은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인류를 계도한 위인들이 거의 비슷한 시대에 활동했었다는 것이 참 불가사의한 일이다.

얼마 전에 서예가 석헌(石軒) 선생을 만나 담소하는 중에 한자의 다섯 가지 서체(전서,예서,해서,행서,초서)를 말하다가 전서의 ‘흰백白’자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나이들어 머리가 하얀 사람을 ‘백발白髮’이라 한다. 그런데 전서의 흰백은 ‘들입入’자 밑에 ‘두이二’자 형상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밝을 명明’자도 해와 달이 함께 있으니 밝다라고 하는 것인가 보다 라고 생각해 왔었다.

그러나 그 ‘명明’자도 전서에는 창문에 비친 달빛이 밝다는 데서 연유한 글자라는 것이다. ‘해’를 가리키는  ‘日’자가 날일이 아닌 창문의 모양이 변해서 잘못 전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흰백자의 모양도 무엇인가 두 가지를 끌어들여 된 글자이고 보면 희다는 뜻보다 깨끗하다는 뜻에 가깝다고 보아야 함직하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진다.

그러나 태양이 지는 서쪽은 어둡다기보다 태양을 잉태한 즉, 밝음을 품은 것이다. 대지와 사물을 함께 묶어 품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다시금 밝게 떠오르는 형상을 갖는다. 때문에 어둠이 아닌 순수하고 깨끗함을 가진 뜻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백발의 노인은 순수하고 깨끗해 보이는 것인가 보다.

우리 그림에서도 오방색을 사용해 왔다. 동쪽은 ‘청靑’ 서쪽은 ‘백白’ 남쪽은 ‘적赤’, 북쪽은 ‘흑黑’, 중앙은 ‘황黃’색으로 보았다. 동東은 해가 뜨는 밝고 푸른 하늘이고, 서西는 해를 품어 근본이 깨끗함으로 하얗다고 본 것이다. 논어에 그림은 ‘회사후소 繪事後素’한 상태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깨끗한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지 하얀 바탕 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남南은 따뜻하니 ‘적赤’이고, 북北은 어둡고 죽음을 나타내기에 ‘흑黑’이기에 검은 것이다. 中央은 노란 황색을 중심색으로 본 것은 봉황의 날갯빛을 뜻하기에 임금의 옷을 누른 빛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 그림 얘기가 나왔으니 한마디 더 한다면, 보통 그림을 ‘그린다’라고 말하지 않고 ‘친다’라고 말한다. 무슨 연유에서일까? 우리는 농경사회가 중심인 세상이었다. 때문에 농사를 짓고 가축을 쳤다. 그래서 그림도 농사로 본 것이다. 매화를 치고, 난을 치며, 국화를 친다고 한다. 배우고, 닦으며 삶을 농사짓듯 해 온 조상들의 혜안이 지금만 못하지 않았다. 아니 현재보다 훨씬 멋과 맛을 아는 멋쟁이들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 그림이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미술美術’이란 용어로 변했다면 최근 정부가 적폐청산을 내세우는데 무엇이 먼저인지를 알았으면 좋겠다. 일본 밖에 쓰지 않는  용어를 국제무대에서 우리가 꼭 써야만 하는지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지 곱씹어 보야야 한 때문이다.

조형예술은 보통 그리고, 만들고, 꾸미는 일을 지칭한다. 그림은 회화繪畵라 하고 순수예술, 미술, 미술작품 등을 Fine Arts라 한다. 그 외에 드로잉 drawing, 페인팅 Painting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통칭아트 Art로 미술을 말하고 화가, 미술가를 Aatist라 부른다. 때문에 우리는 예부터 사용해온 ‘그림’이란 말을 썼으면 좋겠다.

차제에 무용이라 말 대신에 ‘춤’이란 우리말이 있고, ‘노래’나 ‘소리’라는 말을 버리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학이시습의 깊은 뜻을 되새기며 배우고 익혀 새롭게 써야 개인의 발전도 있고 나라의 발전도 있겠다는 생각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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